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는 건 미안했고, 사랑을 주는 건 한없이 저를 비워가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텅 비게 되더라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감정이었지요. 저는 아홉 살 무렵에 이미 사랑을 알았던 것입니다.p.097저는 이성애에 근거하여 저의 성별을 정의 내렸습니다.남자인 오빠를 좋아하는 저는 여자일 수밖에 없다고요. 하지만 그 생각은 주변을 둘러보고 학습한 것일 뿐, 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남과 여의 조합은 심지어 만화영화에서도 강박처럼 반복되고 있었으니까요. 과정은 잘못되었지만, 그렇더라도 제가 얻은 깨달음은 유효했습니다.p.099너는 이 소설이 싫다고 했지? 가족들이 너무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고. 근데 나는 여기 나오는 벌레가 원래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러면?자기가 인간의 자식이라고 믿는 정신 나간 벌레 같아.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판단을 내리는 순간 자기가 아니라 세계가 변하는 거야. 그래서 너의 세계와 나의세계는 다른 거고.p.113어쩌면 여성과 여성의 몸은 동의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p.122그가 했던 말이 귓바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여자의 몸은 전쟁터야. 너는 아군이 없어. 그런 말들은 여자의 몸을 더욱 전쟁터로 만들고, 저에게 아군이 없다는 사실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p.129내 몸을 가지라는 건 진짜 이상한 말이야. 내 몸은 내가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내 몸은 그냥 나야. 근데 나를 가지라고? 그건 당신도 부담스럽지 않을까?p.176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무엇. 성별이 없는 건 아니야.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영역에 있을 뿐. 경계가 없는 지대에.p.225몸과 여자들을 읽고서 자신의 몸이 그 어떤 일에도 쓰이지 않길 바란다는 고백이 참 인상깊었었는데..그 이외의 몸에 관한 고백들이 적혀있는 연작소설.태어남과 동시에 여자.또는 남자로 구분지어지는 우리의 몸.누군가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정해진 몸을 가지고 살아가지만..누군가는 그렇게 정해지는 몸을 받아들일수 없다.주인공이 여성으로 구분되어진 존재이기에 페미니즘적인 부분도 있지만..여성 남성으로 구분되기 보다 그냥 '나'이길 바라는 존재들의 이야기.'몸뚱이' '당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다 여겼던 단어들..에휴~~자기만의 방에 이어 이놈의 남성우월사상의 뿌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건지..단 한번도 동방불패를 미지처럼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베르사이유장미도 어릴적 봤던터라 진지하게 보지 않았었는데..다시한번 봐야겠고..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 류은하의 모습에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저렇게 생각을 했을지..너무 맘이 아팠다.다섯편의 이야기로 신체적으로 여성이라 이름지어진 존재로 태어났지만..그냥 '나'의 몸을 가진 존재들의 고백들..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이런 고백들도 할 수없어 고민하는 존재들이 있을꺼 같은데..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몸과고백들 #이서수 #현대문학 #몸에관한연작소설 #이서수연작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