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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평점 :
해당 도서는 12년째 동거생활중인 두 남녀의 솔직하고 담백한 동거에세이 입니다. 이십대 초반 시골에서 올라와 상수동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면서 여자〈명진〉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남자〈만수〉는 베이시스트로 살아가다가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작은 방을 하나 얻어 살면서 두 사람은 주변의 작고 소소하지만 가까운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두 사람만의 낯선 도시 서울적응기를 만들어갑니다. 어느날부터 그들이 직접 그리고 쓴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는 sns에서 동거를 하고 있거나 연인인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받기 시작합니다. 해당 도서는 교환일기 같기도 하고, 그림일기 같기도 합니다. 20세기에 유행했던 아날로그 앨범도 생각납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필름으로 인화한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갈피마다 끼워넣고, 그 옆에는 추억의 날짜와 에피소드를 손글씨로 써넣곤 하던 그런 앨범이 생각납니다. 남녀가 번갈아 가며 쓴 글은 핑퐁게임과 같습니다. 독자는 두 사람의 친구가 되어 그들 각자가 번갈아 털어놓는 속마음을 들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떠오르며 나의 20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해당 도서는 담담한 생활 에세이 입니다. 서먹하다가 설레다가, 섭섭하다가 애틋하다가, 신나다가 걱정되기도 하는 그런 감정들이 요란하지않게 소박하게 담겨있다. 그림체는 볼수록 매력적 입니다. 그림 반, 글 반의 에세이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공동 저자의 담백한 그림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습니다.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않고 눈길이 갑니다. 해당 도서는 '스며들다;(마음깊이 느껴지다)라는 말의 정의를 내려준 책 입니다. 각자의 단점이 서로에게 장점이 되고, 나와 너를 우리라는 하나의 동그라미안에 둥글고 모나지 않게 사랑하며 이해합니다. 과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시끄럽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소박한 그들의 동거이야기는 읽는내내 아무런 동요없이 맘을 평온하게 만듭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든 것처럼 저도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것만 같았습니다.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이 있는 동시대 청춘들의 이야기 입니다. 하루 한번 우리는 서로를 산책시켜 줍니다. 낯설기만 했던 서울 생활이 그들의 생활이 되기 시작하고 하나씩 살림을 고르는 재미도 늘어납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꿈은 너무나 멀리에 있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일상과 행복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콤플렉스였던 내 사투리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하나 생겼습니다. 사람들 사이로만 가면 주눅이 들던 내가 그 사람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든든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처음으로 시장에 나가서 함께 덮고잘 이불을 고르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베개를 사보고 이제 그녀가 긴 머리를 감고 나면 드라이기로 말려주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꿈이 생기기 시작했고 꿈을 꾸는 듯한 시간들도 경험합니다. 알수 없는 상실감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우리같은 청년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도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대로가 좋아요 라고. 꺾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산책을 당신들도 이제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하기 시작할거라고. 그렇게 연인이 되고 같이 살아가다보면 세상은 끝으로 가고 있어도 우리는 하루 한번 서로를 산책시켜 주는 사이가 되어간다고. 눈빛만 봐도 입만 떼도 상대방이 할말을 알아채는 초능력이 생겼습니다. 동거를 해봐야 알수 있는 서로의 습관들. 두 사람은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끝까지 못고치는 사투리처럼 서로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험도 생깁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입니다. 같이 살지 않았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감춰 둔 채로 만나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혀 다른 타인이 한 공간에서 만나 하나의 시간을 쌓아가면서 두 사람의 스토리는 진정으로 자신과 타인을 알아가는 하나의 성장스토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 우리는 가끔 서로의 말을 쌈 싸 먹는다’ 고.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태어나도 동거는 해볼만 합니다. 동거에 대한 두 사람만의 생각. 같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달랐던 두 사람이 자신안에 있는 이기심과 배려에 대해 하나씩 다시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툰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오랫동안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상처를 가만히 치유해주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지만 동거를 머뭇거리는 , 혹은 어떻게 동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들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방식으로 따뜻한 조언을 하듯이 말을 걸어갑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의 서툰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일부터라고. 다시 태어나도 동거는 해볼만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