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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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12년째 동거생활중인 두 남녀의 솔직하고 담백한 동거에세이 입니다. 이십대 초반 시골에서 올라와 상수동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면서 여자〈명진〉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남자〈만수〉는 베이시스트로 살아가다가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작은 방을 하나 얻어 살면서 두 사람은 주변의 작고 소소하지만 가까운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두 사람만의 낯선 도시 서울적응기를 만들어갑니다. 어느날부터 그들이 직접 그리고 쓴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는 sns에서 동거를 하고 있거나 연인인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받기 시작합니다. 해당 도서는 교환일기 같기도 하고, 그림일기 같기도 합니다. 20세기에 유행했던 아날로그 앨범도 생각납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필름으로 인화한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갈피마다 끼워넣고, 그 옆에는 추억의 날짜와 에피소드를 손글씨로 써넣곤 하던 그런 앨범이 생각납니다. 남녀가 번갈아 가며 쓴 글은 핑퐁게임과 같습니다. 독자는 두 사람의 친구가 되어 그들 각자가 번갈아 털어놓는 속마음을 들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떠오르며 나의 20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해당 도서는 담담한 생활 에세이 입니다. 서먹하다가 설레다가, 섭섭하다가 애틋하다가, 신나다가 걱정되기도 하는 그런 감정들이 요란하지않게 소박하게 담겨있다. 그림체는 볼수록 매력적 입니다. 그림 반, 글 반의 에세이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공동 저자의 담백한 그림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습니다.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않고 눈길이 갑니다. 해당 도서는 '스며들다;(마음깊이 느껴지다)라는 말의 정의를 내려준 책 입니다. 각자의 단점이 서로에게 장점이 되고, 나와 너를 우리라는 하나의 동그라미안에 둥글고 모나지 않게 사랑하며 이해합니다. 과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시끄럽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소박한 그들의 동거이야기는 읽는내내 아무런 동요없이 맘을 평온하게 만듭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든 것처럼 저도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것만 같았습니다.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이 있는 동시대 청춘들의 이야기 입니다. 하루 한번 우리는 서로를 산책시켜 줍니다. 낯설기만 했던 서울 생활이 그들의 생활이 되기 시작하고 하나씩 살림을 고르는 재미도 늘어납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꿈은 너무나 멀리에 있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일상과 행복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콤플렉스였던 내 사투리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하나 생겼습니다. 사람들 사이로만 가면 주눅이 들던 내가 그 사람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든든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처음으로 시장에 나가서 함께 덮고잘 이불을 고르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베개를 사보고 이제 그녀가 긴 머리를 감고 나면 드라이기로 말려주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꿈이 생기기 시작했고 꿈을 꾸는 듯한 시간들도 경험합니다. 알수 없는 상실감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우리같은 청년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도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대로가 좋아요 라고. 꺾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산책을 당신들도 이제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하기 시작할거라고. 그렇게 연인이 되고 같이 살아가다보면 세상은 끝으로 가고 있어도 우리는 하루 한번 서로를 산책시켜 주는 사이가 되어간다고. 눈빛만 봐도 입만 떼도 상대방이 할말을 알아채는 초능력이 생겼습니다. 동거를 해봐야 알수 있는 서로의 습관들. 두 사람은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끝까지 못고치는 사투리처럼 서로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험도 생깁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입니다. 같이 살지 않았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감춰 둔 채로 만나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혀 다른 타인이 한 공간에서 만나 하나의 시간을 쌓아가면서 두 사람의 스토리는 진정으로 자신과 타인을 알아가는 하나의 성장스토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 우리는 가끔 서로의 말을 쌈 싸 먹는다’ 고.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태어나도 동거는 해볼만 합니다. 동거에 대한 두 사람만의 생각. 같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달랐던 두 사람이 자신안에 있는 이기심과 배려에 대해 하나씩 다시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툰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오랫동안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상처를 가만히 치유해주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지만 동거를 머뭇거리는 , 혹은 어떻게 동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들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방식으로 따뜻한 조언을 하듯이 말을 걸어갑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의 서툰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일부터라고. 다시 태어나도 동거는 해볼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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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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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들. 늘 보던 것들이라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사물에 상상력을 더해 감탄하며 읽은 도서 입니다. 너의 책상 위에 있는 사물들에 너의 상상력을 입혀달라고, 너의 주변에 있는 것들에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하다보면 사회에 적응하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도 조금은 편하게 다가올 것 입니다. 일기장, 안경, 스마트폰, 몽당연필, 서랍 속 지우개 같은 일상적인 물건을 소재로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 놓습니다. 「물음표 일기장」은 주인공이 써놓은 일기장 속 마침표가 모조리 물음표가 되거나 곳곳에 말줄임표가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언니의 안경」은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하루아침에 안경으로 변신해 책만 읽고 사는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이야기 입니다. 「몽당연필에게」는 교실 책상 서랍 속에서 발견한 몽당연필이 놀라운 능력과 마음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 대신 스마트폰」은 ‘나 대신’이라는 일정 관리 앱을 사용하다가 문제에 부딪히는 주인공의 이야기 입니다. 「지우개 시인」은 학교 교무실 서랍 속에 있던 지우개가 시인의 꿈을 키워나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섯 편의 단편 은 모두 작고 일상적인 물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정하게 귀를 기울입니다. 매일 보는 책상 위에서 마법이 시작됩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이야기 입니다.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능력 중 가장 경이로운 능력입니다. 그리고 문학은 인간의 상상력이 가장 잘 돋보이는 분야입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를 지어내다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동굴에 모여 앉아 “옛날 옛날에……” 하고 꾸며낸 이야기를 즐겨 듣던 버릇은 오늘날에도 여전합니다. 『내 책상 위의 비밀』은 일기장, 안경, 스마트폰, 몽당연필, 지우개 같은 일상적인 물건을 소재로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 놓는 청소년소설입니다. 십 대에게 연필, 지우개, 공책 같은 문구는 늘 쓰는 물건이라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일상적인 물건이기 때문에 더더욱 간질간질 꿈결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물음표 일기장」을 보자. 숙제로 어쩔 수 없이 써 놓은 문장의 마침표가 몽땅 물음표로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서 숙제를 했다? 게임을 하다가 유튜브를 봤다? 참 재미있었다?” 문장 부호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아무렇게나 끄적인 일기가 갑자기 질문으로 가득 찹니다. 대충 ‘재미있었다’고 마지못해 쓰던 일기는 이제 정말 나의 하루가 재미있었는지 고심하게 만듭니다. 다음 날에는 말줄임표가 나타나 일기장을 비밀로 가득 채웁니다. 덕분에 꾸역꾸역 쓰던 일기가 이제는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매일 일기를 써오지 않는 친구 민호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글쓰기에 대해 단단한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글쓰기 싫을 땐 누군가 써놓은 글을 읽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됩니다. 윤동주의 시가 아름답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일기장의 문장 부호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평범하고 밋밋하던 일상은 놀랍도록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우개 시인」에서는 교무실 책상 서랍에 굴러다니던 지우개가 뜻밖에도 시를 쓰고 싶어 합니다. 글자를 지우기만 하는 지우개가 시를 쓴다고? 그건 ‘시인’ 선생님이 단어를 썼다 지웠다 하며 시를 쓰는 동안 지우개가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에 대해 생각하던 지우개는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외로움과 괴로움의 차이는 뭘까, 그늘이 그림을 그린다는 건 무슨 뜻일까, 지우개도 시가 될 수 있을까. 지우개는 잘못 쓰여진 글자를 지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데 시인이 되는 게 가능할까요? 하지만 꿈꾸고 간절히 바란다면 어떤 일도 불가능하지 않숩니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소망과 믿음이 중요한 법이니까요.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그곳에 담긴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떠나봅시다. 「언니의 안경」은 책을 읽는 게 너무 좋아서 안경이 되어 버린 언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매일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던 고등학생 언니가 갑자기 안경이 되다니. 엄마, 아빠, 동생은 놀라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언니는 안경이 되어도 책만 읽을 수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안경다리를 이용해 책장을 넘기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언니. 가족들은 이제나저제나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언니는 묵묵히 책을 읽고 급기야 소설을 써서 등단까지 합니다. 십 년의 세월이 지나고 열 권의 책을 내도록 언니는 여전히 안경이고, 점차로 말수가 줄어듭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그레고리 잠자(카프카의 「변신」)와 현대의 은둔형 외톨이를 떠올리게 하는 언니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슬픔과 안쓰러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안경을 통해 바라본 세계가 점차 빛을 잃어가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몽당연필에게」에서는 과학실 폭발 사고로 죽은 아이가 교실 책상 서랍 속에서 연필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으스스한 이야기입니다. 기다란 새 연필이 몽당연필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어와 문장과 이야기가 쓰였을까. 죽은 아이의 혼이 깃들어 있긴 하지만 몽당연필도 연필입니다. 그래서 몽당연필은 소멸하기 전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 대신 스마트폰」은 일정 관리 어플이 주인공을 돕다가 결국은 과도하게 통제하고 제멋대로 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마트폰의 ‘나 대신’ 앱이 주인공 상우의 선택과 책임을 대신하려고 나서면서 도리어 주인공의 자율성과 가능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상우는 과학만능주의에 빠지는 대신 자기 자신의 진짜 주인이 되는 길을 찾습니다. 이처럼 『내 책상 위의 비밀』에 담긴 이야기들은 일상적인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또 모두 1인칭 화자를 내세워 슬픔과 기쁨, 안타까움과 불안 같은 화자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지우개나 몽당연필처럼 서랍 속에서 잊혀진 채 존재하는 아주 작은 사물들에게서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은 보통 여린 마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소중히 여기고 다정히 바라보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어 가노라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공책 위에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일,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는 일, 책을 읽고 시를 감상하는 시간, 옆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고 이해해주는 일 등 내향적이지만 다정한 움직임으로 가득한 소설입니다. 간절한 쓰기의 시간이 녹아있는 사랑 많은 최혜련 작가님의 해당 도서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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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머릿속 아귀 씨 마음 잇는 아이 23
강다민 지음, 홍그림 그림 / 마음이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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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동화는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 본 어른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로써, 참신한 발상의 이야기 구성이 이목을 끄는 도서 입니다. 『엄마 머릿속 아귀 씨』는 우울한 엄마와 그 모습을 보며 마음 졸이는 아이의 마음결이 자연스레 독자의 마음 안에 들어오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우울증을 겪는 엄마는 밥도 주지 않고, 머리도 묶어 주지 않고, 숙제도 봐주지 않습니다. 할머니와 연하가 노력해도 엄마는 종일 누워만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같은 초롱아귀가 나타납니다. 이상하고 무서운 아귀 씨는 냉장고 음식을 함부로 꺼내 먹고,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연하의 종이접기도 구겨버립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 대로 연하는 아귀 씨와 점차 친해지면서 자신의 마음도 드러냅니다. 연하는 자기 때문에 엄마가 우울해진 게 아닐까 걱정하고, 학교생활도 즐겁지 않습니다. 차츰 연하도 엄마처럼 작은 아귀가 되어 가는데.. 엄마와 연하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무엇을 볼까요? 우울증을 만난 연하가 들려주는 마음의 방학 이야기 입니다. 깊은 마음의 바닷속에서 마주한 진실, 우울한 아귀 씨가 되어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 『엄마 머릿속 아귀 씨』는 동화의 문법을 적극 활용하여 어린아이가 당면한 문제를 판타지로 풀어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씨에 의하면, 부모의 우울증을 보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두 가지 생각을 갖는다고 합니다. 하나는 엄마를 엄마 아닌 존재로 파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죄의식을 느끼는 것입니다. 연하는 엄마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엄마가 아픈 게 자기 때문인지 걱정합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입니다. 이때 작품 속의 아귀 씨는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표현하지 못해도 자식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한 날, 죄책감으로 가득한 연하는 아귀 씨를 따라서 엄마가 갔을 깊은 바닷속을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나쁜 생각을 먹는 해초 더미에 잡히고, 잠들지 못하는 소용돌이를 만나고, 싸움을 거는 해마 떼를 만납니다. 스스로 상처를 내는 불가사리도, 미움과 외로움의 미로와 자신을 미워하는 아귀들도 만납니다. 엄마를 찾아 나선 길이지만 사실 그곳은 연하의 마음속이기도 합니다. 깊은 절망에 이르러 연하는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엄마가 양말을 못 챙겨 줘도, 우울한 아귀 씨가 되어도 엄마를 제일 사랑한단 말이야!” 마음의 밑바닥에서 만난 연하와 엄마는 서로에게 힘들다고 고백하고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사랑은 진부하지만 가장 진실한 답이니까요. 연하가 느낀 대로 우울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차고 힘든 일을 마주치면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마침내 아귀 씨가 떠나는 날, 연하가 묻습니다. “엄마가 너무 열심히 살다가 한숨이 나오는 날이나, 내가 학교에 가기 힘든 날에는 만나러 올 거죠?” 어떤 어려움이라도 똑바로 바라보고 당당히 맞이한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마 머릿속 아귀 씨』는 바로 그 이야기를 아름다운 판타지를 통해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삶은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고통받는 어른들 곁에서 힘겨운 한때를 겪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작품입니다. 우울증을 만난 연하가 들려주는 마음의 방학, 우울의 형체를 생생하게 만나는 심리 치유 동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여 한국의 경우 국민의 네 명 중 한 명 정도가 우울감을 느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양육자가 우울증을 앓는다면 삶은 한층 복잡해집니다.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엄마 머릿속 아귀 씨』는 본격적으로 엄마의 우울증을 다룬 동화입니다. 동화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대개 어린이의 든든한 보호자이거나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조력자이거나 현명한 해답을 주는 스승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엄마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어린아이의 눈에 우울한 양육자는 어떻게 보일까요? 『엄마 머릿속 아귀 씨』에서 연하의 엄마는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한때는 살뜰히 연하를 돌보는 씩씩한 싱글맘이었지만, 이제는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습니다. 할머니는 엄마 머릿속에 누가 이사 왔으니 엄마가 이상하게 보여도 놀라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연하는 엄마가 서운합니다.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싶고, 엄마가 머리를 묶어 주면 좋겠고, 예전처럼 자신의 종이접기를 좋아해 주면 좋겠는데 엄마는 마냥 누워만 있습니다. 그런 엄마 때문에 연하 역시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마침내 한밤중에 엄마 같은 초롱아귀를 만납니다. 깜깜한 바닷속에 사는 ‘초롱아귀’는 엄마 스웨터를 입고 불을 껐다 켰다 하거나 책과 화분을 엉망으로 흩뜨려 놓고 냉장고 속 음식을 함부로 먹어 치우는 등 말썽을 피웁니다. 연하는 무섭고 이상한 아귀 씨가 그만 집에서 나갔으면 싶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다음에 아귀 씨를 만나면 조금 친해져 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자 마음을 바꿉니다. 엄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당분간은 우울한 아귀 씨와 함께 지내야 할 테니까요. 이제 연하는 아귀 씨와 대화를 나누고 아귀 씨를 따라 바닷속까지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서 엄마와 자신의 마음을 만납니다. 또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극심한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해당 도서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열악한 가정의 환경과 상황 그리고 세상을 탓하며 삶을 체념하기 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항상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한 생각의 전환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본인의 마음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유의미한 도서였으므로 해당 동화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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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읽는 법구경 - 삶을 이끄는 지혜의 징검다리 에세이로 읽는 동양고전
법구 지음, 이규호 해제 / 문예춘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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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하지 말고 다투는 것을 좋아하지 말며 재미로 탐욕을 즐기지 마세요. 생각하는 마음이 방일하지 않으면 큰 안락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일 방일함을 스스로 금하여 물리친다면 그것이 현명함입니다. 이미 지혜의 높은 집에 올라 위험을 버리고 편안함을 얻게 되고 밝은 지혜로 어리석은 사람을 바라봄이 마치 산에서 평지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스스로 어리석다 한다면 이는 오히려 슬기로운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스스로 슬기롭다 한다면 이야말로 더없이 어리석은 것입니다. 수천 명의 적과 혼자 싸워 이기는 것보다 하나의 자기를 이기는 것이 싸움 중의 으뜸입니다. 자기를 이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며 그 때문에 그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뜻을 가누고 몸을 보호하며 끝까지 자기를 다루도록 하세요. 비록 높은 하늘이거나 신과 악마, 범(梵)과 제석(帝釋)이라도 모두 자기를 이기는 사람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마치 소몰이꾼이 채찍을 휘둘러 소를 길들이는 것처럼 늙음과 죽음도 그와 같아서 목숨을 길러서 데리고 갑니다. 어리석은 자들은 악을 짓고도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여 뒤쫓아온 재앙에 스스로를 태우느니, 죄로 이룬 불길은 사납기만 합니다. 물 위에 뜬 물거품 같다고 보세요. 허깨비나 아지랑이 같다고 보세요. 세상을 이렇게 볼 줄 아는 사람은 결코 죽음의 왕을 보지 않습니다. 마땅히 그렇게 제 몸을 보세요. 임금의 화려한 수레 같다고. 어리석은 자는 그것에 휘말리고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멀리합니다. 나의 삶은 이미 편안하여 원망 속에서도 성내지 않습니다. 사람들마다 원망이 있지만 내가 가는 길에는 원망이 없습니다. 나의 삶은 이미 편안하여 병든 속에서도 병을 앓지 않습니다. 사람들마다 병이 있지만 내가 가는 길에는 병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빠지지 말세요. 미운 사람도 만들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만들어 가지지 마세요. 사랑은 미움의 원인입니다. 이미 번뇌를 제거한 사람은 사랑도 없고 미움도 없습니다. 이른바 지혜로운 사람이란 반드시 말 잘하는 것만 일컫지 않습니다. 겁먹지 않고 두려움 없이 선(善)을 지킬 줄 알아야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른바 법을 받드는 사람이란 말을 많이 하는 것만 일컫지 않습니다. 비록 들은 것이 적다 하더라도 몸소 법대로 닦아 행해서 도를 잘 지켜 잊지 않아야 법을 받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리를 갈망하는 마음, 그것이 지혜로움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리의 말씀을 전해 주는 영원한 고전,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 도서는 나를 바로 세우는 사람됨의 지혜서로써, 삶을 이끄는 지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책 입니다. 인도 승려 법구가 붓다의 말씀을 모아 엮은 경전 『법구경』이 시인의 언어와 감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문예춘추사의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은 참된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치고 깊숙이 심어 주는 진리의 말씀을 담았습니다. 붓다의 말씀은 어제의 말씀이 아니고 오늘을 위한 오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삶의 지침을 명확하게 제시해 줄 것입니다. 『법구경』을 읽는 것은 삶의 바깥을 서성거리다가 삶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서는 것과 같습니다. 그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삶의 현장이 눈부실 만큼 가득히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명쾌하고 해학이 섞인 친절한 풀이와,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 특징인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 인생의 지침서가 될 만합니다. 『법구경』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바깥을 서성거리다가 삶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서는 것과 같습니다. 『법구경』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 삶의 현장이 눈부실 만큼이나 가득히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삶이 있는가 하면 아름답지 못한 삶이 있고, 참으로 기쁜 삶이 있는가 하면 스치며 지나기에도 서러운 삶이 있습니다. 숭고한 삶이 있는가 하면 그지없이 비천한 삶이 있고, 안타까운 삶이 있는가 하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삶도 가득 들어 있습니다. 붓다께서는 그러한 삶의 현장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적해 주십니다. 마치 자상한 어머니가 아들과 딸의 등을 토닥이며 타이르듯 그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먼저 삶의 바깥을 보게 하고 다시 삶의 안쪽을 들여다보게 하며 마침내는 삶의 안팎을 한꺼번에 보여 주시며 그 의미를 일깨워 주십니다. 그래서 『법구경』은 담마파다Dhammapada, 즉 진리의 말씀인 것입니다. 『법구경』이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힐 수 있었던 것도 불교의 어려운 오의奧意를 나열하기보다는 삶의 현장을 확연히 보여 주어 행위의 지침으로 삼게 했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진리의 말씀’을 좇아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삶의 지침을 제시합니다. 붓다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불교 경전이 아닙니다. 참된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가슴 깊숙이 그 지혜를 심어 줍니다. 이 책에 실린 붓다의 말씀은 모두가 어제의 말씀이 아닌 것입니다. 오늘을 위한 오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가장 긍정적이고 충만한 삶을 완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불교하면 극락왕생과 윤회설을 주장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법구경은 무엇인가요? 법구경은 서기 원년 전후의 인물인 인도의 다르마트라타가 편찬한 불교의 경전으로 석가모니 사후 300년 후에 여러 경로를 거쳐 기록된 부처의 말씀을 묶어 만들었습니다. 쉽게 설명해서 법구경은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무엇보다 많이 읽히는 책입니다. 해당 도서의 편저자는 법구경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바깥을 서성거리다가 삶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서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법구경은 내면의 깊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법구경의 가르침을 잠시 인용해봅니다. “마음은 다스리기에 달려 있다.” 사람들도 육신에 묶여 탐욕을 일으키고 매달려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욕심의 갈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 “쉬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마음을 가다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계는 바다이고, 마음은 그 바다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파도는 그 바닷가를 잠시도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고정관념이란 것이 있습니다. 작정한 대로 있으면서 바뀌지 않는 생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 과거에 경험한 감각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상태를 일컫기도 합니다. 그걸 밀어내야 합니다. / “그 무엇도 진리의 향기는 막을 수 없다.” 그 무엇으로도 진리의 향기는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넘치지 않으며 모자라지 않으며 날아오르지도 않으며 가라앉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좋은 말이 먼 길을 단숨에 달리는 것처럼 능히 도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한 믿음과 계율이 있습니다. 마음을 굳히고 정진하기만 하면 됩니다. / “믿고 받드는 가운데서 자기를 발견하라.” 신앙이란 귀의하여 믿고 받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가운데서 자신을 발견하고, 발견한 자신을 어떤 경우에도 잃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신앙과 함께 자기의 삶 속에 안주하기를 좋아합니다. / “참으로 사람의 수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람의 삶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욕심은 그 욕심의 크기만큼 수명을 갉아먹습니다. 왜 욕심을 떠나서 진리의 길을 찾지 않습니까.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아름다움이야 말로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며 새로운 생명을 생성케 하는 원동력입니다. / “모든 죄악은 아름다움으로 위장하고 있다.” 악에 깊이 물들면 그 악을 볼 수 없습니다. 악이 침범할 수 없도록 항상 스스로를 살펴보세요. 애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더러운 때는 뜨겁게, 빠르게, 빽빽하게 그대를 조일 것입니다. 결코 그 더러운 때에 물들지 마세요. / “깨달음은 결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한마음으로 정진하기 전에는 그 어떤 깨달음도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을 통하여 삶의 지혜와 내면의 가르침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에서는 부처님의 말씀뿐 아니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노자 등 여러 많은 사람들의 가르침도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쉽게 읽히고, 더 깊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법구경은 부처의 말씀을 석가모니 사후 300년 경에 법구라는 사람이 묶어 만든 경전입니다. 총 26장 423계(시구, 게송)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은 대주제, 계는 소주제라고 보면 됩니다. 하나의 장은 여러 개의 계를 포함합니다. 해당 도서의 구성 중에는 다른 위인들의 명언이나 조언을 엿볼 수도 있었고, 작가님이 해당 구절에서 느낀 점들이 첨언되기도 했습니다. 내 자신의 악한 마음, 자만심, 부끄러움을 경계하는 등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함을 일깨워주고, 타인에게는 자비와 너그러움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하기엔 참으로 어려운 내용이긴 합니다. 불교 경전이라고만 생각하면 불교의 수행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해당 도서는 특정 종교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자기 자신을 단단하고 선한 사람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스스로 단련해야 할 지침들을 알려주는 것 같다는 점에서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를 떠나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분들, 좀 더 나은 내가 되길 원하는 분들, 깊은 삶의 지혜를 새기고자 하는 분들에겐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현대사회를 자신의 지나친 욕심과 삶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분들의 걱정과 불안이 이 책과 함께 조금은 옅어지길 응원합니다. 해당 도서는 마음의 평정심 유지와 마음의 수양을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 모든 예비 독자 여러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해당 도서의 저자와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함으로 글을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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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영재와 수재 함께하는이야기 6
명창순 지음, 박재현 그림 / 마음이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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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의 등장 인물인 영재는 장애인 동생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받아서 최대한 튀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 영재에게 행복을 주는 강아지가 생겼습니다. 강아지, 별똥이와의 산책에서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수재는 슬픕니다. 강아지 별똥이가 오면서 형과 가족의 관심을 빼앗겼습니다. 형이 챙겨 주던 걸 처음으로 혼자 하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기 싸움을 하면서도, 너무너무 어려운 세상에 적응하며 자기 나름의 이유 있는 행동을 합니다. 영재의 행복인 별똥이, 수재의 고통인 별똥이. 별똥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강아지 별똥이 때문에 귀 기울여 보게 되는 비장애인 영재와 장애인 수재의 마음 이야기 입니다. 같은 공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장애인 수재와 비장애인 영재의 마음을 이해해요! 『오! 영재와 수재』라는 반가운 동화가 출간되었습니다. 그간 장애인의 형제자매나 친구들이 등장하는 동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장애인이 전면 등장해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들려주는 동화는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영재 수재 형제는 집, 공원 등 같은 장소에서 둘이 함께 같은 사건을 마주하는데도 서로의 이해도나 마음 상태는 다릅니다. 이를 영재와 수재의 시선으로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작품은 비장애인 영재의 목소리에서는 동질감이 느껴지고, 장애인 수재의 목소리에서는 ‘아!’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장애인 수재의 마음을 보고서야 그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똥이 들은 봉지를 뜯거나, 남의 연을 가만히 가지고 있는 등) 수재의 행동들이 비로소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심리 상담사이기도 한 작가는 수많은 수재들을 만나 보니 ‘자기 생각과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아주 느리고 더디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고 세상에 대한 오해와 사람들에 편견이 없다’며 자연스레 장애인의 가족들에게도 관심이 가졌다고 말합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서투름과 사회에 가지는 비장애인의 오해와 편견은 어느 게 더 사람으로서의 경중을 따질 수 있을까요? 장애인은 나와 많이 달라서 내가 장애인의 마음까지는 모른다고 치부하는 비장애인의 무심함을 콕콕 찌르는 『오! 영재와 수재』는 티키타카하는 영재와 수재의 형제애로 독자들의 오해와 편견을 한 꺼풀 벗겨 줍니다. 강아지 별똥이가 불러온 상상도 못 할 문제들이 발생하고, 각자의 존재성을 한껏 뽐내는 씩씩한 가족 동화 입니다. 사람은 사회 시스템에서 사는 존재이다 보니 사회성이 약한 장애인의 가족들이 견디는 사회의 압박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가족을 우선으로 장애인과 사회의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인의 가족들은 오늘도 나름 열심히 삽니다. 하지만 모든 형제, 자매, 남매들이 그러듯이 아이들은 서로 싸운다. 영재 수배 부모처럼 그걸 보는 부모는 한숨이 나옵니다. 평소 동생을 돌보느라 힘들었던 영재, 부모님의 힘듦을 덜어 주고 싶은 착한 영재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강하게 자기 의견을 냅니다. 영재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 아빠 엄마도 강아지가 수재의 정서에 좋을 거라는 낙관으로 길 잃은 강아지 별똥이를 키우게 됩니다. 그러나 별똥이, 자기는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듯 ‘서열’이라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수재를 무시합니다. 그뿐 아니라 수재를 위협하고, 거실을 독차지하고, 가족의 관심을 끌며 수재를 외롭게 만듭니다. 강아지 별똥이가 오면서 영재는 행복하지만, 수재는 슬픔에 빠졌습니다. 이를 보는 부모도 양육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서로 마찰을 겪습니다. 영재, 수재, 엄마, 아빠 그리고 별똥이. 가장 작은 사회 집단인 가족들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고, 불화를 겪으며 각자의 존재성을 한껏 내뿜습니다. 문제 앞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미안해하고, 속상해서 울고, 조용히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사랑이 배인 화합된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끼어들면서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새롭고도 재미있게 보여 주는 『오! 영재와 수재』는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귀 기울이게 하는 배려의 동화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엄마가 임신 도중에 자신의 뱃속의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이의 출산을 꺼려하고 낙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만약, 장애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그 부부도 장애 아이를 육아하면서 부딪히고 또 평생 장애 아이를 뒷바라지하면서 고생해야 하기도 하지만, 부모의 사망 이후 남을 아이의 문제와 비장애인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그 아이들에게 지워질 평생의 부담은 부모의 이기심일 뿐이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영재 또한 여전히 부모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임에도 동생에게 뭐든 양보하고 동생에 맞춰 생활하며 동생을 배려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평생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버거운 무게감을 짊어진 아이의 어깨가 안쓰러웠습니다. 11살 영재는 발달장애를 가진 9살 동생 수재를 챙겨야 하는 형입니다. 평생 아이인 상태로 성장할 동생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답답함을 느끼는 영재 입니다. 이런 영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미 TV 프로그램과 같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꽤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영재도 아직 어린 아이였지만, 부모님의 관심 대상은온통 돌봄이 필요한 동생 수재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영재는 강제로 의젓해져야 했고, 애어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영재가 수재를 데리고 다닐 때, 사람들의 측은한 시선 역시 영재를 힘들게 했습니다. 가족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는 수재에게 영재 형의 양보와 가족의 관심은 어느새 당연한 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강아지 별똥이의 임시보호가 시작되었을 때, 수재는 속상하고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수재는 자신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이 강아지 별똥이에게 쏠리는 것도, 별똥이가 자신만 보면 짖는 것도 싫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수재 나름대로의 양보를 했던 것인데, 가족들은 이런 수제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수재는 자신이 언제까지 양보를 해야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수재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평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수재의 병과 엄마의 반대로 키울 수 없었던 영재에게 한줄기 빛처럼 강아지 별똥이가 찾아왔습니다.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였고, 어찌어찌 임시보호를 하게 되었습니다. 뛸듯이 기뻤던 영재는 집에 오기가 무섭게 강아지 별똥이를 챙겼습니다. 그 바람에 수재와 놀아주는 시간이 줄고, 수재를 돌봐주는 일에 소홀하게 되었지만 영재의 관심은 온통 강아지 별똥이 뿐이었습니다. 진짜 가족의 사랑을 찾지 못한채 시간은 흘러갔고, 갈수록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들 형제의 부모는 결단을 내려야 했고, 영재는 또 다시 수재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크게 반항합니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부모는 놀랐고, 영재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했음을 깊이 깨닫습니다. 해당 도서를 읽는 동안 자꾸만 마음의 답답함이 가시질 않고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비장애인 영재의 입장에서 보게 되다보니 영재의 부모님께서 출산 전에 아이의 건강 상태를 알고 고려했다면 이런 선택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장애인 자녀 출산에 대한 선택의 몫은 부모님께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장애아가 있는 가족들에게 가족의 희생만을 강요할게 아니라 정부의 복지 혜택 차원에서 장애 아동에게 적절한 돌봄 제공과 제대로 된 관련 시설 구축과 관리, 가족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장애 아동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적합한 더 많은 일자리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도서를 통해 장애 아동이 포함되어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환경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를 통해 더 좋은 가정환경 개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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