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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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책 두께가 얇아 책장에 꽂아놓으면 덩치 큰 다른 책에 묻혀 한동안 까먹고 지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눈에 띄거나, 생각이 나서 찾아 읽으면 어느 꼭지를 읽어도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좋아하는 도반과의 이야기는 책 한구석을 접어놓아 읽고 또 읽었다.

스님들이 쓰신 에세이는 마음이 거울처럼 맨들맨들해지게 만들어 주어 잘 찾아 읽는 편인데 이번엔 현진 스님의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자연과 벗삼아 사는 스님의 소소한 이야기일 것 같다. 읽어보니 역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매일 허겁지겁 출근해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네모난 컴퓨터 모니터만 주구장창 쳐다보며 일하다가 때되면 점심먹고 다시 일하다가 퇴근해서는 저녁먹기 바쁘게 늘어져서 티비만 보다가 하루가 끝나는 일상. 그 속에서 밖에 꽃이 피는지 지는지, 산들바람이 살랑 불었는지, 새파란 잎이 쏙 올라왔는지 어쨌는지 볼 틈이 없다. 태풍이 치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우리는 자연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런 중에 현진 스님의 책 속에서는 봄에 벚꽃과 매화, 개나리, 진달래가 어떻게 피었고, 농사일에 풀 뽑기를 게을리하면 밭이 어떻게 되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해준다.

정월대보름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밤하늘의 달을 쳐다볼 일이 없는데 달빛 아래 동네 한바퀴를 거니는 스님의 이야기를 읽고는 베란다 너머로 달도 한번 쳐다봤다. 가끔 정전이 되면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그 밝기에 감탄하곤 한다. 너무 강렬해서 찌푸리지 않고는 쳐다볼 수 없는 해와 달리 은은한 달빛은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달빛에 비치는 모든 것들이 다 사랑스러워진다.

현진 스님의 책은 마치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다만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정치적인 이슈 등에 스님의 코멘트를 달아놓은 꼭지는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희망으로 스님들이 지저분한 속세에 신경쓰지 않고 깨끗한 산 속 조용한 절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평안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욕심일 뿐.

산같고 물같고 꽃같은 스님의 달빛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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