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눈부신 파랑 - 2026 뉴베리 대상 수상작 ㅣ 큰곰자리 고학년 12
르네 왓슨 지음, 송예슬 옮김 / 책읽는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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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애도’를 경험했고, 나도 그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눈부신 파랑』을 읽고 나서야 두 단어가 내 삶에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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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슬픔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너무 슬프거나,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 감정을 덮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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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많은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고통스러운 감정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그것을 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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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눈부신 파랑』의 주인공 세이지는 자신의 생일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짝 친구를 잃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나누리라 믿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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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에게 친구의 빈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도 없고, 채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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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이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당장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의 속도로 애도할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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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애도’란 잊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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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잊는다. 잊고, 잊히고, 어느 순간 내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 다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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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에 익숙해져 당신을 잠시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미안해지는 순간도 있다. 평생 기억하고, 평생 슬퍼하고, 평생 사랑할 것처럼 마음먹어도 우리는 그 사람의 죽음 속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다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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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 역시 애도의 한 과정일 것이다.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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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이기에 어린이의 삶과 감정에서 상실과 애도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그 마음은 결코 어린이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세이지의 슬픔을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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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넘어, 상실을 경험한 누구에게나 건넬 수 있는 위로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슬픔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어른에게는 지나온 슬픔을 다시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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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책 곳곳의 ‘여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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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다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고, 숨을 고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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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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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제대로 슬퍼했던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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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이야기를 더 채우기보다 오히려 독자의 마음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준다. 상실과 애도에 대해 서둘러 답을 내리지 않고, 잠시 머물러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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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도에는 이런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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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괜찮아지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르고, 떠나간 사람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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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눈부신 파랑』은 애도와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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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약속을 마음속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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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꼭 안아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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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우리가 잊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잠시 기억을 꺼내지 못했을 뿐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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