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되는 절차
이남희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한 케이블 방송에서 몇 편씩 연달아 재방송을 해주길래 주말동안 푹 빠져서 시청을 했다. 작년에 공중파에서 실제로 방송될 때는 챙겨보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지 못했는데 한번에 몰아보니 몰입도 잘 되고 좋았다. 정이현의 원작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영상으로 꾸민 이 드라마에는 31살의 도시 직장인 오은수가 연하의 남자친구와 연상의 선본 남자 사이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제 곧 나도 서른이 머지 않은 나이가 되어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31살이 뭐 어때서? 겨우 31살인데 왜 저렇게 다들 호들갑을 떨고 그러지? 요즘은 다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니까 서른 조금 넘기는 나이가 노처녀라고 주위에서 극성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이것도 웃긴 것이 31, 32살은 괜찮은데 여자 나이 33살이 되어서 혼자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금방 스쳐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와 노처녀의 상관관계는 정해진 것이 없고 사람 개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규정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어쨌든,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곧 서른이 될텐데,, 내 나이 서른에도 저렇게 사랑과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안달하고 울고 불고 할까?' 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지금 애인이 없으면 서른에도 애인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얼른 남자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제목도 거창하구나. <연인이 되는 절차>. 하하하. 내가 마침 얼마전 헤어진 남자와의 연애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 만나게 될 남자랑은 어떻게 연애를 시작해야 할까 두근거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 앞에 짜잔~~하고 나타나주었다. 이 책이. 그럼 읽어봐야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름도 우아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목도 거창하지만 '실용연애소설'이라는 거창한 장르까지 달고 있다. 소설은 소설이되 실용연애소설, 마치 자기계발서의 실천편 같은 모양새이다. 그 안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니 <섹스 앤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와 그녀의 여자친구들 3명을 카피한 것 같이 여자 4명이 나온다. 그 중에 한 명은 이미 결혼을 했고, 두 명은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주위의 눈이 불편해지고 스스로도 불안해 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이들에게 실용연애에 대해 가르침을 하사하는 세상을 통달한 듯한 언니이다. 

그 언니가 가르쳐주는 길고 긴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남자와 만나게 되는 첫 1개월부터 3개월정도 까지는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고 그저 적당한 친구인 정도로 만나되 호감은 표시하고 남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이 남자가 나에게 맞는 남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절대로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안 되고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고 안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가볍고 쉬운 여자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 이 정도가 되겠다. 

아~ 늘 듣던 이야기구나. 어쩌면 아주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라고 먼저 고백하고 다가가면 안 되고, 되도록 긴머리를 찰랑거려야 하고, 바지보다는 스커트를 입어라'는 충고가 들어먹힌다고 생각을 할까!!! 저자에게 심히 화가 나려고 하는 찰나..... 그래도 이제 새로 만나게 될 남자와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고 이쁜 연애를 하고 결혼에도 골인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에 무슨 이야기인지 끝까지 들어나보고 화를 내든지 욕을 하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끝까지 읽었다. 끝까지. 책이 얇은 편이고 정말 실용적인 연애 지침 같은 이야기들이라서 빨리 읽혔다. 저녁에 2시간 반정도 다 읽었으니 누구나 그 정도 시간만 투자하면 될 것 같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게 있구나. 이런게 공식이라고 하니 나도 한 번 실험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침 책을 읽는 동안 문자를 보내온 남자에게 적절한 답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여지껏 실패한 연애는 밀고 당기기라는 고전적인 룰을 지키지 못해서 실패했던 것이다. 그걸 남자의 탓으로만 돌리며 '어떻게 지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고 분해하던 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실용연애'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소설'이라고 하면 문학성이 있어야 할텐데 이 책에서 그런 문학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마 저자도 그런 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실용연애'지침을 소설형식으로 녹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같이 새로 연애를 시작하려고 맘먹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할 책이다. 또 연애하는 중에 로맨스는 사라졌다고 불평하는 여성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그 설레임과 긴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남자를 만나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로맨스를 유지하는 연애를 하는 그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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