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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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이 ‘후회‘ 가 아닐까? 둔감한 그녀가 청진기를 주워 사람의 마음을 듣게 된다는 설정이 동화적이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후회들을 남겨 두게 될까? 후회하기 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본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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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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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 정은 장편소설-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어른들의 관계란 그런 거야. 사람마다 적절한 거리가 있거든. 가까워지면 결국엔 멀어지지. 그런데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어떤 지점이 있어. 사람마다 그 적절한 거리를 찾아내서 유지하는 거야. 각 관계를 교통정리 하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 쉽지 않아. 하지만 보람이 있지. 보람이 없기도 하지만.” p.58


“나는 마르첼로처럼 살고 싶어. 사람을 껴안고 있으려면 이상하게 복잡해지잖아. 따져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그런데 개들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기뻐하고 달려와 안기거든.” p.59


“수지야,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행동하는 방식대로 너 자신에게 행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고 나면 너 자신을 대하듯이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거야. 불필요한 위로를 하지 않게 되지.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뿐이지. 후회하지 않을 선택만 해야 해. 너의 삶이니까. 선택은 언제나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하는 거야.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잊지 말아야할 것은, 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거야. 그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의무가 있어. 그것만 잊지 말아 주렴.” p.125ᅠ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이다. 유난히 소리에 예민한 나는 가만가만 숨을 고르며 작은 소리 하나라도 놓칠까 두려운 마음에 귀를 쫑긋거리며 온몸의 촉수를 세운 채로 수지의 조용한 걸음을 따라 들어갔다. 수지의 유일한 친구 한민이 앞을 보지 못하는 친구라는 설정이 어쩐지 끼워 맞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은 곳곳에 천사들이 뿌려놓은 따스한 햇볕 조각들처럼 작가의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들을 만나면서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년 동안이나 다듬은 문장이라고 하니 가히 그럴 수밖에! 


책을 읽는 내내 매우 흐린 어느 날,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낀 고요하고 깊은 호수를 끼고 있는 숲길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수지의 장애를 처음부터 존재했던 당연한 그 무엇으로 말한다. 그렇게 수지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소리가 없어도 살 수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수지를 키웠다. 하지만 수지는 원하지 않았던 인공 와우 수술을 받고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자신이 지켜오던 조용한 세계가 깨지면서 혼돈스러워한다. 그것은 마치 내 삶에 불안감이 스며들 때마다 깊은 물속에서 발이 땅이 닿지않아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쳐대는 듯한 두려움이었을까?


영화"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쪽지 하나 달랑 남기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것처럼 할머니의 죽음 후에 수지의 엄마는 그나마 수지에게 소리를 안겨준 것으로 되었다는 듯 어느날 문득 전원이 꺼진 핸드폰과 메모지 한 장 남기고 총총총 떠나간다. 나는 몹시 두려웠다. 수지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은 물속에 홀로 남겨질까 봐. 하지만 작가는 참 다정한 사람이다. 수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지만 결코 떨어뜨리지는 않았으니.


서로 너무 다른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유일한 친구 한민과 서로 마주하며 때때로 엇갈리고 때론 부딪치고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있는 그대로의 그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껴안는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아프게 떠나 보내며 이별을 통해 수지는 한 뼘 더 성장해 간다. 물론 작가의 바람처럼 수지의 슬픔이 과하게 흘러 넘치지 않았고 그녀의 세상처럼 조용한 슬픔이라서 이 작품이 더 빛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 고모도 홀연히 떠나고 수지는 할머니가 말하는 관계의 교통정리를 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유일하게 곁에 남은 한민과 마르첼로와 함께 '산책을 듣는 시간'을 기획한다.


“나는 세상을 낯설게 보고 싶어. 사람들 내면에 이미 있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낯선 감각을 깨우쳐 주고 싶어. 감각을 확장시키고 재분배해서 사람의 몸이 바뀌게 하고 싶어. 몸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니까. 그걸 언어로 하면 시인이겠지? 우리는 그걸 산책을 통해서 하고 있는 거야.”


책을 덮고 나서 바로 집 앞 공원 숲길을 걸었다. 조용조용 가만가만 한민의 낯선 시선을 따라가며 수지의 조용한 세계에 귀를 기울였다.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안전하게 땅에 착지를 한 수지가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조금 울고 나니 흐렸던 세상이 조금은 더 환해졌다.


당신도 우리와 "함께" 산책을 들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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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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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청소년을 포기하면 청소년은 갑자기 어른이 된다. 잘못된 어른이 된다"
-도널드 위니캇-


두 녀석이 없는 한가로운 휴일, 필사를 끝내고 오늘 날아 온 책들 중에 "요즘 아이들 마음 고생의 비밀" 을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 정말 힘들고 괴로워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고생만 실컷 하는 것 같아요.”
상담하는 6학년 아이의 입에서 ‘고생’이라는 말이 툭 뱉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생만 실컷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다 가라앉았습니다.
<중략>

"어른들만 고생하는 게 아니예요. 요즘 젊은이들 내면이 얼마나 힘든지, 마음고생을 얼마나 하는지를 어른들이 알아주어야 해요. 어른들만 고생했고, 아이들은 고생을 안 한다. 너희들이 할 고생을 우리가 이미 다 했으니, 너희들은 할 고생이 없다. 이렇게 말한다면 정말 공감을 못하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p.17프롤로그 중

마음이 뜨금뜨금거렸다. 그래, 각박해진 세상에서 너희들도 크느라 고생이 참 많다. 그래 그래, 엄마만 고생하는 게 아니지...
아이들이 갑자기 어른이 될까 봐 겁이 난다. 아니, 이미 그리 되어 버린 건 아닌지....ㅠㅠ

이땅의 부모와 선생님들은 모두 가슴 아프게 이 책을 마주하면 좋겠다. 그래야 덜 미안할 것 같다.

#요즘아이들마음고생의비밀
#김현수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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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부장 - 여성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
시드라 레비 스톤 지음, 백윤영미.이정규 옮김 / 사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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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부장이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책을 덮을 때 쯤에는 조금더 단단해진 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을 파괴하고 여성을 우위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이기에 가부장제를 뚫고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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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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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전수경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좌뇌에 비해 우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과목의 많은 시간을 차지했던 수학과 과학 과목들은 학교 생활을 매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곤했다. 지금의 나라면 탈 학교를 감행하고야 말았을 것이지만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내 깜냥이 그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둘 용기는 없었던 것이었으므로 수학을 포기한 11살 때부터 학창시절 내내 수학을 비롯한 여러 과학 과목은 나와 불화하며 지금껏 거의 우뇌만을 움직이며 살아왔을 지도 모른다. 셈이 필요하면 계산기를 두드리면 되었고 과학은 그저 책 속의 이론일 뿐 내 생활 속으로는 감히 침투하지 못 했었기에 나는 매우 비과학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얼마 전 창비어린이 대상을 받은 [우주로 가는 계단 | 전수경]을 쑥 집어들었다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후루룩 읽고 나서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필사하면서 꼼꼼하게 두 번째로 만났다. 필사를 끝낸 후 천천히 꼭꼭 씹으며 한번 더 정독을 했다. 지수를 세 번 만나는 동안 몇 번의 진한 눈물도 뚝뚝 흘렸다. 탄탄한 문장과 사건의 흥미진진함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과학이야기는 학창 시절을 힘들게 했던 지겹고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나를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는 신비로운 세계였다. 

가족 여행 중에 급작스레 덮친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지수는 월드아파트 20층에서 삼촌과 살게 되는데 공항증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 채 20층에서 1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702호에 사는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할머니를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된다. 지수가 나이답지않게 어려운 과학책을 탐닉하며 '평행 우주 이론'에 천착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우주에 가족들이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같은 것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의문을 남겨 둔 채 할머니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추리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을더욱 빛나게 하는 건 저마다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자기만의 빛을 지닌 조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을 하며 지수를 지켜주는 울보쟁이 삼촌과 삼촌 몰래 지수의 속맘을 알아차리고 살뜰하게 챙겨 주는 게임 중독자이자 선생님인 삼촌의 여자친구, 지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는 월드 아파트에서 함께 자란 CSI드라마 광이면서 조기 유학을 다녀와서 학교 생활이 힘든 민아와 월드아파트를 너무 사랑하는 가수지망생 희찬이, 그리고 101동에 사는 순박한 주민들. 악역 하나 없이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는 건 미스테리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치밀한 구성과 더불어 작가의 재치 입담이렷다. 그리고 반드시 착한 사람들이 지수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우직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난리법석이었던 오수미 할머니 실종사건은 미스테리로 남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오디션에 합격한 희찬이를 위한 파티에서 희찬이의 노래를 듣다가 그 파장에 지수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마음에서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먹은 것을 다 개워 내는 지수의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흘리는 희찬이 엄마로 인해 지수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비정상적인 '좌뇌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곧 만나게 된다. 둘 다 스무 살. 어쩌면 서로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강하게 당기는 우주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p. 170 

책을 덮기 전에 마지막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 마지막 문장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을 지나온 것은 아닐지, 작가가 우리에게 간절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강하게 당기는 우주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이 문장을 가슴에 담고 나니 나와 마주하는 모든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지는 봄날이다. 

덧;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탐독한 과학 책이 무려 7권이나 되더라. 동화책을 쓴다고 동화책만 읽는다던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만 가지고서는 켤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 또한 이번에 처음 쓸 장편동화 시놉을 쓰기 위해 개에 관련된 책을 세권을 읽었다. 더 바지런하게 공부해야겠다고 불끈 의지를 다지며 질투의 화신이 되어 본다. 

하지만 작가의 첫책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최근에 본 동화 중에서 정말 최고의 수작이라 감히 말할 수 있기에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고 해서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 아이에게도 이 책을 강추하는 바이다. 

스마트 폰과 물아일체이신 딸님께서 나의 극찬에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읽겠다고 가져 가셨는데 스마트폰을 이 책이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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