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을 걷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1
김솔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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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 이외엔 아무도 열 수 없 는 금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도 열지 못하는 금고는 존재해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열리는 금고를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닫힌 문은 반드시 열리는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p.016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보다 마음이 이미 도달해 있는 곳에 몸이 미처 닿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럽다.
p.043

무지한 인간의 간섭이 사라지자 땅이 스스로 식물들의 종류를 선택하고 적당한 자리를 배치했다. 잡초라고 무시당하던 것들이 꽃을 티우자 행인들은 그것들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p.089

금고를 만든 뒤부터 단 한 번도 구걸과 도둑질과 거짓말로 연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영혼에 섭새겨진 죄악을 지우거나 줄일 수는 없는 노 릇이었다. 자살은 망각하는 방법이었지 속죄의 방편은 결코 아니었다.
p.094

살아서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라면 죽어서도 닿지 못하는게아닐까. 홀로 고통스럽게 죽은 자가 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죽은 자는 아무 곳으로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야 한다. 반 대로 말해, 어딘가에 닿고 싶거나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p.117~118

아무리 하찮은 비밀일지라도 그럴듯한 금고 속에 감취져 있는 한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열다섯 살의 나이에 우리는 사장에게 처음 들었다.
p.135

뇌졸중 이후로 생각은 말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고 그 말마저도 이해보다는 오해를 더욱 자주 불러일으켰다. 언어도단의 세계에서 우리와 아내가 마주 보고 걸을 수 있는 행간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p.145


뇌졸증으로 쓰러져 몸의 반절이 능력이 사라진 주인공이 쓸수 없는 오른쪽을 '그'라고 지칭하고 나머지 왼쪽을 '나'라고 지칭하며  뇌졸증 환자의 평균 수명인 3년을 늘려보려 '그'와'나'가 함께 하천길을 걸으며 그 하천길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현재의 모습까지와 자신이 만들던 금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서른살 차이가 나는 어린 부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중년 남자가 하천을 걸음으로써 눈에 보이는 수많은 멸시와 차별들이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고..
그 걷고있는 하천의 역사 또한 모두가 알고있듯 부패와 권력남용 등으로 얼룩져 있는 장소이다.
'그'를 나중에는 '쉥거'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며..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악한 일들은 모두 쉥거에게 넘기며 쉥거를 '악'이라 지칭하고 있다.
어릴적 소년원을 들락거리다 만난 기술자와 금고 제작업에 뛰어들어 그 누구도 강제로 열어서는 안되는 금고를 제작하며 사람들이 금고안에 넣어놓고 감추려했던 비밀들을 보호해주다가 자신 스스로 감추려 했던 비밀들을 뇌졸증으로 인해 못쓰게 된 오른쪽에 '쉥거'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게 해서 복수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금고안에 만들어 놓은 기폭장치들을 터트리며 복수를 하는 '쉥거' 
악인은 끝까지 악인인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행해왔던 모든 죄악들을 '쉥거'라는 또다른 자기에게 뒤짚어 씌워놓고 마치 자신은 그런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듯한 모습.
금고안에 금고를 넣어두고 그 금고가 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복수하는듯한 주인공. 하지만 내연남과 대놓고 만남을 지속하는 아내를 보는 주인공이 더 고통받는거  아닌가?
나에게는 좀 어려운 책이었다. 다 읽고 서평쓰려고 되짚어 보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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