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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 그들에겐 미래, 우리에겐 희망
미국히말라야재단_리처드 C. 블럼,에리카 스톤,브로튼 코번 엮음, 김영범 옮김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겉으론 튼튼하게 보이지만 워낙에 운동을 안 해서 기초체력이 약한 나는 가끔 한번씩 등산을 하게 되면 어찌나 힘이 드는지 펄펄 날며 앞서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징징거리는 소리로, "다시 내려올 걸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올라가느냐"며 투덜거리곤 했다. 막상 힘들게 정상에 올라서면 발 밑으로 펼쳐지는 전경에 넋을 잃고는 "아~ 이래서 산에 올라오는구나."라는 소리가 부끄럽게도 스스럼없이 새어나와버린다. 산에 왜 올라가는가? 산이 거기 있으므로. 이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하고, 영 뜬구름 잡는 소리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물며 동네 뒷산에 올라도 그런 심오한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들은 오죽할까.
눈덮인 히말라야 산맥의 멋진 사진을 책 표지로 삼고 있는 <히말라야>는 단순히 히말라야라는 높고 거대한 자연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미국히말라야재단이라는 단체에서 히말라야의 자연과 히말라야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랑이 넘치는 책이었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 장벽 안에서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학교를 만들어주고, 병원을 설립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들이 커다란 사업이 되고 단체가 되어 한 세대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그들을 돕는 것. 히말라야의 아이들은 학교를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즐거워 하고 고마워 하고 본인도 그 도움의 손길을 다시 내밀 줄 알게 되었다.
세계의 여러 곳들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고 읽고 보다보면 내가 아는 '세계'라는 곳은 참으로 좁고 얕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아는 세계는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러시아 정도이며, 이 정도의 나라가 아니면 통째로 제3세계가 되어버렸다. 히말라야 부근의 티베트, 부탄, 네팔 등도 역시 제3세계에 몽땅 들어가는 나라였다. 하지만 그 나라들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으며, 종교가 있고, 학교가 있고, 병원이 있고, 삶이 있었다. 나는 당장 내 눈앞의 현실만 쫒느라 이 넓은 세상에 이 많은 일들을 모른 척하기도 하고 실제로 모르기도 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아마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해도 끝내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리라. 히말라야 산맥의 입구에서 그 거대한 산을 바라보는 막막한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결국엔 정상에 오르듯이 겸손한 태도로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자 노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루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서 약간 엉뚱할지라도 매일매일을 열심히 꾸준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겸손하면서 위대한 사람들의 고운 마음과 고운 일들을 읽으면서 내가 부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놓았는데, 글 첫머리에 저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고 이해가 잘 안 되어 몇페이지를 얼른 넘겨 저자를 확인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을텐데..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