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책 어떤 하루의 그림책 3
델핀 페레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온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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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거대한 책』 델핀 페레 / 이온서가

프랑스 작가 델핀 페레의 신작 『거대한 책』은 제목과 상반되는 아주 작고 아담한 판형을 통해 역설적인 미학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책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는 제목이 지닌 ‘거대함’이 물리적 크기가 아닌 그 내면에 담긴 세계의 깊이를 의미함을 직감하게 된다. 여기서 책의 작은 크기는 단순한 형식을 넘어, 독자를 책 속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세밀한 사유를 유도하는 중요한 서사적 장치가 된다.

총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절제된 흑백 드로잉과 따뜻한 붉은색 계열의 배색을 활용해 이야기의 층위를 다채롭게 펼쳐낸다. 작은 페이지 안에서 돋보이는 과감한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이야기의 호흡을 조율하고 감정을 머금는 농밀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은 화면 속 미세한 선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여유 속에서 독자는 감정의 미묘한 파동을 경험하며, 이는 델핀 페레 특유의 간결하고 철학적인 서사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국 『거대한 책』은 외형적 크기를 넘어 형식과 내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하나의 ‘철학적 사유의 장’이다. 작가는 다정한 동물 캐릭터들을 빌려 일상의 사소한 조각들이 우리 내면의 거대한 감정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보는 도구를 넘어, 독자가 마음으로 머무르게 되는 커다란 세계다. 델핀 페레는 말을 아끼되 여운을 길게 남기는 서사의 미학을 담아냈고, 독자는 작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속에 투영된 자신의 광활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책은 그림책의 경계를 확장하며, 작고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수업 시간에 함께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그림책을 만나 더욱 기뻐요.🫶)

#강민정북큐레이터
#거대한책 #이온서가
#Legrosl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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