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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하나 둘 셋
김경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작은 씨앗이 한 개 있었어요.
한 쪽에는 이 문장이, 다른 한 쪽에는 씨앗 그림이 있습니다.
여백이 너무 많습니다.
알뜰한 사람 같으면 이 빈 공간을 뭐라도 채워 넣고 싶어 안달이 났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장면이라
이 그림책을 통털에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입니다. ㅎㅎㅎ
책장을 넘겨도 같은 형식으로 한 문장과 그에 맞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아이에게 어서 책장을 넘겨 봐~하며 속삭이는 듯합니다.^^
주제(수)가 되는 내용(꽃)만 집중하여 보라고 다른 곳은 그저 선으로만 나타내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일단 "나를 봐봐!"하는 것 같습니다.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 물들이는 장면도
왜 넣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있는 게 당연하고
전체가 하나의 동시인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 책의 주제는 1부터 10까지의 수세기
하지만 엄마의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봉숭아 물들이기에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그림책...정말 알면 알수록, 만나면 만날 수록 그 매력에 자꾸만 자꾸만 빠져서 허우적 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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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가는 시골교회 담장에 핀 봉숭아를 본격적으로 관찰해 보기로 했지요.
사실 이 봉숭아가 올해 처음 핀 것도 아닌데 책을 읽고 나서 보니 더 새롭게 여겨 지더라는...ㅎㅎㅎ
"우리 예쁜 꽃 볼까?" 했더니 처음엔 머쓱해 하는 저 표정...^^;;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여기저기 살피고, 엄마가 꽃잎을 따니 저도 따라 따고...
꽃잎을 따다 보니 봉숭아 씨앗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손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엄마가 먼저 톡 건드리니 껍데기가 또르르 말리고 까만 씨앗이 모습을 드러내는...
요 녀석은 톡! 터지는 요 재미를 느끼기 보단 일단 겁을 먹어서는
한 번 해 보라고 주니 저 혼자 안하고 엄마 손위에 놓고 누릅니다.
혼자서 누르다가 톡~! 터지는 걸 보고 눈이랑 입이랑 엄청 커진 귀여운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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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봉숭아 꽃잎으로 놀고 물들이기
역시 딸램이라 그런지 손톱 위에 뭘 얹는 대도 얌전하게 앉아 있더군요.^^

드디어 손가락 위에 예쁜 꽃잎을 올려 놓았답니다.
현서는 오른 손, 엄마는 왼 손.
요렇게 해 주니 얼른 책에 나오는 손가락 보이는 쪽을 펴 보라더군요.^^
하나, 둘, 셋, ...
봉숭아 씨앗은 잘 보관했다가 내년 봄에 울집 베란다에 꼭 심어 봐야겠어요.
아이랑 책에 나오는 것처럼 씨앗을 심으면 떡잎이 나오고 이파리가 나오고, 꽃이 피는 것도 차례차례 보여 주려고요.

도화지 위에 냉동실에 넣어 주었던 봉숭아 꽃잎을 잠깐 올려 놓았다가 떼네니
요런 물이 들었어요.
신기하지요? ^^
다홍색과 주황색도 선명하게 보이고....
요 녀석들로도 재미난 그리기 놀이 해 봐야할 것 같아요~ ㅎㅎㅎ
그림책 한 권 읽고서 이렇게 행복해지기 넘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