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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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가진 사랑을 믿는 사람,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인간의 상상력엔 끝이 없고 때론 그것이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생존에 유리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인류는 유희를 찾고, 현재 너머의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과거 SF소설은 '공상 과학 소설'로 불렸지만 최근엔 '과학 소설'로 불린다. 즉 SF소설이 그려내는 세계가 더 이상 '공상' 아닌 현실 세계에 발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존재, 인간보다 똑똑한 머리를 가진 AI. 소설 속에서 그러한 존재들은 인간에 맞서는 대상으로 그려졌고 때론 인간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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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십대 청소년과 '콜리'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 평생을 경주마로 살다 죽을 위기에 처한 말 '투데이'가 주인공이다. 각 인물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대립 아닌 사랑을 지향한다. 로봇과 함께 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의 실수로 만들어진 '콜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마음으로 '투데이'와 '은혜', '보경'과 '지수', 그리고 '연재'를 사랑한다.

p.205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중략)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285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p.302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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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가 달릴 때 느껴지는 진동과 인간이 행복함을 느낄 때 발산하는 진동은 같다. '콜리'는 그것을 아주 선명하게 느끼고 호흡을 통해 살아 있음과 살아 있는 것의 행복을 느낀다.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에서도 도박을 잃지 못하는 인간과 그것으로 인해 피해 받는 동물들. 고작 세 살 밖에 되지 않은 투데이는 인간으로 인해, 인간 때문에 자유를 잃는다. 그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잘못을 인지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소리를 쳐서라도 잘못을 알리고 함께하는 것. 하지만 세상은 그리 따스하지 않고 노력의 결과가 긍정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간 세상에서 콜리는 인간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자신을 알아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말과 알지 못하는 말, 살아 있다는 것과 호흡한다는 것, 사랑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그리하여 콜리는 모두를 위한 선택을 내린다. 수스로를 아까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으며, 담담하고도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가진 사랑의 방식을 택한다.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천선란 작가는 인간이 가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그려낸다. 또 로봇이 일상화된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인간 아닌 존재가 되어 인간 삶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과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언캐니밸리의 감정보단 인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상상을 통해 지금 여기를 바라보게 한다.

SF소설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그림으로써 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인간이 가진 가장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사랑은 너무 자주 쓰여 때론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결국 남는 것 역시 사랑이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바라보게 하는 마음. <천 개의 파랑>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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