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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정교영 지음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인간의 성격은 다양하다. 생김새 역시 다양하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것들을 크게 보면 조금씩 무리가 지어지고 '성향'이 나타난다. A보단 B를 좋아하는 집단, 나서기보단 물러나서 지켜보길 좋아하는 집단, 외향적이기 보단 내향적인 집단처럼.
내가 어릴 적 친구들은 혈액형을 물어봤다. "너 A형이지?" 친구들의 물음과 달리 내 혈액형은 B형이었고 아이들은 크게 놀라며 "네가?" 했다. 아이들이 내게 혈액형을 물어본 데에는 내 피를 알고 싶어서라기 보단 그 속에 담긴 성격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나는 나를 향한 그런 재단에 일찌감치 지쳐버렸고,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MBTI 검사 결과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모두 다른 개인을 몇 가지 문항 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로 인해 찍힐 낙인이 더 싫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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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는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이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내향적인 성격 탓에 받은 오해와 편견, 고충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넘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p.77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연결하는 지점, 중간 어디쯤 속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극단적인 내향인과 극단적인 외향인은 흔하지 않다. 또한 한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할 때 외향성/내향성 특성뿐만 아니라 나머지 네 가지 요인(개방성, 성실성, 우호성, 신경과민성)들을 함께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p.141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해하고 배려하듯이 나 자신에게도 그러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를 지킬 수 있는 '선'을 명확히 알고, 단호하게 선 긋기를 실천해보자.
p. 175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오해받고, 지적당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큰 상처이다. 다 뜯어보면 모든 인간은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더 많다.
p.188 일주일이 됐든, 하루가 됐든, 아니 하루 5분의 시간이라도 깊은 숨을 내쉬고, 다시 길게 들이쉴 수 있도록 내 안의 텅 빈 공간, 지루한 공간을 허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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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외향인보다는 내향인에, 그들이 삶을 살아가며 겪은 어려움과 그에 대한 해결 방안 혹은 약간의 도움을 이야기 한다. 어릴 때에 비해선 많이 친화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나 여전히 내향적인 나는 책 속에 소개된 내향인들의 삶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다. 거절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저절로 구석을 찾는 모습 등. 책 곳곳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엔 나이가 들며,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괜찮음'을 여러 번 겪으며 사회적 혹은 사색적 내향인이 되었지만 가끔씩 마음이 작아지는 날엔 아주 소심한 내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인간의 뇌는 열에 의해 모양이 잘 변하는 플라스틱처럼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하는 가소성이 있다(뇌가소성). 그렇기에 주변 상황이나 본인의 의지로 충분히 성격을 바꿀 수 있다. 주변에 나와 맞는 사람을 두고 그들을 통해 괜찮음을 경험하며 스스로도 한 발짝 나아가는 일. 그런 하루를 계속해서 쌓아나가면 언젠가는 외향인도, 내향인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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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웠던 점은, 외향인보다는 내향인을 위한 책이다보니 '외향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완벽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완벽주의가 내향인에게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일까?' 라는 물음이 들었다. 또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라는 말 속에 '내향인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공식이나 편견이 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외향인은 곧 혼자를 못 견디는 사람'으로 읽히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럼에도 나름의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 모두는 내향성과 외향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 그렇기에 한쪽으로 치우친 나를 미워할 필요가 없고 균형을 맞추면 된다는 점. 내향인이라고 마냥 어두운 것도 아니고 외향인이라고 마냥 밝은 것도 아니라는 점, 우리 안엔 어둠과 밝음이 모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