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의 엄마는 팔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엄마가 아주 없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리위할 빛조차 없는 무인 행성에 홀로 사는 기분이 아닐까? 춥겠지. 단순히 추운 것과는 다른, 휠씬 더 근본적인 외로움과 어두운 냉기.오한, 습기....p.038사람은 누구나, 아무리 못난 인간이라 해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기중심적인 꿈을 통해 그 사실을 학습한다.p.046꽃은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기의 세계를 열며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 하나가 필 때마다 세계가 하나씩 생긴다고.사람도 그렇게 자기를 꽃피워야 한다고.p.116"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p.121"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 저마다 자기생긴 대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구. 그게 인생인걸. 범죄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걸 억압해서는 안 돼."p.146"엄마가 전에 말했잖아. 사랑은 어쩌면 달나라에 가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달나라에서 살 수는 없지만, 그곳에 찍은 발자국은 영원하다는 의미이지."p.277'반복되는 공허한 날들 속에서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을까?" 라고 적혀있는 띠지의 글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지금 내가 너무도 고민하고 있던 일을 이 책이 말해주려나?2007년에 쓰여졌던 소설이었기에 2025년에 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아무래도 그 시절을 살고 있을때와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19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이들만이 더 강렬하게 느낄수 있는 감정.그 시기에 만나게 된 호은의 아빠와 엄마.그 둘은 서로 분명 사랑했지만..서로가 함께하는 집 만큼이나 헌영과 윤선은 자신만의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어린시절에는 우리의 집을 원했던 호은역시 어른이 되어가며 자기만의 집이 필요함을 알게 되며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것 같기도..이혼한 부모님과 그로인해 외가집에서 지내다 고3때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며 대학교에 들어가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21살의 호은..어느날 연락도 없이 학교앞으로 찾아온 아빠의 옆에는 캐리어와 함께 아빠의 재혼한 부인의 딸 '승지'가 있었고..역시나 설명없이 승지를 놔두고 떠나버린 아빠.승지와 함께 엄마집으로 가게 된 호은.엄마는 다음날 바로 호은과 승지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나서는데..부인과 자녀를 위해 자신의 꿈보다 현실을 택한 대부분의 아빠들과 달리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아빠.그림을 전공해서 자신의 미래를 꿈꿨지만 아이와 남편때문에 힘들어했던 엄마.어릴적 아빠의 비밀을 알았지만 침묵하고..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떠난 엄마를 항상 그리워했던 호은..아픈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마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며 아빠의 전처에게 맡겨진 승지.가족으로 얽혀있는 이들의 오해와 이해. 타락과 수용.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시대를 앞서 갔던 헌영의 마인드가 너무나도 멋지다!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면서 오해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결국 그렇게 모든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는게 삶이라는거.. 그런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온전히 충전하고 사색하고 내려놓을수 있는 자신만의 방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밑줄을 치고 치고 또 치고싶게 만드는 글귀가 너무나도 많아서 읽는내내 생각하고 곱씹게 만들었던 아름다운 책!#자기만의집 #전경린 #다산책방 #인생소설 #자립 #여성서사 #연대 #사랑 #인생 #삶 #천선란 #모우어 #양귀자 #모순 #책 #책추천 #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