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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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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지구의 종말을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 있는 사람, 희망이 가진 다양한 모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우주의 끝에 다다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소개
지구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을 때에도 삶은 계속된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있어 삶은 목적은 ‘삶’에 있다고, 언젠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은 적 있다. 수많은 생물종 중에서도 인간은 유독 삶의 의미, 삶의 목적, 존재의 이유를 묻고 탐구하지만 모든 삶의 목적은 결국 삶 그 자체, 즉 살아가는 것에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라는 종에게, 언젠가는 종말이 도래할까? 삶의 의미를 묻는 인간에게, 나 또한 그러한 인간 중 한 명으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은 위해 노력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고, 유행에 따르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이러한 하루하루에 어느 날 종말이 온다면.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난이 닥치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던 이들과 더 이상 음식을 나눠 먹지 못한 채 서로의 살점을 뜯어야 한다면. 그런 게 곧 일상이 된다면.
지구를 온통 인류의 것이라 여기는 인류라는 종에게 묻는다. 인류에게 있어 지구는, 삶은 영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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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녕 소설가의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은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작품이자 지구 밖 막 너머에 닿고자 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은 SF소설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난과 식량난을 이기지 못해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른 인간.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주에 가려는 사람들과 우주선 ‘무궁화호’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생존극. 소설은 짧지 않은 분량을 통해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계급의 문제, 정치적 상황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낸다.
p.112 가족은 전혀 그립지 않았다. 다만, 지구가 그리웠다. 지구의 자연이 그리웠다. 넓은 하늘 아래에서 흙을 밟고 싶었다. 우주선에 타고 있던 모든 아이가 그랬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주로 나왔지만, 여전히 배고픔은 우리 곁을 맴돌았다. 생명체의 저주라 생각될 정도였다. 배고픔을 느낀 생명체들은 모두 태곳적 야수의 모습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p.165 “지구에서 벗어난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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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은 1부(분기점0)와 2부(분기점1)로 이야기가 나뉜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기점0’에서 ‘나’를 포함한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에 몸을 싣고, ‘분기점2’에서 ‘나’를 포함한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 내에서 반란을 일으킨다(참고로 ‘분기점0’의 ‘나’와 ‘분기점1’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은 그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혹은 자신과는 다른 인간을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살아남기 위해 다시 피비린내 나는 현장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때에도 계급은 존재하고 누군가는 평생 노동하다 죽는 삶을, 누군가는 윤락을 즐기며 살다 죽는 삶을 살아간다.
모든 삶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이러한 사실 혹은 생각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약자들 간의 연대가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등하지 않다는 건 결국 차등이 있다는 것이고, 차등이 있다는 건 차별이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동등하지 않은 삶은 불행을 안고 가고, 그 동등하지 않음을 정치로써, 법으로써 균형 있게 조절할 때 삶은 비로소 동등에 가까워진다.
모든 삶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개인과 사회가 잘 작동할 때 우리 삶은 비로소 안전해지고 괜찮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