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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아이 엠 - 모르고 살아온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셀프 인터뷰
미카엘 크로게루스.로만 채펠러 지음, 김세나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20대가 다 가기 전에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인생 선배이신 분들에게는 20대가 다 가는 것을 걱정하는 내 말이 투정으로 밖에 안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곧 서른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못내 두렵고 무섭다. 내가 여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가를 정리하기 위해 골라든 이 책, <i am>. 제목 그대로 '나는.......' 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면 된다. 왜냐면 이 책에는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가득한데 거기에 대한 대답은 항상 '나는...... ~다.'로 나오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그 소박한 아름다움이 정겨운 연필 한자루와 함께 나에게 온 이 책은, 어떨 때는 신이 나서 대답을 줄줄 하다가도, 어떨 때는 얼굴이 벌개지면서 말문이 막히기도 했고, 어떨 때는 나와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아 별 생각없이 뒷장으로 넘어가게도 했다. 연필이 딸려왔지만 솔직히 나는 그 연필로 책에 쓰지 못했다. 내가 다 보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가치관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며...
남자친구와 함께 이 책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같이 해나가려고 했으나, 그걸 막은 질문이 있었다. "다시 한번 침대로 갔으면 하는 상대는?" 이런 식의 질문이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도 생각이 많이 개방된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의 정서에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것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책을 만든 사람이 외국인이라서 질문의 내용이나 방식이 쫌 낯설고 불편한 것도 조금 있었다.
약 7,8년 전에 이 책과 비슷한 책이 있었다. 별다른 제목도 없었던 것 같고, 특별히 '책'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그냥 다이어리처럼 생겼는데 페이지 아래쪽에 한줄의 질문이 적혀 있었다. '가장 감명깊게 봤던 영화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당신의 실수는?' '하루에 몇 번 하늘을 보나요?''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등등... 사랑과 우정 등 소녀적 감성에 어울리는 질문만 가득했지만 그래도 그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만들었는지 질문마다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책 <i am>은 나의 은행 잔고가 얼마인지를 물어보는 책이다. 또 나의 정치적 입장을 물어보고 있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나의 현재 상황과 나의 생각과 나의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펴고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한 번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대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