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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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바라는 사람, 팬데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하는 사람, 살아 숨쉬듯 생생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집을 나서기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딜 가든 휴대폰을 꺼내 큐알코드를 보여주고 집이 아닌 곳에선 기침하기를 꺼리거나 숨긴다.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소외된다.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사망한 사람들,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팬데믹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옅어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상상력의 뿌리는 현실에 있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한 가지 이유와 목적을 제시한다. 묵시론적 디스토피아 소설의 매력과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이라 답한다. 동시에 작가는 그렇기에 이야기는 희망으로 끝나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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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 리의 <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는 감염병의 유행과 사이비 종교 교주의 횡포, 그 속에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세상을 위하는 일과 그렇지 않는 일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두뇌와 신경조직을 점진적으로 감염시키는 프라이온의 유행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신천국을 내세우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교주 매그너스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때 매그너스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신천국에 진심이었던 윈터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 속에서 매그너스가 벌인 추악한 사실을 알게 된다.

p.106 한때는 내게도 목표가 있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거짓말도 믿었다. 천국에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장은 없고, 매일매일 신앙으로 갈구하고 노력해야 내 것이 된다는 그 자리. (중략) 하지만 난 더 이상 선택받은 자가 아니다. 실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한, 75억 인구 중 한 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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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러울 때면 사이비 종교 혹은 예언이 등장한다. 예언가들은 지구의 종말을 예측하거나 전염병의 유행을 말하고 사람들은 '설마' 하면서도 그것들에 귀 기울인다. 우리를 스쳐간 많은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은 교주를 신격화하며 신도들을 죄인 취급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천국 또는 새로운 세상을 앞세워 신도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희망 아닌 썩은 동아줄에 가깝지만, 이미 동요된 사람들 눈에 그것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과 같다. 누군가는 신도들을 보고 멍청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나쁜 건 교주다. 사람들은 힘든 마음을 털어놓거나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고자 할 때 종교를 찾는다. 사이비 종교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착취하고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길들이며 때론 성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종교는 하나의 사업이자 돈벌이 수단이며 나아가 세상을 망가뜨리는 전염병과도 같다.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희망으로 끝나야 하는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상황에만 머물러야 하며,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결말을 맺어야 한다. 이러한 지점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희망이라는 결말은 인류가 원하는 결말이자 가장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설은 그러한 꿈을 이야기하고 그려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희망으로 끝나야 하는 결말. 이것은 곧 소설의 목표이자 출발점이며, 지금 우리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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