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여우의 사랑해도 될까요?
임영란 지음 / 한솜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살 연상의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인의 사랑일기'라는 작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만난 건 순전히 저 자극적인 '21살연상'이라는 단어때문이었다. 20대여자와 40대남자의 사랑인데,, 여자가 대충 25살이라고 해도 남자는 46살.. 어쨌든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인관계는 아니다. 나이차이나 생활수준, 직업.. 이런 것들로 사람을 재단하고 단정지으면 안 되지만서도, 사회통념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구성원이니까.. 어떻게 21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뤘을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헌데,,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넋두리처럼 적어놓은 글들을 보니,, 이 책, 소설이 아니라 실화인 거다. 실제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열망을 가진 스물일곱의 저자는 21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되었고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었다. '실화란 말이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프롤로그를 넘어 본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역시나 예상과 달리 큰 줄거리를 가진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에피소드들을 짤막짤막하게 나열해놓은 듯했다. 게다가 산문도 있고 시도 있고(시라고 말해도 될려나..) 형식이 들쑥날쑥한 것이 처음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장 한장 넘겨가며 읽고 있는데 내 나이와 비슷하다보니 어느 정도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술술 읽혀졌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사랑일기'는 너무나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들의 기록이라 읽는 동안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영화 속, 소설 속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슬퍼 보이는 것은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꾸며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현실 속에서 연인과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멋진 남자주인공과 갸날프고 아리따운 여자주인공이 눈물 뚝뚝 흘리면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하는 그런 장면과는 다르지 않은가. 조금의 꾸밈 없이, 솔직하게 사랑의 진행과정을 적어내려간 이 책은(특별히 꾸며낸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아름답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사랑은 가장 아름답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당사자인 나와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이건만 제3자의 눈으로 보는 그들의 문제는 정말 별 것 아닌 것이 되고, 이해 불가능인 상황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어느 연인의 그런 치부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차이 같은 거 힘들지만 사랑으로 극복해내고 눈물겹고 마음 따뜻해지는 사랑이야기로 지친 내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저자는 작가가 되어 드라마든, 라디오든, 뉴스든 뭐든지간에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런 꿈을 갖고 있지만 막상 실현을 하지도 못하고 그 첫발을 내딛지도 못하는데 큰 용기를 내어 첫 책을 손에 쥐었으니, 그 꿈과 용기가 부럽다. 하지만 아직 영글지 않은 글을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짤막짤막하게 쓴 사랑에 관한 시(?)는 라디오작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쩌면 사람들 감성을 건드릴 수도 있겠다 싶은 글들도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쓴 소리를 한다는 것이 위선같이 느껴져 스스로 속이 편하진 않지만.. 다음 번엔 더 멋진 작품을 들고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