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갓 백일을 넘긴 갓난아기를 보고 있는 서른의 나는, 사실 4개월 전만 해도 만삭의 부른 배를 부여잡고 자가운전하여 직장에 출근해서 주어진 일'만' 이정도면 됐다 는 정도의 선으로 일을 처리하고 퇴근시간만 기다리던 대한민국의 보통 여성 직장이이었다. 출산과 함께 집에 박혀서 아기와 씨름하고 있는 지금은, 직장이 그토록 그리워질 줄 몰랐다며, 복직만 하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지 라는 다짐을 하면서, 전혀 머리를 쓰지 않아 점점 머리가 굳어가는 게 아닐까 라는 두려움에, 무기력해지는 나를 채찍질하고 자극시켜줄 책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책표지도 이쁘고, 띠지에 있는 작가도 이뻤다. 아기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틈틈히 읽으니 후루룩 읽혔다.
스물여덟.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지도, 너무 나이들어 더이상 도전하기 두렵지도 않은 나이. 딱 좋은 나이. 지나고 보니 정말 좋았던 나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었을 나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제 직장도 잡았고, 더이상의 모험은 없어..라면서 스스로를 가둬버렸던 나이였다.
이 책의 작가는 그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서부터 이것저것 안 해 본 게 없다고 한다. 소소한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재무설계사, 까페주인, 지금의 구두디자이너까지..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직업들을 다 겪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다양한(혹은 뜬금없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으나 책에는 생각보다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또한 시간 순서대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말이지? 라고 어리둥절하다가 뒷부분을 읽으면서 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자기 직업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일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을 골랐는데 전체 책에서 그런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없어 좀 아쉬웠다. 대신 나눔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실천방법들이 꽤 자세하게 나와있어 그런 부분에서 본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무슨 일에든지 겁없이 도전하고 부딪쳐서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고 또 다른 분야에 기웃거리다 그대로 돌진하고 하는 무대뽀 정신으로 무장하여 이 넓은 세상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고 있다. 남들이 다 가는 정석인 길로 가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열정 충만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그런 삶이 한편으로는 부럽지만, 과연 나는 이 저자를 따라할 수 있을까? 싶다.
내가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인생 교훈 중에 하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것이다.'인데, 그래도 저자처럼 살기엔 나는 딸랑 저자랑 두살차이지만 30대이고, 가정이 있어서.. 그냥 다시 복직하게 되면 적당히 하루를 보내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으로 설렁설렁 직장에 다니지 말고, 내게 주어진 일은 정말 나 아니면 절대 안 될 정도로 멋지게 일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