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도배사 이야기>는 청년 도배사인 저자의 에세이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가 노인복지관을 거쳐 도배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도배사가 된 후의 일상이 담겨 있는 책. 화사한 분홍색 표지를 펼치면 푸릇푸릇한 녹색의 속지가 보이고, 두 색깔이 주는 싱그러움만큼이나 열정 넘치는 하루하루가 글에 녹아 있다.p.46 '기술직'이란 말 그대로 몸으로 터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직업이기에 기술만 완전하게 연마했다면 여타 직업보다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긴 시간 익혀왔기 때문에 하루 이틀의 인수인계만으로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나는 그래서 이 일을 택했다. 기계 부품처럼 쉽게 대체되는 사람, 그래서 홀대 받는 입장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 일을 하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보다 일터에서의 내 존재감이 더 중요했다. p.64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도배사는 벽지를 잘 알고 능숙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늘어나는 벽지, 뻣뻣해서 잘 늘어나지 않는 벽지, (중략) 단기간에는 힘들다. 여러 현장을 거쳐 많은 벽지를 만져보고 작업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p.75 어깨너머로 보았을 때에는 그 하루의 하자 보는 시간이, 그 조금의 책임감이 결국 자신에 대한 평가가 되고 평가가 쌓여 관계성이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p.125 누군가가 보기에는 모두 더러운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하는 '노가다'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이다. (중략) 그러니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나의 한 가지 모습일 뿐이지 내 전부가 아니다.🌿✨🌿✨🌿상위권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으나 그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도배'로 방향을 튼 저자.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고 때론 성차별도 당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한국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과 말을 견디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내다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그는 개선이 필요한 문제도 잊지 않는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 여자 화장실이 없다거나 노동자를 위한 깨끗한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 남들이 노동자를 보고 '노가다'로 부른다고 해서 그들까지 스스로를 '노가다'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점 등을 짚고 넘어 간다.🌿✨🌿✨🌿책을 읽는 내내 아빠가 떠올랐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삼십 년 가까이 일하는 아빠. 다른 아빠들과 달리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여름이면 살이 벌겋게 익다 못해 검게 타버리고, 겨울이면 발가락 동상 걸린 곳이 간지러운. 하지만 아빠는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직업을 부끄러워한 적 없다. 아빠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취업준비생이자 곧 졸업을 앞둔 대학교 사학년. 졸업을 미루기 위해,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일 년 간 휴학을 했으나 돌아보면 뭘 했지 싶은 날들을 보낸 백수. 휴학 기간 중 8개월 간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회사 내의 불합리함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겪었던 알바생. 이런 내게 배윤슬 작가의 책은 깊에 와 닿는다. 하고 싶은 일 이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어느 날의 다짐. 잊었던 마음이 다시금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