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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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전수경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좌뇌에 비해 우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과목의 많은 시간을 차지했던 수학과 과학 과목들은 학교 생활을 매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곤했다. 지금의 나라면 탈 학교를 감행하고야 말았을 것이지만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내 깜냥이 그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둘 용기는 없었던 것이었으므로 수학을 포기한 11살 때부터 학창시절 내내 수학을 비롯한 여러 과학 과목은 나와 불화하며 지금껏 거의 우뇌만을 움직이며 살아왔을 지도 모른다. 셈이 필요하면 계산기를 두드리면 되었고 과학은 그저 책 속의 이론일 뿐 내 생활 속으로는 감히 침투하지 못 했었기에 나는 매우 비과학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얼마 전 창비어린이 대상을 받은 [우주로 가는 계단 | 전수경]을 쑥 집어들었다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후루룩 읽고 나서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필사하면서 꼼꼼하게 두 번째로 만났다. 필사를 끝낸 후 천천히 꼭꼭 씹으며 한번 더 정독을 했다. 지수를 세 번 만나는 동안 몇 번의 진한 눈물도 뚝뚝 흘렸다. 탄탄한 문장과 사건의 흥미진진함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과학이야기는 학창 시절을 힘들게 했던 지겹고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나를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는 신비로운 세계였다. 

가족 여행 중에 급작스레 덮친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지수는 월드아파트 20층에서 삼촌과 살게 되는데 공항증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 채 20층에서 1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702호에 사는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할머니를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된다. 지수가 나이답지않게 어려운 과학책을 탐닉하며 '평행 우주 이론'에 천착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우주에 가족들이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같은 것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의문을 남겨 둔 채 할머니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추리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을더욱 빛나게 하는 건 저마다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자기만의 빛을 지닌 조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을 하며 지수를 지켜주는 울보쟁이 삼촌과 삼촌 몰래 지수의 속맘을 알아차리고 살뜰하게 챙겨 주는 게임 중독자이자 선생님인 삼촌의 여자친구, 지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는 월드 아파트에서 함께 자란 CSI드라마 광이면서 조기 유학을 다녀와서 학교 생활이 힘든 민아와 월드아파트를 너무 사랑하는 가수지망생 희찬이, 그리고 101동에 사는 순박한 주민들. 악역 하나 없이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는 건 미스테리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치밀한 구성과 더불어 작가의 재치 입담이렷다. 그리고 반드시 착한 사람들이 지수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우직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난리법석이었던 오수미 할머니 실종사건은 미스테리로 남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오디션에 합격한 희찬이를 위한 파티에서 희찬이의 노래를 듣다가 그 파장에 지수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마음에서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먹은 것을 다 개워 내는 지수의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흘리는 희찬이 엄마로 인해 지수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비정상적인 '좌뇌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곧 만나게 된다. 둘 다 스무 살. 어쩌면 서로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강하게 당기는 우주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p. 170 

책을 덮기 전에 마지막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 마지막 문장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을 지나온 것은 아닐지, 작가가 우리에게 간절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우리 사이에는 서로를 강하게 당기는 우주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이 문장을 가슴에 담고 나니 나와 마주하는 모든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지는 봄날이다. 

덧;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탐독한 과학 책이 무려 7권이나 되더라. 동화책을 쓴다고 동화책만 읽는다던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만 가지고서는 켤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 또한 이번에 처음 쓸 장편동화 시놉을 쓰기 위해 개에 관련된 책을 세권을 읽었다. 더 바지런하게 공부해야겠다고 불끈 의지를 다지며 질투의 화신이 되어 본다. 

하지만 작가의 첫책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최근에 본 동화 중에서 정말 최고의 수작이라 감히 말할 수 있기에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고 해서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 아이에게도 이 책을 강추하는 바이다. 

스마트 폰과 물아일체이신 딸님께서 나의 극찬에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읽겠다고 가져 가셨는데 스마트폰을 이 책이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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