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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평점 :
☑️ 정치와 자신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 정치는 재미없고 따분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정치에 다가가고 싶지만 이론이 어려워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하루는 비슷하게 흘러간다. 일주일 중 이틀은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고, 주말을 제외한 저녁이면 알바를 한다. 늦은 밤, 몸을 씻고 독서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 나의 하루는 끝이 난다.
반복되는 일상 속 조금씩 다른 사건들을 겪으며, 어떤 날엔 인생이 재밌다고, 살만하다고 느끼지만 어떤 날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책상에 앉아 내가 원하는 삶을 떠올린다. 안락하고 재미난 삶, 불안 없이 안정적인 하루,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몇 있는 삶. 하루를 잘 보내고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매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내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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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는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왜 정치적 동물인지, 정치적 동물이란 무엇인지, 정치는 어떤 때에 실현되는지, 삶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책이다. 저자를 따라 걷다보면 정치적 동물이란 무엇인지에 다다라 있다.
p.7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중략)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p.20 인간이 집단생활을 통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생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잘' 살기 위해서이다. (중략) 정치 참여를 못 했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잘' 사는 데 지장이 있다. 자신의 본성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p.53-54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중략)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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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보면 "뜻을 함께 하자."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조정 대신들은 왕의 잘못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뜻을 모으고 상소를 올린다. 현대의 정치도 그렇다. 물론 현대엔 왕이 없고 대통령이라고 해서 엄청난 칭송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보다 더 나은 삶,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친다.
저자는 정치를 설명하기 전,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의 수명이 여타 동물에 비해 길고 두 손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지라도 주변에 다른 인간이 없거나 그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도태 혹은 멸종하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자연스레 공동체를 이루고 정치를 실현한다. 보다 더 나은 삶, 공동의 삶, 잘 빚어진 하루를 만들어 내기 위해.
흔히 정치는 남자들의 것, 재미 없고 따분한 것, 꼰대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정치 참여를 아예 하지 않는 일도 빈번하다. 하지만 나의 하루가 잘 작동하고 타인의 하루 역시 잘 돌아가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정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조금 따분하고 때론 목소리를 내야 하며 피곤한 일일지라도 말이다.
우리 모두에겐 '잘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선 주변을 살펴야 하고 내 의견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정치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