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퀴즈쇼에 우승한 대가로 체포된 람 모하마드 토마스. 겨우 열여덟이건만 그의 인생여정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흔 노파도 그렇게 복잡다단하게 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인생 속의 다양한 사건 덕에 변변히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별다른 지식도 없는 그가 퀴즈쇼의 어려운 상식 수준의 문제들을 거뜬히 다 맞추고 결국 우승하게 된다. 퀴즈쇼를 만드는 TV 제작국 입장에서는 실제로 엄청난 액수의 상금을 지불할 능력도, 그럴 생각도 없었기에 분명히 무슨 음모나 속임수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체포되어 있던 람 모하마드 토마스는 그를 도와주려는 여자 변호사에게 본인의 인생 이야기와 그로 인해 답을 알 수 있었던 퀴즈 문제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꽤 두꺼운 인도소설이었다. 일본소설이나 영미소설이 아니면 모두 제3세계 소설이라고 인식해버리는 내 머리 속에 발음하기도 힘들고 눈으로 따라 읽기도 어색한 인도사람들의 이름만큼이나 그 배경들이 낯설었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선입견, 편견들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방해를 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가난하고 지저분한 나라 라는 생각은 실제로 람이 자란 인도의 뒷골목들을 상상하기 쉽게 해주었다. 한편 그런 생각들은 인도에도 TV가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를 즐기는 소년들이 있고, 닌텐도가 뭔지 아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배우를 동경하며 실제로 영화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그 당연한 사실을 놀라웁게 만들기도 했다. 내 생각의 편협함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불러다가 보살펴주는 척하면서 아이들을 불구로 만들어 앵벌이를 시키는 조직폭력배 사람들, 딸에게 나쁜 짓을 하려는 아버지, 기차칸에서 돈을 뺏다가 어린 소녀를 수치심에 벌벌 떨게 만드는 강도들.. 어느 사회나 이런 몰염치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소설 속보다 현실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이런 사람들 틈에서, 이런 무서운 세상 속에서 맨몸으로 부딪히고 헤쳐나온 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줄 아는 멋진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가 퀴즈쇼에서 우승한 것,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 모두 충분히 받을 만한 것들이었다. 

퀴즈쇼의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방식이라서 퀴즈쇼의 문제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건들의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금방 했던 이야기의 뒤가 나올 줄 알았는데, 한참 건너 뛴 이야기가 나오거나 해서 헷갈리기도 하고, 한참 뒤에 아까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나와서 궁금증이 풀리기도 하는 등, 소설의 전개 방식이 독특했다. 처음에는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예상치 못했던 반전까지, 통쾌하고 느낌 좋은 소설이었다. 저자가 실제 외교관이며 이 소설이 겨우 두달만에 집필되었다는 점에서 놀랍고, 그 능력이 한층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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