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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평점 :
<비행사_예브게니 보돌라스킨>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20대 때 나에게 여행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밤낮없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 때 마다 현실에서 벗어나 어딘가에서 자유로운 이방인으로 있는 기분이 늘 좋았다. 여행하는 나라에 따라 날짜도 시간도 바뀌는 것이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유로움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듯 한 그 맛에 아마 여행을 미친 듯이 다닌 게 아닌 가싶다.
하지만 무언가 하나가 부족했다. 그 하나가 뭔지 고민했지만, 깨닫지 못했다. 채워지지 않는 그 작은 무엇. 그 의문은 세계문학을 접하면서 하나씩 풀렸다. 각 나라의 문학을 집어 들면서 여행을 다녔던 경험을 바탕을 더하니 그 나라를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재미가 생겼다. 내가 원했던 건 단순한 ‘보기’가 아닌 깊숙이 바라보며 ‘사유’를 하고 싶었던 것.
이번 코로나로 인해, 여행의 욕구를 다른 나라의 문학으로 시선을 돌렸다. (코로나 창궐 후부터 독서량 2배 증가) 내가 다녔던 여행 중 가장 가성비 갑! 여행이 됐다. 이번 러시아 문학 <비행사>로 나는 여행과 세계문학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러시아 문학 <비행사>는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작은 것에서 부터의 기억이 큰 기억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에 작은 것 하나하나의 의미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과정에서 너무 의미를 크게 두는 바람에 조금 힘이 들었…….
<비행사>는 주인공 인노켄티가 무려 한 세기를 건너뛰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비행’을 해서 온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의 이야기는 그가 쓰는 일기로 전개된다. 그의 세심한 기록들은 독자들에게 미묘한 감정선과 미스터리함을 고조시킨다. 그는 ‘무의식’ 속 느꼈던 기억들이 불쑥 튀어나와 기록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을 조용히 암시한다.
여기서 인노켄티의 건강상태를 위해 일기는 그의 담당의사에게 공유된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일기라...과연 무조건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란 의문을 품게 된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설명하는 힌트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며 읽어갔다. 작가가 걸어둔 장치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한 세기를 건너뛰며 인생을 비행한 그의 삶에는 무엇이 얻고 남았을까-
* 위 책은 '은행나무‘로 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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