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부터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왠지 라디오라는 매체 특유의 따뜻함과 잔잔함이 좋았던 것 같다. 주목받는 디제이가 아니라 디제이가 하는 시같은 한 구절 한 구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더 궁금했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는 도대체 어떤 감성을 지니고 있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을 지어내는가 하고 시기와 부러움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라디오 작가는 아무래도 디제이의 뒤에 숨어있는 공로자이기에 나같은 청취자들에게 알려지기란 쉽지 않은데 내가 특히나 이름을 기억하고 행보를 따라가고 있는 작가가 한 명 있는데 그 작가가 바로 '정현주'이다. 그녀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자주 들어가서 그녀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 그 작가가 또 한권의 책을 펴냈다. 제목은 <스타카토 라디오>.
 
흠.... 그런데 책이 썩 이쁜 것 같지는 않다. 갈색 표지에 타자기만 덩그러니 있고 '스타카토 라디오'라는 책 제목만 정직하게 찍혀있는 이 책은 요즘 온갖 일러스트로 화려하게 꾸며진 다른 책들에 비해 좀 소박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다른 책들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의 이 책을 펼쳐보니 글자도 조금 작은 편이다. 그러니 왠지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책을 좀더 가까이 찬찬히 보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에 한발짝 한발짝 조심조심 다가가게 되었다.
 
라디오 작가 정현주의 에세이인 이 책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장소들, 그녀가 좋아하는 그녀의 친구들, 라디오작가로 살아가는 나날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잔뜩 실려있다. 나는 원래 정현주라는 이 작가를 알고 있었고, 그녀의 일상과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실제 사랑은 어떨까 궁금해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녀도 똑같은 사람이며, 그녀도 나에게는 꿈의 직업인 라디오작가가 그녀에게는 생업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직장내 인간관계 등)을 겪고 있으며, 그녀에게도 소중한 친구들이 여럿 있어 그들에게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라디오작가답게 소소하고 일상적인 문체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너무 사소한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어차피 에세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이긴 하지만.
 
나의 꿈은 라디오작가'였다'. 이제 20대 후반에 이미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 일하고 있는 내게 라디오작가라는 꿈은 한발짝 한발짝 멀어지고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현실도 직시해야 하기에 '라디오'작가의 꿈은 어릴 때의 꿈으로 살짝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나는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작가'. 소설이든 에세이든 뭐든 그냥 쓰고 싶다.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라는 그녀의 말처럼 나도 매일 매일 뭔가를 쓰다보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뭔가를 쓴다면. 그녀의 작은 책이 또다른 용기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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