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간다, 멀어져간다, 사라져간다. 이제 이 세상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 이 시대, 이 도시에 대한 어떤 기억이 남을 것인가? 바닷가의 그 넓은 도로, 완강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의 담벼락들, 텅 빈 포구, 제라늄들만이 바람에 떨고 있는 황량한 발코니들, 일산화탄소와 바다에서 날아오는 소금가루에 의해 부식된 종려나무들, 크기가 일정한 자갈들이 깔려 있고 그 위에 갈매기들이 조심스럽게 걸어다니는 넓은 해변, 그리고 자동차들, 이름도 없고 번호도 없이, 꿈틀거리며 쉬지 않고 미끄러지는 쇠로 된 긴 뱀의 비늘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