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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샌프란시스코로 출근한다 - 말단 비서에서 미국 기업의 최연소 부사장이 되기까지 해외 취업, 이렇게 도전하라 ㅣ 해외 취업 경험담 시리즈 (에디션더블유)
정소연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학생 시절에 읽었던 홍정욱의 <7막7장>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서 정말 코피터지게 치열하게 공부해서 성공한 홍정욱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샤워실에서 영어 사전을 들고서 공부했다는 대목이 압권이었다. 요즘 새로 신간이 나온 금나나의 책도 마찬가지로 내게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게 해주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그 해 1월 1일에 sbs에서 해외 유명 대학교의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다이하드 : 죽도록 공부하기> (제목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도 오랫동안 열정을 유지시켜주었다. 나말고도 이런 소재를 다루는 매체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자신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정소연의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출근한다> 역시 그런 류의 책일 거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쳐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기업홍보전문가인 그녀는 책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고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 미국인들의 사고방식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물론 성공스토리의 틀을 깨고 전문적인 부분을 소개하고 이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책을 낸 데에 의의가 있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처럼 성공스토리를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책 제목이나 표지의 느낌으로 가지게 된 기대에 배신당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기업홍보 라던가, 1분 1초마다 상황이 바껴지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기업환경에 대해 전혀 무지하므로 그녀가 설명하는 많은 부분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어려운 글들이 눈 앞에서 나타났다 스러져갔다.
그녀가 지금 일구게 된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하느냐에 집중조명해놓았는데, 그걸 이루기 위해 그녀가 겪었던 소소한 노력들, 좌절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투박할지라도 재미있게 에피소드들을 나열했더라면 좀더 책을 읽기 편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미국땅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부딪쳐서 이뤄낸 그녀의 성공은 분명 축하하고 본받고 칭찬할 만한 일이다. 나는 그에 비해 이 조그만 대한민국, 그 안에서도 또 조그만 곳에서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으로서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다. 그래서 자격지심이 들기도 하고, 나는 뭐하고 있나 자조감이 들기도 하지만, 꼭 미국에서 성공해야만 성공한 건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내가 내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내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