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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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밤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눈 내리고 미끄러운 날들. 다름과 받아들이지 못해 틀린 것이 되어버린 것들, 중심으로부터 밀리고 밀려 주변이 되었다가 소수가 되어버린 것들. 치유 받지 못하고 덮어놓은 상처가 되살아나는 밤들, 지지 않기 위해 이 악 무는 날들. 외로운 밤은 끝나지 않고 그 밤이 쌓인 삶은 다시 한 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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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알비노인 세민과 세민의 엄마 박혜정. 세민과 동갑인 안빈과 안빈 엄마. 한때 친자매만큼이나 가까웠던 혜정과 안빈 엄마는 그들의 자식인 세민과 안빈을 이유로, 치유 하지 못한 상처와 타오르는 열등감을 이유로 멀어진다.

p.13 어른이 되어본 적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상처가 있는 것을 깨달을 만큼 나이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때론 어른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집요하다.

p.64-65 엄마도 알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 거기거 지옥이란 거. (중략)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참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세민에겐 요한이 있다. 태권도 사범이자 장미(에스더)의 꿈이었고, 육손이이자 성별자였던, 그러나 두 아이를 상해한 살인범인 그. 세민과 요한 사이엔 '다름'이 있었고, 둘은 그것으로부터 오는 상처와 외로움, 견뎌야 할 것을 알아본다.

p.101 요한과 세민은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이었다.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사이란 뜻이었다.

p.111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다 배제하고 보는 건 토끼의 슬픈 생존전략일지도 몰랐다. 아예 소리란 걸 내지 못하는 존재. 그래서 잡아먹히는 순간에까지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존재.

p.256 어쩌면 요한, 간절함에 배반 당하는 순간이 지옥이란 걸 알았기에 우리는 더 간절할 수밖에, 악착같이 간절함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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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혜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친동생처럼 대했던 안빈 엄마는 결국 혜정 대신 제 자식을 택한다. 세민을 잃은 혜정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그 끝은 알 수 없다. 성별자를 기다리며 휴거를 외치는 사람들. 보육원에서의 어느 날, 요한에게서 빛을 봤다는 에스더. 스스로가 가진 힘이 작아진다며 세민이야말로 성별자라고 말하던 요한. 육손이라 놀림 받았고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날들.

<개 다섯 마리의 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치유 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다. 제 아들이 최고라 여기는 안빈 엄마의 내면엔 언니를 대신해 맏이 노릇했던 과거의 자신이 있었고, 아들은 아끼면서도 거리를 두고 때론 남처럼 여기는 혜정에겐 친족 간 성폭행이라는 아픔이 있다. 새하얀 피부와 붉은 눈을 가지고 태어난 세민은 존재 자체로 차별을 당하고, 그 자체가 곧 상처가 된다. 육손이로 태어난 요한과 보육원에서 자란 에스더 역시 외로움이라는 깊은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깊게 곪아버린 사람들. 살기 위해 스스로를 해치고 모른 척 덮어두는 사람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 너무도 간절하여 남들이 틀렸다고, 이단이라고 말하는 것을 믿고자 하는 사람들. 그것들의 가장 아래엔 어떤 얼굴이, 어떤 상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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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과 적당히 떨어져 그들의 상처를 하나씩 보여주는 소설. 가까운 듯 먼 듯 멀찍이 서 있는 소설. 그렇지만 낫지 못한 상처가 너무도 선명한 소설. 그래서 아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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