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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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 존재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과 SF소설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 여러 작가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을 통해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SF소설의 폭은 다양하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가 배경이 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지구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소설도 있다. 모든 것이 평범한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로봇이 등장해 인간과 함께 지내거나 인간을 위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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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은 장르 작가와 비장르 작가를 구분하지 않고 SF를 선보이는 '허블 초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며, 앤솔로지다. 과학적 상상력을 주제로 펼쳐지는 소설은 그 자체로 '초월'을 담고 있으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를 통해 공유한다.

p.69 나아가 모든 것은 우주의 먼지일 뿐이었다. 인간의 생장과 죽음은 육신과 정신이라는 놀라운 확률의 질서를 잠시 유지하다가 대부분 철과 인으로 분해되어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순환계에 놓여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죽지 않고, 또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았다.

p.107 "너도 꼴 보기 싫은 거 있으면 여기에 버려. 그런 게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싶은 것들. (중략) 이 호수는 다 먹어치우거든."

p.156 남의 기억을 마음속에 너무 오래 품으면 그 기억은 누구의 기억도 아니게 된다.

p.192 최도혁의 변이는 그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었다. 그것은 최도혁 본인이 사랑하고 아끼던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즉, 최도혁의 삶은 단 한 번도 바란 적이 없고 사랑한 적이 없던 걸로 정의되었다.

p.275 "두려움은 조금 복잡해요. 동일하고 연속적인 존재지만 동시에 제가 알던 그 존재가 아니기도 하다는 것. 저를 포함해 메란드가의 모든 것을 모른 채 자랄 거고, 저만 일방적으로 그 존재를 기억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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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앤솔로지인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을 통해 읽어낸 건 현재 우리의 모습이었다. 예지를 통해 미래를 보게 되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긴 예지, 우다영). 무엇이든 집어 삼켜 없애버리는 고요한 호수 속 던져진 마음(돌아오는 호수에서, 조예은)과 누군가의 기억을 공유하며 지워져가는 부분들을 상상하고 복구하려는 로봇들, 그리고 기억으로나마 죽은 딸을 추억하려는 사람(슬프지 않은 기억칩, 문보영). 바이러스로 인해 괴물이 되었으나 끝내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모습(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심너울)과 외계 행성과 지구와의 관계를 사후세계 또는 영혼의 존재로 재해석한 이야기(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 박서련)까지. 모든 이야기는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지금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인간이 가져야 할 고민을 말하고 있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다른 작품들의 프리퀄이다. 그 작품들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고, 작가의 상상력은 계속해서 피어날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는, 현재의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게 될까. 예지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고 바꿀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선 모두를 사랑하고 인간이 별 거 아닌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면. 누군가의 고유한 기억을 더 이상 내 것으로 두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온전히 내가 될 수 없다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를 잃어야 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지구가 누군가에겐 삶의 두 번째 장소가 된다면.

SF를 포함한 모든 소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상상과 반성을 전재로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나은 삶'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삶이 포함된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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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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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가진 사랑을 믿는 사람,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인간의 상상력엔 끝이 없고 때론 그것이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생존에 유리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인류는 유희를 찾고, 현재 너머의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과거 SF소설은 '공상 과학 소설'로 불렸지만 최근엔 '과학 소설'로 불린다. 즉 SF소설이 그려내는 세계가 더 이상 '공상' 아닌 현실 세계에 발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존재, 인간보다 똑똑한 머리를 가진 AI. 소설 속에서 그러한 존재들은 인간에 맞서는 대상으로 그려졌고 때론 인간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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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십대 청소년과 '콜리'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 평생을 경주마로 살다 죽을 위기에 처한 말 '투데이'가 주인공이다. 각 인물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대립 아닌 사랑을 지향한다. 로봇과 함께 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의 실수로 만들어진 '콜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마음으로 '투데이'와 '은혜', '보경'과 '지수', 그리고 '연재'를 사랑한다.

p.205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중략)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285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p.302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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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가 달릴 때 느껴지는 진동과 인간이 행복함을 느낄 때 발산하는 진동은 같다. '콜리'는 그것을 아주 선명하게 느끼고 호흡을 통해 살아 있음과 살아 있는 것의 행복을 느낀다.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에서도 도박을 잃지 못하는 인간과 그것으로 인해 피해 받는 동물들. 고작 세 살 밖에 되지 않은 투데이는 인간으로 인해, 인간 때문에 자유를 잃는다. 그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잘못을 인지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소리를 쳐서라도 잘못을 알리고 함께하는 것. 하지만 세상은 그리 따스하지 않고 노력의 결과가 긍정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간 세상에서 콜리는 인간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자신을 알아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말과 알지 못하는 말, 살아 있다는 것과 호흡한다는 것, 사랑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그리하여 콜리는 모두를 위한 선택을 내린다. 수스로를 아까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으며, 담담하고도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가진 사랑의 방식을 택한다.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천선란 작가는 인간이 가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그려낸다. 또 로봇이 일상화된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인간 아닌 존재가 되어 인간 삶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과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언캐니밸리의 감정보단 인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상상을 통해 지금 여기를 바라보게 한다.

SF소설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그림으로써 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인간이 가진 가장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사랑은 너무 자주 쓰여 때론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결국 남는 것 역시 사랑이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바라보게 하는 마음. <천 개의 파랑>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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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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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정상가족 #김희경 #동아시아

☑️ 가족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싶은 사람,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싶은 사람, 삶에 놓인 수많은 경계를 지우고 싶은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새로운 모습으로 살 붙이고 돌아온 <이상한 정상 가족>. 처음 책이 나왔던 4년 전과 그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동학대는 여전히 지속되고 가정폭력은 드라마에서 '클리셰'로 쓰일 만큼 잦으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경계가 더욱 진해지는 요즘, 우리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무언가를 바꾸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습관을 들이기엔 긴 시간이다. 습관을 들이려면 잘못을 알아야 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것이 가능한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고개를 바로 세우며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의아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을 무시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책은 여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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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폭력의 문제에서 시작해 미혼모 문제를 거쳐, 한국의 잘못된 가족주의를 지적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정상가족'에 속하지 못해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 나아가 '비정상'의 영역에까지 속하기 된 사람들을 주목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차분히 짚어간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가족주의의 민낯을 살핀다.

p.101 사회 양극화와 가족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구조, 자녀 양육이 거의 전적으로 핵가족 내 부모의 성별 분업에 달려 있고,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없는 자녀는 정상적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기 힘든 사회 구조. 이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아이들이 깔려 목숨을 잃고 있다.

p.121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결혼=출산'의 등식이 지나치게 확고한 탓에 제도의 바깥에서 출산함으로써 가족의 순수함을 훼손했다고 여겨지는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제도적, 사회적 차별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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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를 해외에 소개할 때 '정' 문화를 예로 들기도 한다. 외국인들 역시 한국인은 정이 많다며 그 문화를 치켜세우지만 어쩐지 나는 한국의 정 문화가 불편하고 버겁다. 정이라는 이름 하에 가해지는 폭력들. 어쩌면 오지랖과 간섭에 가까운 그것은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가령 책에서도 나와 있듯 식당 종업원을 '이모'라고 부르거나 어르신에게 '아버님' 혹은 '어머님'과 같은 호칭을 쓰는 게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나 정 많은 사람들이 왜 '정상가족' 아닌 이들에겐 그다지도 매정한 걸까.

다양한 문제가 있고 해결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지만 어른 속엔 아이가 존재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은 평생을 좌우하고 그걸 바꾸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나누는 것이며, 부모들은 왜 자신들이 낳았다는 이유로 자녀를 학대하고 방치하는가. 부모에겐 정말 그럴 '자격'이 있는가. 아이들은 소유물이 아니고 하나의 인격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걸 자주 잊는다. 상처 속에서 자란 아이는 상처를 가진 어른으로 큰다. 그 어른은 평생을 상처와 함께 살다 간다. 우리가 그은 잘못된 선과 규칙 때문에, 누군가는 그렇게 아프게 살아간다.

정상의 경계를 넘어서, 라고 쓰려다 '정상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경계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다수와 소수, 정상과 비정상, 중심과 주변부는 모두 같다. 그것들은 하나만을 옳은 것으로 두고 다른 것은 배척하는 성향이 있다. 중심이 되지 못하거나 다수에 속하지 못하면, 다소 정상적이지 않으면 소외되고 밀려난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소수자이며 같을 수 없다고 본다. 설령 생존을 위해 택한 삶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인간이 좋다가도 싫고, 그러다가 희망을 가지고 또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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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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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인간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하루에도 몇 번, 매체를 통해 '메타버스'를 접한다. 게임 <포트나이트>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콘서트, 메타버스와 관련된 주식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메타버스가 무엇이냐 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잘 모르겠다."고 말할 것 같다. 주로 '현실화' 혹은 '가능성'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 메타버스. 그것은 '메타버스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나'를 끊임없이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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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타버스 사피엔스>는 우리 삶에 도래한 메타버스에 관한 책으로, 뇌과학자이자 카이스트 교수인 김대식 저자가 집필했다. 총 일곱 개의 목차는 탈현실화와 뇌가 만들어내는 현실, 기계가 만들어내는 현실,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거쳐 메타버스의 전망에 다다른다.

p.10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팬데믹 이후, 즉 포스트팬데믹 시대도 초가속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팬데믹이 없었다면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또는 그보다 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이 2, 3년 만에 벌어지는 초가속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p.28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은 세상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인풋이 아니라, 우리 뇌의 해석을 거친 결과물, 즉 아웃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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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코로나는 많은 것을 앞당기고 변화시켰다. 세계화를 향하던 걸음은 탈세계화, 즉 국가 간의 담을 높였고 몇 십 년 후에 도래할 것이라 예측했던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현실에 다다랐다.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 속 세상 혹은 인공지능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마주 보고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라 믿고 있는 현실은 뇌를 거쳐 탄생하는 하나의 아웃풋이다. 아웃풋 속에서 인간은 인터넷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만든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편을 갈랐고 그것은 인터넷 속 세상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필터버블, 이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정보. 이로 인해 이용자는 스스로 선호하는 정보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인터넷의 발명은 또 다른 가치 전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플랫폼 속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한 인간의 내면과 상상력에 대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까. 그곳에서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찾을까. 인간의 뇌는 경험에 비례하여 정체성을 결정하고, 메타버스 속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나'로 존재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와 능력을 경험한 사람의 정체성은 더욱 크고 폭 넓다. 만약 메타버스가 눈앞의 현실이 된다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내가 많아진다면, 그것은 독일까 득일까.

과거 유목 생활을 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정착'과 함께 거대한 변화를 낳게 된다. 정착은 토지의 가치를 알게 하고 문명을 발생시켰으며 종교와 전쟁,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낳았다. 수많은 '나'들이 존재하는 메타버스는 어떤 결과를 이룩하게 될까. 메타버스에서 '나'는 얼마나 큰 세계를 경험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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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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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바라는 사람, 팬데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하는 사람, 살아 숨쉬듯 생생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집을 나서기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딜 가든 휴대폰을 꺼내 큐알코드를 보여주고 집이 아닌 곳에선 기침하기를 꺼리거나 숨긴다.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소외된다.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사망한 사람들,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팬데믹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옅어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상상력의 뿌리는 현실에 있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한 가지 이유와 목적을 제시한다. 묵시론적 디스토피아 소설의 매력과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이라 답한다. 동시에 작가는 그렇기에 이야기는 희망으로 끝나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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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 리의 <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는 감염병의 유행과 사이비 종교 교주의 횡포, 그 속에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세상을 위하는 일과 그렇지 않는 일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두뇌와 신경조직을 점진적으로 감염시키는 프라이온의 유행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신천국을 내세우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교주 매그너스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때 매그너스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신천국에 진심이었던 윈터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 속에서 매그너스가 벌인 추악한 사실을 알게 된다.

p.106 한때는 내게도 목표가 있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거짓말도 믿었다. 천국에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장은 없고, 매일매일 신앙으로 갈구하고 노력해야 내 것이 된다는 그 자리. (중략) 하지만 난 더 이상 선택받은 자가 아니다. 실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한, 75억 인구 중 한 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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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러울 때면 사이비 종교 혹은 예언이 등장한다. 예언가들은 지구의 종말을 예측하거나 전염병의 유행을 말하고 사람들은 '설마' 하면서도 그것들에 귀 기울인다. 우리를 스쳐간 많은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은 교주를 신격화하며 신도들을 죄인 취급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천국 또는 새로운 세상을 앞세워 신도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희망 아닌 썩은 동아줄에 가깝지만, 이미 동요된 사람들 눈에 그것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과 같다. 누군가는 신도들을 보고 멍청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나쁜 건 교주다. 사람들은 힘든 마음을 털어놓거나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고자 할 때 종교를 찾는다. 사이비 종교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착취하고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길들이며 때론 성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종교는 하나의 사업이자 돈벌이 수단이며 나아가 세상을 망가뜨리는 전염병과도 같다.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희망으로 끝나야 하는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상황에만 머물러야 하며,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결말을 맺어야 한다. 이러한 지점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희망이라는 결말은 인류가 원하는 결말이자 가장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설은 그러한 꿈을 이야기하고 그려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희망으로 끝나야 하는 결말. 이것은 곧 소설의 목표이자 출발점이며, 지금 우리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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