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l 히가시노 게이노 l 자음과 모음]

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mj서재

[공허한 십자가 l 히가시노 게이노 l 자음과 모음]

“뿐만 아니라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읽다가 밤새웠다. 책장을 넘길수록 가속도가 붙는 듯 한 전개 때문에 결국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됐다. 히가시노 게이노의 <공허한 십자가>.

누군가를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자는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용서를 안했는데, 그는 어떻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러니 피해자들은 십자가는 없다고 믿을 수밖에.

히가시노 게이노는 ‘사형제도’를 배경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사형을 한다고 해서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가해자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마저도 견딜 수 없는 일이기에, 차라리 사형시키는 게 났다고 피해자 가족들은 말한다. 결국 고통은 피해자든 가해자든 모두가 죽어야만 끝나는 걸까.

<공허한 십자가>에 몰입도가 높았던 이유는 현실적인 사회 문제 때문이었다.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더욱 각박해졌다. 부익부빈익빈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져 이제는 상류층과 하류층이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결국 사회로부터 쫓겨나고 궁지에 몰린다. 그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기꺼이 행한다. 도박, 절도, 살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들은 교도소에 수감되고 출소되고, 사회에 나오지만 세상은 여전하다. 결국 이들은 또 다른 범죄를 선보인다. 그로부터 희생자가 나오고, 피해자 가족들은 속출한다. 상처는 상처로 퍼져나간다. 멈춰지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노의 섬세한 문체가 사회를 맹렬히 묘사하고 깊이 후벼 판다. 문득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가끔 물음표가 생긴다. 그는 소설을 쓰는 걸까? 아니면 세상을 기록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