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회고록 네오픽션 ON시리즈 19
김연진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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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독특한 느낌의 소설을 만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악과 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존중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인탈리엔 사람들. 그 중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는 말루스가 태어나고..말루스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걸 깨닫게 되는데..'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도..왜 자신만 다른것인지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곳에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외로움..그 다름을 '악'이라 칭하며 자신의 생각을 함께 공감하며 대화하고 싶어하는 말루스는 유일한 친구 에스투스에게 '악'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하고.. 나 라는 개념보다 우리라는 개념이 일반적인 에스투스는 자신의 경청이 말루스가 우리와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라 생각하며 '악'에 관한 연구를 해나가는데..
말루스와의 대화와 악에 대한 탐구로 '악의 기쁨'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고..공동체 구역의 화재사건으로 인해 '선'보다 '악'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인탈리엔 사람들은 타고난 '악'이 아닌 모두를 위한 '악'의 잘못된 개념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악'의 창시자인 말루스는 자신이 볼때 '선'의 대명사였던 에스투스의 고백을 듣게 되고 자신으로 인해 변해버린 인탈리엔을 보며 '악'이 무엇이고 '선'이 무엇인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악과 선에 대해 명확히 나눌수 있는건지.. 누구에게는 선인 행동이 누구에게는 악이 될수도 있는 상황은 어떻게 정의할수 있는건지..
선과 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아직 이유를 깨닫지 못했을 뿐, 존중은 의식하지 않아도 배어나는 법이란다.
p.020

나는 아주 강하게, 맷돌을 갈듯 여러 번 동그라미를 그렸다. 닮아버린 종이에 구멍이 뚫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작대기 네 개를 추가해 모양을 완성시켰다. 검고 진하게 그려 넣어진 '아 ㄱ'이라는 글씨. 그래, 이건
'악!'한 느낌이다. 숨길 수 없이 답답한, 참다 보면 결국 터져 나오는 가슴속 무언가를 나는 우선 '악'이라고 이름 붙였다.
p.033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악이라는 것은 어떤 하나의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거짓말을 예로 들자면, 거짓말을 하려는 마음은 악한 '의지'고 거짓말 자체는 악한 '행위'이며 그때 느끼는 불편함은 악한 '감정'이다. 특히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감정이었다. 보통 '불편하다'라는 단어는 '다리가 불편하다' 또는 '숨쉬기가 불편하다'처럼 신체에 관련되어 쓰이는데, 악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p.040

그들은 진정한 악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오직 행위함으로써 악을 인식했다. 잘못된 악이 표출된 뒤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스스로 굴레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p.135

"얘야, 머리가 복잡할 땐 잠시 발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단다. 이 경이로운 자연은 인간의 세상보다 몇 차원은 더 복잡하게 얽혀 있고 우리는 그 부분에 경의를 품는 거겠지. 우리는, 인탈리엔의 모든 이들은 그저 한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걷는단다.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향해 함께 간다는 건 참으로영광스러운 일이지. 말루스, 너는 그저 남들보다 하나 더 많은 차원을 가진 것뿐이란다. 어떤 위대한 의지가 너에게 특별한 사명을 내린 것일지도 몰라. 외로울 것이다. 세상에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 테니. 어쩌면 너의 생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할애비는 네가 그 엉킨 매듭을 훌륭하게 잘라낼 거라고 믿고 있다. 너는 세상을 바꿀 아이야. 그리고 네가 만들 세상은 분명 지금의 인탈리엔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일 게야. 그곳에 도착한다면 내게도 꼭 이야기를 들려주려무나,"
p.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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