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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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싶은 사람,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싶은 사람, 삶에 놓인 수많은 경계를 지우고 싶은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새로운 모습으로 살 붙이고 돌아온 <이상한 정상 가족>. 처음 책이 나왔던 4년 전과 그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동학대는 여전히 지속되고 가정폭력은 드라마에서 '클리셰'로 쓰일 만큼 잦으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경계가 더욱 진해지는 요즘, 우리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무언가를 바꾸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습관을 들이기엔 긴 시간이다. 습관을 들이려면 잘못을 알아야 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것이 가능한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고개를 바로 세우며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의아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을 무시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책은 여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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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폭력의 문제에서 시작해 미혼모 문제를 거쳐, 한국의 잘못된 가족주의를 지적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정상가족'에 속하지 못해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 나아가 '비정상'의 영역에까지 속하기 된 사람들을 주목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차분히 짚어간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가족주의의 민낯을 살핀다.

p.101 사회 양극화와 가족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구조, 자녀 양육이 거의 전적으로 핵가족 내 부모의 성별 분업에 달려 있고,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없는 자녀는 정상적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기 힘든 사회 구조. 이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아이들이 깔려 목숨을 잃고 있다.

p.121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결혼=출산'의 등식이 지나치게 확고한 탓에 제도의 바깥에서 출산함으로써 가족의 순수함을 훼손했다고 여겨지는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제도적, 사회적 차별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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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를 해외에 소개할 때 '정' 문화를 예로 들기도 한다. 외국인들 역시 한국인은 정이 많다며 그 문화를 치켜세우지만 어쩐지 나는 한국의 정 문화가 불편하고 버겁다. 정이라는 이름 하에 가해지는 폭력들. 어쩌면 오지랖과 간섭에 가까운 그것은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가령 책에서도 나와 있듯 식당 종업원을 '이모'라고 부르거나 어르신에게 '아버님' 혹은 '어머님'과 같은 호칭을 쓰는 게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나 정 많은 사람들이 왜 '정상가족' 아닌 이들에겐 그다지도 매정한 걸까.

다양한 문제가 있고 해결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지만 어른 속엔 아이가 존재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은 평생을 좌우하고 그걸 바꾸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나누는 것이며, 부모들은 왜 자신들이 낳았다는 이유로 자녀를 학대하고 방치하는가. 부모에겐 정말 그럴 '자격'이 있는가. 아이들은 소유물이 아니고 하나의 인격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걸 자주 잊는다. 상처 속에서 자란 아이는 상처를 가진 어른으로 큰다. 그 어른은 평생을 상처와 함께 살다 간다. 우리가 그은 잘못된 선과 규칙 때문에, 누군가는 그렇게 아프게 살아간다.

정상의 경계를 넘어서, 라고 쓰려다 '정상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경계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다수와 소수, 정상과 비정상, 중심과 주변부는 모두 같다. 그것들은 하나만을 옳은 것으로 두고 다른 것은 배척하는 성향이 있다. 중심이 되지 못하거나 다수에 속하지 못하면, 다소 정상적이지 않으면 소외되고 밀려난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소수자이며 같을 수 없다고 본다. 설령 생존을 위해 택한 삶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인간이 좋다가도 싫고, 그러다가 희망을 가지고 또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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