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부산에서 태어나서 20년 정도 살다가 최근 인근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했다.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데, 고향과 부모님을 떠난 것이 꽤 두렵고, 외로웠지만 그런 감정은 한 두달이 지나니까 차츰 무뎌져갔다. 하지만 대도시의 편리한 생활수단을 당연하게 누리다가 소도시에서 그런 것들을 누리기 힘들어지니까 그 불편함은 무뎌지기는 커녕, 불만이 가득해졌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대중교통수단이었다. 부산에 당연히 있는 지하철과 버스 환승시스템을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정확한 배차시간과 편리한 노선운행만이라도... 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최근에 자가용을 마련해서 이제는 잊어버리고 살고 있긴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도시의 교통시스템이라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것도 사람들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다듬고 실행하고 고치고 하는 중에 지금의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고, 생각해보면 교통시스템은 도시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수도, 행정, 산업 등등등.. 도시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가.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김진애의 <도시 읽는 CEO>는 이런 궁금증을 적절히 해소해주었고, 실례로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을 소개하며 좋은 점은 칭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생각할 점을 남겨주었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사진들은 실제 그 도시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끔 해주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런던과 파리를 비교한 '지적 감동의 순간을 축복하라'는 곳이었다. 런던은 생각보다 도시가 질서정연하지 않고 복잡하다고 한다. 왠지 영국 런던과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로 보면 딱 떨어질 것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 완전 반대라고 하니 의외였다. 런던의 제 1명소라는 트래펄가 광장(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긴 하다.)은 교통이 복잡하고 탑과 분수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사람들은 들끓는다고 한다. 반대로 프랑스 파리는 왠지 자유롭고 낭만적인 이미지 덕분에 굳이 따지자면 파리가 자유분방하게 도시가 만들어졌을 것 같았는데, 도시가 균질적이라고 한다. 도시 전체가 평평하고 건물 높이가 균일하여 축이 확연히 눈에 띈다고 한다. 책에 실려 있는 파리 에투알 광장의 사진은 가히 놀라웠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에투알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쫙 뻗어있는 방사상 가로축이 자로 잰 듯 깔끔하여 도시의 건물 사진을 보고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한데 이런 도시가 만들어진 이면에는 도시의 컨트롤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깔끔한 도시 모습과 달리 마음은 복잡해졌다.

<도시 읽는 CEO>라는 책 제목처럼 '도시'라는 소재로 인간의 마음을 읽고 올바른 행동을 알려주고 이런 걸 의도한 것 같은데 솔직히 뭔가 교훈을 주려는 듯이 보이는 부분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단지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전문가의 관점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조용한 도시를 살기 편하고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그런 큰 힘은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 두 가지 제안을 할 수는 있을테니, 늘 불만만 품고 있지 말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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