-
-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평점 :
어쩌면 그건 우리의 잘못일지 모른다.
모두 깃털 하나만큼의 무게만 감당하려다 일을 그르친 것이다.
p.010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되새겼다. 당신이 나와 있을 때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해서 나보다 덜 조심스럽고 가시철조망을 덜 두른 여자애들한테도 그랬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p.089
"맞아. 사람은 누구나 사건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거든. 가끔 이런일이 일어나면 다들 한마디씩 거들기 마련이지. 원가 중요한 걸 했다고말이야" 내 쓰레기통 얘기처럼.
p.199
내가 머물렀던 어질어질한 의식의 공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더는 뭐가 진실인지(제롬, 로비, 오마르, 당신과 관련해) 알 수가 없다.
야하브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탈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 지금의 나인지, 아니면 막 열여덟 살이 된 나인지 알 수 없었다. 전자는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되짚어 보는 성인의 자아이고, 후자는 모든 걸 새롭게 받아들이는 다듬어지지않은 10대의 자아로, 둘 다 지치고 순진했다.
탈리아가 당신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으니 살아남은 피해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p.224
"그래, 하지만 백인 여성이 살인 험의로 체포된 흑인 남성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 인식 자체가 편향적일 수 있어." 롤라가 말했다.
p.302
미스터 블로흐, 지난 몇 년간 내가 여러 번 곱씹은, 그리고 당신이 곱씹어야 할 것이 있다. 수감 생활의 지옥은 형편없는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차갑고 축축한 바닥이 아니라 있고 싶은 장소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달릴 수 없고 내 차에 올라타 빠르게 멀어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p.359
의심이야 할 수 있어요. 어느 한 사람이 "자, 오마르한테 죄를 뒤집어씌우자."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한테 너무 많이 의지하다 보면 그들은 상대가 원하는 걸 내놓을 수밖에 없어요.그들이 원한 건 저 같은 사람이었고요.
p.371
읽기 힘든 책이었다.빽빽한 단어 수와 500페이지 가까운 페이지. 물론 눈에 보이는 이런부분도 살짝 힘들긴 했지만..이런 이유가아니라 리베카 머카이가 하고자 했던 그 이야기들이 쉽게 읽어낼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고나 할까..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걸작범죄소설' 이런 이야기에 혹 해서 책을 선택한 분들은 아마도 생각했던 바와 달라 적잖이 놀랄수도 있을꺼 같다.
하지만 술술 읽히며 킬링타임으로 읽기 좋은 범죄소설들보다도 훨씬 좋았을거라고 믿는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범죄는 어떻게 일어났는지..그런걸 알리는게 중요했던 소설이 아니라..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피해자가 부유한 금발머리의 미국인이었을때..그녀의 주변에 유색인종의 남자가 있었다는 말 한마디로 그가 어떻게 범인이 되어가는지... 누군가는 학교에 타격을 받지 않게 하기위해 어떻게 사건조사를 은폐시키는지.. 누군가는 다 짜여진 각본에 그를 범인으로 끼워맞추는지..
또 그들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마치 당연히 그가범인일수밖에 없다고 한마디씩 보태는 일반사람들..이런 시선들은 미디어를 통해 더 빨리 퍼져나가고 거대해져서 마치 그게 사실일수밖에 없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이야기들 지금 우리가 인터넷 창만 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아니던가..
23년전 그랜비에서 살해당한 탈리아와 1년간 룸메이트였고 현재는 영화학을 가르치는 주인공 보디. 그녀는 모교인 그랜비에서 팟캐스트 강의를 맡으며 23년만에 그곳으로 돌아오고..학생중 한명이 탈리아 사건을 주제로 삼으면서..23년전 그랜비에서의 회상과 현재의 상황이 섞여 읽을때 집중하며 읽어야했다.
범인으로 확정되에 교도소에 수감중인 오마르..그리고 보니가 진짜 범인이라 생각하는 음악교사 DB.
과거 회상 이야기들에서 그 당시에 여학생들에게 행해지던 남학생들의 성범죄. 여성혐호. 그리고 인종차별. 직권남용 등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그저 놀랄수 밖에 없었고..
가끔씩 등장하는 지금의 뉴스 사건들 역시 읽으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미디어..그게 어떤 힘을 가졌는지..보니 역시 그로 인해 피해를 봤지만..이용할수밖에 없는 모습이 착찹했다고나 할까..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앞부분을 봤다. 그저 읽기 시작했을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죽은 채로 태어났다. 그 사실에 구경꾼, 관음증 환자, 범죄자까지 모두 열광했다.
인터넷과 TV에 나오는 것들, 그들은 그것들을 사랑한다.'
#질문좀드리겠습니다#리베카머카이 #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