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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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로 나온지 5년만에 다시 개정증보판이 나온 책이라고 한다. 굉장하다. 독립출판에 대해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란 것 쯤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단상집이다 보니, 시인 듯 아닌 듯,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지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기가 어려웠다.
아, 나와 같은 생각이구나.
그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이런 때에 이런 문장으로 표현을 하니 참 예쁘구나...
쉽사리 내 것이 될 수 있는 문장들도 없었고,
써 내는 그 문장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가랑비메이커의 문장들을 빌어 내 말로 표현해 보자면,


1. 오르락내리락하던 온도가
딱 절반의 값에서 멈추는 이별은
우리를 너와 나로 떼어 놓는 문턱이다.

음...
딱 절반의 값이라...
난 왜 손해본 느낌이 들지?
절반만 됐으면,
가슴이 아려오는 그런 느낌은 왜 들었던 걸까?
절반이었을까?
아무리 손익 계산을 하고 머릿속 계산기를 굴려봐도
나는 손해봤다!! 땡!

그렇다고 아쉬움은 NO, no~
그때도 배움이 있었다.
손해보는 장사는 없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딱 절반이라고 치자!


2. 섭리
거르는 법도 거스르는 법도 없이 찾아오는 섭리
재촉을 느끼지 않고 기다림으로 느껴볼 것
느긋한 설렘으로


3. 안으로 채워지는 기쁨
어깨를 짓누르던 일과는 기적이 남긴 부스러기

하루를 돌아보면
힘들다 힘들다 되뇌이던 일들도
하기 싫다 하기 싫다 인상 찌뿌리던 일들도
기적이 흘리고 간 부스러기.
일상의 기적이 있었기에
일상의 기적을 더 감사하라고.
할 수 있었음이, 흘려보낼 수 있었음이, 버텨냈음 또한 기적.


4. 점을 찍고 나면 한없이 유한하고 사소한 자신을 깨닫다. 닿을 수 없는 그 곳을 향한 끊임없는 발버둥.


하루에 한두 편 정도씩 읽고 생각하고 끄적여 놓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하지만 인간 내면엔 누구에게나 깊은 슬픔과 우울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어 삶을 살아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깊은 슬픔과 우울 역시 글로 풀어 내기가 편하지만 점을 찍고 나면 나 역시 존재의 사소함을 느끼고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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