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출판 24시
김화영 외 지음 / 새움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나의 꿈은 서점 주인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네마다 제법 큰 서점이 있을 때여서 심심할 때면 서점으로 놀러가서 책 구경을 실컷 했었다. 그러다 조금 더 커서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뒤엔 직접 책을 만드는 출판사 직원이나 인터넷 서점 MD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이도저도 아닌 독자가 되어있다.

맨날 그렇게나 좋아하는 책만 보고 있는데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꿈의 직장에 다니는 출판사 직원들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그런 궁금증을 거의 다 해소시켜주고, 더 나아가 눈에 덮힌 콩깍지까지 벗겨주는 <출판 24시>. 제목과 목차만 보고는 출판계 현장에서 일하는 진짜 직업인 여럿의 글을 모아놓은 에세이 정도로 예상했는데 제목 앞에 떡하니 '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쫌 해보니 실제로 한 출판사에서 직원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 대해 돌아가면서 릴레이 식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사장,기획실장, 편집장, 마케터, 전자책 담당자 등 출판사의 구성원들은 책을 만드는 '회사원'이었다. 내 예상과 달리 그들은 하루종일 책만 읽고 있지 않았다. 내 상상과 가장 유사한 일을 하는 출판사 직원은 편집자였고, 가장 고달파보이는 분야는 영업부였다. 자사의 책이 보다 좋은 자리에 진열되게 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돌아다니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고, 인터넷 서점에 한번이라도 더 노출되게 하기 위해 MD와 미팅을 해야했다. 별 뾰족한 방법이 더이상 없는데도 책 홍보를 위해 고심해야 하는 마케터의 애환도 여느 회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출판계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지 이미 수년이 흘렀다. 매년 유사이래 가장 힘들다고 한다. 책을 좋아해서 구입해서 읽고 싶지만 솔직히 점점 비싸지는 책값이 부담스럽고, 또 요즘 나오는 책들이 과연 사서 볼 만큼 양질의 책인지도 의문스러워져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 걸 알게 되어 이제 좋은 책은 사서 볼까 싶다.

그런데 오탈자가 발견되어 곤혹스런 편집자의 이야기 꼭지도 있던데 이런 내용의 책에도 오자와 잘못된 띄어쓰기가 있으면 어쩌자는 건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애교로 봐줄 정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실제 출판사인 새움출판사 블로그도 들어가보고 김진명 작가의 책도 다시 한번 검색해보게 만드는 등, 이 책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 작전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주 완벽하게 성공했다. 출판사의 속내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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