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 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
희정 지음, 반올림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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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아파요?

이소정(가명)/ 삼성전자 전 근무자. 직업병 당사자

 

“야야, 이야기 들었다. 잘됐다, 잘됐어. 우리 친척 중에 하나도 거 들어가서 집 사고 차 사고 시집 잘 가서 지금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야. 거 들어가는 거 그렇게 어렵다더니 니가 착하게 살아서 그런갑다. 거 가서 돈 많이 벌고 누구보다 잘 살면 되는 거여. 요즘은 대학 나와도 아무 소용 없어. 잘 살면 되는 거여.”

졸업식보다 빠른 나의 입사 소식에 친구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기뻐해 주셨다. 삼성. 20년 전의 이야기가 된 그 시작. 이제는 나의 아이에게 해 줘야 할 이야기가 되어 돌아왔다.

“엄마는 왜 아파요?”

몸이 자주 아픈 내게 어느덧 커 버린 아이가 질문을 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옛 동료에게 물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줘. 아이들은 이해할 거야. 네가 아픈 것보다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가난해서,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아프게 되었어. 그러니 엄마처럼 병원 자주 가지 않고 아프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해.”

 

공부를 하라고 한 말이 아닌데, 하는 혼란과 나로 인해 아이들이 아플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져 가고 있을 때, 이 책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희정, 오월의봄)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그 안의 이야기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듣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나 때문에 아프지는 않을까. 엄마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수군대지 않을까. 커서 왜 낳았냐며 원망하지는 않을까. 내가 모르는 병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무언가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펼친 책에서 이 문구가 먼저 들어왔다.

“과학적으로는 정자가 난자보다 더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을 위험이 크다고 한다.”(199p)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처음 듣는 이야기. 한참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온전히 엄마들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거구나.

“왜 몰랐죠? 몰랐던 게 너무 바보 같은데.”(177p)

너무 어려 배울 수 없었던 일에 대해서 우리는 자신의 선택을 원망하게 되었다.

“기업은 모를 만한 사람을 뽑아 일을 시키고,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도록 길들인다.”(122p)

그때의 나는 회사가 원하는 착하고 ‘무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 ‘무지’로 인해 모성애라는 감정은 아픈 엄마라는 죄의식이 되었고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자리는 미안함의 자리가 되었다.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나는 이 죄책감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묻고 싶어졌다.

“엄마가 어려서 삼성을 다니게 돼서 너를 이렇게 낳았고, 아프게 됐다고 ‘정말 미안하다’ 했더니. 애가 ‘아니에요, 엄마. 낳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하더라고요.”(87p)

동진 씨와 미선 씨의 그 대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지방에 사는 나는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없기에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았고, 병원에 갈 때마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를 힘들게 하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랑 병원에 가는 거 안 힘들어?”

“안 힘들어요.”

아이는 “엄마랑 같이 가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아이의 말에, 엄마들이 왜 나서게 되었는지 자식을 앞세운다는 엇나간 시선들을 맞설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아프든, 아프지 않든 아이들의 존재가 힘이 되어 준다는 사실 말이다.

“아픈 건 엄마 아빠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야.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어.”(87p)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아프든, 아프지 않든 존재 자체가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제서야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들이 생긴 것 같다. 어떤 일을 겪을 때 무지해도 괜찮다고, 다만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라고.

“문제를 문제로 여기는 사람만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기주장을 할 수 있으니까요.”(241p)

이 책을 덮으려는 순간 작가의 글을 보았다.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 이 말을 보고,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나의 잘못’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359p)

 

아이들의 모든 원인은 엄마에게 있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가가 말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고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작가에게 감사한다.


출처: 월간 <작은책> 2022년 12월호

https://www.sbook.co.kr/read?tpf=board/view&board_code=15&code=4035


본 서평은 출판사와 글쓴이의 허락을 얻어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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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만드는 공공병원 성남시의료원 설립운동사 2003-2021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하나 지음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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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처음 정치를 하겠다 마음 먹은 계기는 과거 성남에서 인권변호사로 낙후된 성남 구도시에 공공병원 설립 운동에 뛰어들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때 지역 해고 노동자, 시민단체와 함께 성남 구도심 골목을 돌아다니며 18,595명의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았습니다. 이때 1차 조례 청구인 대표가 이재명 후보죠.

그리고 2003년부터 시작된 공공병원 설립 운동은 당시 한나라당(현 국힘당) 시의원들의 수많은 반대와 꼼수를 이겨내고 (진짜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감빵간 대장동 핵심 최윤길 성남시의원도 당시 얼마나 깽판을 쳤는지는 책에 다 나옵니다) 2016년 성남시의료원은 개원을 하죠.


책을 보고 제가 감탄한 점은 특히 이재명에 관한 부분은.. 정말.. 일 잘한 거 밖에 없다는 겁니다.


시민단체들은 특성상 공익을 위해 행정기구, 정치인을 객관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주민들의 현안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이재명에게 감탄한 점은 바로

이재명이 시장이 되고 나서도 최대한 시민단체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해 시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공공의료, 이 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많은 분들도 느끼셨을 겁니다.

성남시의료원이 표본이 되어 전국에 공공병원 설립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전국 각 지역에 공공병원이 설립되는데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시민운동을 구심점으로 이재명 같은 정치인이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잘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익을 추구하는 저 무리들이 얼마나 깽판치고 시민들을 얕잡아보는지도 잘 나와요

그래서 성남시의료원은 지금 운영되고 있지만 감시의 눈을 놓치면 안됩니다 언제든 초기 의도와 반대로 영리 병원으로 바뀔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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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만드는 공공병원 성남시의료원 설립운동사 2003-2021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하나 지음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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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민운동을 구심점으로 이재명 같은 정치인이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잘 나와있다. 그리고 정말.. 사익을 추구하는 저 무리들이 얼마나 깽판치고 시민들을 얕잡아 보는지도 잘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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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 개똥이네 만화방 30
김홍모 지음, 달과 그림 / 보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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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 처음 읽은 아이 지금 5학년 됐는데 아직도 가끔 꺼내서 읽어요. 재미있고 감동적이래요. 그리고 동생도 읽는데 너무 재밌다고 2권 사달래서 재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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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 - 우리이웃
이동권 지음 / 알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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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아빠가 가는 귀가 부쩍 먹었다. 

"아빠, 찐이(강아지) 목욕시켰어?"
"..."
"아빠, 찐이 목욕시켰냐구요~~"
"응? 여보, 쟤 뭐라 그러는거야~ 난 안들려."

세 달 전 아빠가 사무실에 티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가져다드린 적이 있다.
아빠는 큰 건물의 시설관리를 하셨는데, 건물 지하 깊숙히 들어가야 근무장소가 나온다.
찌잉~~~. 기계소음들로 요란했다. 엄청난 전자파가 내 몸을 휘덮는 것 같았다.
티비를 갖다놓고 한 두시간 놀고 가려고 했으나, 10분도 채 못 채우고 나와버렸다.
너무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속으로 미안했다.
아마도 가는 귀가 먹으신 걸 보면 이런 근무 환경 탓이리라 생각을 했다.

'우리이웃 밥줄 이야기(이동권 쓰고 알다 펴냄)는
바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지하실 깊은 곳에서 보통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에 마음 고생하는 그들의 속마음을 인터뷰한 책이다.

트럭 노점상, 감단(시설관리 경비원)노동자, 때밀이, 도부(가축 잡는 사람), 누드모델, 우편배달부, 시각장애인 안마사, 무명가수, 교도관...

글쓴이는 밥줄 노동으로 지친 그들에게 맨 몸으로 다가가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뻘쭘하지만 그럴 법도 하다. 하루하루가 힘든데 인터뷰할 여력이 어디있겠나.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인터뷰를 요청하는 글쓴이마저 자신들의 밥줄을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많은 사람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쓴이는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들의 속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병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가장 속상했던 말은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눈이 먼 게 낫지" 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때밀이 노동자는 때밀이를 괄시하는 사회때문에 아직도 자기 아이들에게 직업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성 누드모델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성기가 발기된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온갖 험담을 듣고 결국 그만 두었다고 한다.
트럭 노점상은 그 날 번 것으로 그 하루를 산다. 정말 내일이 없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이 어쩌다보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 일에 뛰어들었지만,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라온 것이다.
한창 예민하던 청소년기, 우리집은 아빠의 트럭 노점으로 번 돈으로 살았다.
생선장수, 인형장수, 화분장수...
우리 동네 어귀에서 장사 할 때면 일부러 아빠를 모른 척하거나 멀리 돌아서 집에 갔던 적이 있었다.

때밀이 아저씨의 얼굴도 이름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저 당부는 왜 이렇게 내 가슴을 쓰리게 만든단 말인가.

하루 번 돈으로 하루를 살아야하는 트럭 노점상의 "장사가 너무 안 되요" 라는 말은 아빠엄마에게 용돈 투정이나 했던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새벽 2시, 어느 늦은 귀가길에 청소 트럭이 눈에 띄었다.
트럭에 한 환경미화원이 매달려가다 내려서 쓰레기 봉지들을 줍는다. 그렇게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계속 트럭에 싣는다.
냄새나고 더러운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 그리고 남들 다 자는 깊은 밤에 일어나야 하는 일.


고귀하신 국회의원 나으리들께서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회사의 사장님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었다는 뉴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비정규직이 하는 일은 정규직보다 더 단순한 일이기 때문에 적은 임금을 받아도 싸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도, 나 자신도 저런 편견과 직업의 귀천의식 속에 그들을 바라봤던 것은 아닌가?

글쓴이는 3년 동안 더운날 추운날 그렇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우리 이웃들을 찾아다녔다.
이 책은 밥줄로 인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게 끔 일하는 노동의 고귀함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서 정부 정책의 모순을 엿볼 수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로 더욱 피폐해진 일상도 엿볼 수 있고, 노동 3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삶도 볼 수가 있다.


언젠가 사람들이 "당신 직업이 뭐요?" 라고 묻는다면,
"나, 때밀이요, 청소부요, 누드모델이요~" 라고 머뭇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리고 그 밥줄에 대해 서로가 박수쳐주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소박하게 꿈꾸어 본다.
더 나아가 내가 하는 일이 내가 하고싶은 일이 되어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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