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의 빛 - 빛의 세계에서 전해 주는 삶을 위한 교훈
로라 린 잭슨 지음, 서진희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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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이의빛 #로라린잭슨 #나무의마음

💟 추천 독자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 영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뛰어난 촉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 삶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후기
오늘과 내일의 생을 가로지는 건 바로 지금

타인의 미래를 예측하고 과거를 생생하게 느끼며, 누군가에게 닥칠 사고와 죽음을 미리 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누구에게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인간은 미래를 알고자 한다.

타인의 삶을 알고 개인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를 몸으로 느낀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가까운 이의 죽음을 꿈으로 예측하고 그들에게 당부를 전하는 일. 그것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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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린 잭슨의 ≪우리 사이의 빛≫은 영매로서의 재능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재능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는 에세이다. 어린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감각을 지닌 저자는 자신이 가진 감각과 재능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주변 이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확신을 통해 영매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영매로서의 삶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p.59 조니를 떠올리면 나는 여전히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마음 깊이 알 수 있었다. 이런 인연은 언제나 한쪽 또는 양쪽 모두에게 어떤 가르침이나 교훈이 있기 마련이다. 훗날 조니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기뻤다.

p.141 "난 그가 한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수년 동안, 어쩌면 수십 년 동안, 심지어 그 사람이 죽고 난 이후에도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어느 때는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저세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제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 세상 이후까지 이어지며 용서의 필요성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교훈을 배우지 않으면 빛의 길을 따라갈 수도, 참되고 진정한 자신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건 용서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용서를 구하는 일 역시 너무 늦은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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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불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만, 타인의 삶을 알고 그들에게 닥칠 불행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영매인 로라는 단순히 미래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가진 기질과 감정을 느끼며 온몸으로 감응한다.

로라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살한 아버지의 시신이 언제쯤 발견될지를 유가족에게 알리며, 그가 자살을 선택하고 강에 뛰어든 순간 그것을 후회했다는 것 역시 알린다. 강하게 밀려오는 사실과 감정에 앞서기보다는 남은 유가족을 생각하며 말이다.

타인의 감정에 섞인다는 것은 보다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데 도모하지만, 불행에 대한 예측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꿈과 불안은 로라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로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그들의 아픔과 행복에 자신의 힘을 보탠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다양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 소중한 자를 위한 마지막 마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은 죽음 이후에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이런 우리에게 로라는 고등학생 시절 만난 친구의 죽음을 언급하며, 죽은 그가 잘 지내고 있음을,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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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듯 부드럽게 읽히는 책. 동시에 남몰래 궁금해 했던 것이 실은 달콤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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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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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세계의마지막소년이라면 #알렉산더케이 #허블

💟 추천 독자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이 궁금한 사람,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한 줄기 희망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후기
증오와 불신으로 물든 세계의 끝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희망의 시작

디스토피아와 아포칼립스는 SF 장르 혹은 판타지 장르에 자주 등장한다. 그것들은 대개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시작되고, 인간의 작지만 거대한 욕망은 또 다른 인간을 희생시키고 분열하게 하며 때론 세상을 종말에 이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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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케이의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미래 소년 코난’의 원작 소설이자 인간의 욕망과 무지함, 갈등을 그려내는 소설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하이하버‘와 ’인더스트리아‘를 통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을 그려내고, ’라나‘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해일 이후 무인도로 떠내려간 코난과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인더스트리아의 사람들이 애타게 찾는 브라이언 로악까지. 작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통해 세대 갈등과 기후 재난, 폐허가 된 세상을 그려내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세상의 재건을 꿈꾸는 이들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보여준다.

p.162 "여기서는 '시각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필수란다." 스승님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았니? 네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면, 네가 나를 매우 열심히 생각해서 내 모습이 눈에 선해져야만 되는 거야."

p.171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는 도와야 하는 법이야.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크나큰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니.“

p.215 ”왜, 폭력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이성 앞에서 비이성이, 또는 진실 앞에서 권력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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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의 세상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려내는 이 소설은 인간 사이의 갈등, 인간의 욕망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인간의 욕망은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재난을 초래하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한 해일은 세상을 집어삼킨다.

해일 이후 망가진 세상을 재건하겠다는 ‘인더스트리아’의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청년세대에게 넘기는 대신 무조건적인 굴복을 요구하고, 이러한 기성세대의 태도는 청년세대로 하여금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서로를 향한 감시와 공포 정치로 이어지는 ’인더스트리아‘의 체제와 태도는 무너진 세상에서 발생하는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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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그려내는 갈등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나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과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기후위기,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갈등, 제대로 된 지도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기득권층의 무지함. 소설은 코난과 라나, 브라이언 로악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인간이 가진 무지함과 욕망을 그려낸다.

동시에 작가는 코난과 라나를 통해 청년세대의 적극성을 드러내고, 여성 캐릭터인 라나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냄으로써 여성이 남성의 도움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만 머무르지 않게 한다(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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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과 ‘지금, 여기’를 포함한다. 알렉산더 케이가 그려낸 아포칼립스는 지금 우리에게 선명하게 와닿고, 이것은 곧 또 다른 ‘목소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더 많은 코난과 라나, 브라이언 로악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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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필요한 시간 -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 초밀착 길 안내서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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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필요한시간 #궤도 #동아시아

💟 추천 독자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의 애청자, 과학에 쉽게 다가서고 싶은 사람, 한 번쯤은 세상을 과학으로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후기
모든 발견은 실패로부터, 그 실패는 틀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으로부터

어릴 적 내게 과학은 재미있지만 어려운 것, 그렇기에 끝내 친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수업을 들을 때는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시험을 칠 때면 이해되지 않고 외울 것도 많았던 과목. 과학을 향한 나의 관심은 점점 떨어지는 과학 성적과 함께 멀어졌고, 한동안 나는 과학을 미워했었다.

그랬던 내가 과학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건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과 삶 곳곳에 나타나는 사건들, 현상들 때문이었다. 타고난 문과인 내가 나와 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두드린 과학의 문은 다정하고 솔직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과학적 지식을 쉬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문과적 감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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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과학적 영역과 탐구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으로 총 다섯 개의 부로 이루어진다. 다섯 개로 이루어진 각각의 부는 과학적 사실과 함께 인간 삶을 돌아보고, ‘무한한 우주에서 나를 찾는 길’을 제시한다.

p.22 그럼 미래를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고, 사고의 영역을 줄여야 한다. 우주가 결정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대화하는 상대방이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p.177 만약 우주가 홀로그램이라면, 그곳에 빨려 들어간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마 평소와 다름없는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바깥에서 보면 2차원의 평평한 모습이겠지만, 같은 차원인 내부에서는 어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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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블랙홀에 관한 부분. 얼마 전 역주행한 가수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블랙홀을 설명하는 과학 용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만약 우주에 어마어마하게 큰 질량의 천체가 존재하고, 이 막대한 질량이 중력에 의해 중앙으로 모이고. 그 주위에 구 형태의 가상의 경계가 만들어지고, 어떤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가 곧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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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대통합의 시대에서, 타고난 문과인 나는 과학 속에서도 문과적 감성을 느낀다. 수많은 과학 이론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치기 않고 스스로의 생각과 과정을 믿었던 과학자들. 책 속에 든 과학 이론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가는 말’에서 언급한 ‘실패’에 대한 궤도의 생각처럼, 그리고 과학자들이 이뤄낸 수많은 실패과 발견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야말로 과학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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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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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약기나긴악연의역사 #백승만 #동아시아

💟 추천 독자
전쟁과 약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 약의 탄생 과정이 궁금한 사람,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잔혹성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후기
인기 강의 교수의 입을 통해 듣는 전쟁과 약의 관계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혹한 호기심

약의 목적은 무엇에 있을까.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고, 진료를 마친 의사와 통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약사는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하거나 건넨다.

아픈 몸을 낫게 하거나 진통을 잊게 해주는 약은 그 자체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때론 사람의 몸을 낫게 하는 약(약물)이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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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만 교수가 쓴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는 전쟁 속에서 약이 탄생한 배경과 약이 전쟁에서 쓰였던 사례, 전쟁으로 인해 발발한 질병과 그와 관련된 약에 대한 이야기와 설명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타이레놀과 한 번 쯤은 들어봤을 펜타닐과 페니실린, 모르핀까지. 저자는 약과 전쟁, 질병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버무리며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써내려간다.

p.25-26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다. (중략) 우리는 항상 전쟁하고 있다.

p.61 즉, IS 대원들은 작전에 임하기 전 무시무시한 각성제를 두 가지나 먹고 시작했다는 것인데, 암페타민을 진한 커피에 타 먹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p.295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 레이먼드 소벨이라는 의사는 ‘고참 병장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썼다. 초기에 의욕 넘치고 실력 있는 신참이 늘어지는 전쟁에 지치는 현상을 말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우는 죽어가며 남아 있는 동료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 동료들도 언젠가는 죽게 되며 새로운 신참들로 채워진다. 그래도 살아 남은 고참 병장은 새로운 신참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이미 상처 입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공포에 외로움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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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질병, 약의 개발은 서로 맞물리며 작동해왔다. 약은 다친 사람들을 낫게도 했지만 때론 한 마을을 전멸시킬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을 죽게도 했고,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투하해 많은 이들을 사망에 이르게도 했다.

모든 약에는 적정치가 있고 복용하기 전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할지라도 몸에 맞지 않거나 기존에 복용하던 약과 성분이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성 약은 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책의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고참 병장 증후군’을 다루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전쟁의 상황에서 주변의 동료들이 죽고 나 혼자 남았을 때, 더 이상 그 상황과 내일에 대한 기대가 죽어가는 마음. 나는 어쩐지 그 고참 병사의 모습이 우리의 오늘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저자의 말대로 전쟁은 계속된다. 전쟁은 다양한 얼굴을 한 채 인간 삶에 녹아 있고 그 속에서 인간은 적응하거나 도태되거나 죽거나 다치거나 살거나 그럴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전쟁이 하루 빨리 잦아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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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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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너머에신이있다면 #김준녕 #허블

💟 추천 독자
지구의 종말을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 있는 사람, 희망이 가진 다양한 모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우주의 끝에 다다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소개
지구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을 때에도 삶은 계속된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있어 삶은 목적은 ‘삶’에 있다고, 언젠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은 적 있다. 수많은 생물종 중에서도 인간은 유독 삶의 의미, 삶의 목적, 존재의 이유를 묻고 탐구하지만 모든 삶의 목적은 결국 삶 그 자체, 즉 살아가는 것에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라는 종에게, 언젠가는 종말이 도래할까? 삶의 의미를 묻는 인간에게, 나 또한 그러한 인간 중 한 명으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은 위해 노력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고, 유행에 따르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이러한 하루하루에 어느 날 종말이 온다면.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난이 닥치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던 이들과 더 이상 음식을 나눠 먹지 못한 채 서로의 살점을 뜯어야 한다면. 그런 게 곧 일상이 된다면.

지구를 온통 인류의 것이라 여기는 인류라는 종에게 묻는다. 인류에게 있어 지구는, 삶은 영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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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녕 소설가의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은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작품이자 지구 밖 막 너머에 닿고자 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은 SF소설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난과 식량난을 이기지 못해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른 인간.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주에 가려는 사람들과 우주선 ‘무궁화호’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생존극. 소설은 짧지 않은 분량을 통해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계급의 문제, 정치적 상황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낸다.

p.112 가족은 전혀 그립지 않았다. 다만, 지구가 그리웠다. 지구의 자연이 그리웠다. 넓은 하늘 아래에서 흙을 밟고 싶었다. 우주선에 타고 있던 모든 아이가 그랬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주로 나왔지만, 여전히 배고픔은 우리 곁을 맴돌았다. 생명체의 저주라 생각될 정도였다. 배고픔을 느낀 생명체들은 모두 태곳적 야수의 모습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p.165 “지구에서 벗어난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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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은 1부(분기점0)와 2부(분기점1)로 이야기가 나뉜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기점0’에서 ‘나’를 포함한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에 몸을 싣고, ‘분기점2’에서 ‘나’를 포함한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 내에서 반란을 일으킨다(참고로 ‘분기점0’의 ‘나’와 ‘분기점1’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은 그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혹은 자신과는 다른 인간을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살아남기 위해 다시 피비린내 나는 현장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때에도 계급은 존재하고 누군가는 평생 노동하다 죽는 삶을, 누군가는 윤락을 즐기며 살다 죽는 삶을 살아간다.

모든 삶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이러한 사실 혹은 생각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약자들 간의 연대가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등하지 않다는 건 결국 차등이 있다는 것이고, 차등이 있다는 건 차별이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동등하지 않은 삶은 불행을 안고 가고, 그 동등하지 않음을 정치로써, 법으로써 균형 있게 조절할 때 삶은 비로소 동등에 가까워진다.

모든 삶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개인과 사회가 잘 작동할 때 우리 삶은 비로소 안전해지고 괜찮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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