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그리운 건 준의 진지함이야. 그녀는 자기 인생을 하나의 과업으로 여기고 이해랄지 지혜랄지, 본인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가치를 향해 제어하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어.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나 경력, 자식 따위를 위해서 미래를 계획하지. 하지만 준은 뭐랄까, 자기 자신을, 존재를, 신의 창조물을 이해하고 싶어했어. ...나는 그 여자의 머릿속에 든 헛소리는 싫었지만 그 진지함이 좋았어."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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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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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져간다, 멀어져간다, 사라져간다. 이제 이 세상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 이 시대, 이 도시에 대한 어떤 기억이 남을 것인가? 바닷가의 그 넓은 도로, 완강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의 담벼락들, 텅 빈 포구, 제라늄들만이 바람에 떨고 있는 황량한 발코니들, 일산화탄소와 바다에서 날아오는 소금가루에 의해 부식된 종려나무들, 크기가 일정한 자갈들이 깔려 있고 그 위에 갈매기들이 조심스럽게 걸어다니는 넓은 해변, 그리고 자동차들, 이름도 없고 번호도 없이, 꿈틀거리며 쉬지 않고 미끄러지는 쇠로 된 긴 뱀의 비늘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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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젊은이로서 파리에서 살아보게 될 행운이 충분히 있다면 그렇다면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당신의 남은 일생 동안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과 함께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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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원한다면, 이 책은 허구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허구의 작품과 같은 것이, 사실로 씌어진 그 어떤 것 위에 어느 정도의 빛을 투영시킬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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