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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지구 - 온난화 시대에 대응하는 획기적 비전
에릭 홀트하우스 지음, 신봉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평점 :
학창시절, 매년 학교에선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가 열렸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2030년 지구의 모습을 그렸다. 몽상은 잘해도 상상력은 부족했던 내게 미래의 지구를 상상하기란 짝꿍의 그림을 슬쩍 보고 감을 잡아 흉내내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거창한 우주 도시를 그렸고,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래를 상상하는 데 있어 아이들은 '지금보다 발전한 지구'의 모습을 그렸다. 누구도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지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2021년 10월 31일, 제26차 유엔기후총회가 열렸다. 당사국들은 탄소배출 및 재해 보상 관련 문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며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넷제로를 선언했고 중국과 미국은 오랜 토론 끝에 협력의 방향을 선택했다(21.11.11.). 전 세계의 목표는 지구 기온 상승 온도를 1.5도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IPCC는 보고서를 내놓고 160개가 넘는 당사국에 탄소 배출과 관련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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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홀트하우스의 <미래의 지구>는 '온난화 시대에 대응하는 획기적 비전'을 내놓는 책이다. 그는 인간이 배출한 탄소와 특히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 가스,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피해국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인간 시스템을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2050년까지의 미래를 구상하고 상상하며, 독자 역시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p.61 기후변화를 재난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가장 큰 재난은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같은 문명적 규모의 위협이 악화되는 것은 부당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곳 권력자들에게는 사려 깊은 생각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과제는 기후변화 같은 구조적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권력 구조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65 우리는 소유의 개념을 버리고 상대방과의, 그리고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와의 의견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한 증상일 뿐이다.
p.95 '기후변화 난민' 같은 건 없다. 유엔은 인간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 만큼 대기나 환경이 위해를 끼치는 주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p.131 끝없은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모델은 지구가 급변하는 시대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가장 가난한 35억 명과 동등한 수준의 부를 소유하고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 중 49%를 차지하는 세상에서, 기후변화는 개인의 선택으로 인해 악화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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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과 석유의 발견은 인류에게 무한한 발전을 주었지만 이는 곧 인류의 종말, 지구의 종말과도 맥을 함께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벌어지는 일들의 책임은 선진국이 아닌 더욱 가난한 나라, 힘 없는 자들이 갖게 된다. 선진국에서 흘러나온 각종 폐수와 탄소, 온실가스는 저 멀리 떨어진 섬나라로 향해 그들을 더욱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힌다.
가끔 바쁜 하루를 보내다 세상의 속도와 내 속도가 맞지 않음을 느낀다.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보내고픈 나와 달리 세상은 빨리빨리를 외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지구, 생물종은 병든다. 인간은 스스로가 자초했다 할지라도 다른 생물종은 무슨 죄란 말인가. 또한 내가 배출한 탄소로 인해 저 멀리에 사는 사람들은 왜 고향을 잃고 집을 잃어야 하는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탄소 배출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내가 나인 것이, 한국 땅에 사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동시에 무얼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마지막에 '애도'와 '상상훈련'을 제안한다. 선진국으로 인해 자연재해를 입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위하여, 나아가 우리 모두 고향을 잃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그의 말대로 개인이 변하면 집단이 변하고 그러면 세상이 변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놓아야 할 것은 무수히 많겠지만 세상엔 빠르게 사는 것만큼이나 느리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시스템을 뒤엎는 일. 그것은 시작이자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