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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키가 호리호리하고 미남형인 브렌트는 초대받지 못한 파티에 용기를 내어 갔다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말을 걸어보려다 많은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만다. 홧김에 파티장에서 돌아나와 차를 몰고 가다가 문득 이것저것 다 필요없다는 식으로 생각이 들고 자살을 하려는 생각으로 핸들에서 손을 놓는다. 사고가 났지만, 브렌트는 살았다. 하지만 브렌트의 차에 치여 18살의 리 라는 우수한 여학생이 죽어버렸다. 리의 어머니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미국의 네 귀퉁이에 바람개비를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하는데...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에서 바람개비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바람개비가 아니다. 빨대나 나무젓가락에다가 색종이를 둥글게 말아서 네개의 팔을 만들어 중앙에 압정을 꽂아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거나 손에 쥐고 뛰어가면서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을 보던 그런 장난감이 아니다. 목재와 연장들로 몇일을 걸려 만드는 커다란 설치물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풍차'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넓은 미국의 네 귀퉁이를 버스로 횡단하면서 손에 익지 않은 목재공구들을 쓰면서 손을 베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마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키기도 하면서 브렌트는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부모님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오히려 자신은 더 가혹한 벌을 받았어야 했다면서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지만 피해자의 어머니의 부탁이 그에게도 평안을 가져다준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네개의 바람개비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가져다 주는데 4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첫번째 나온 여자아이들의 이야기였다.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원하는 것을 마치 꿈을 꾸듯이 세세하게 상상을 하면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친구를 설득하는 여자아이의 말은 요즘 유행하는 <시크릿>류의 자기암시방법이었다. 최근에도 비슷한 자기계발서를 읽었었는데 딱딱한 문구의 책보다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것이 더 와닿았다. 물론, 너무 드러내놓고 홍보하려는 듯해서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국인입양아 이야기도 나왔는데, 1952년 미국에서 태어난 작가 폴 플라이쉬만이 한국인입양아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도 주변에 입양아가 있고, 그 입양아가 한국에서 온 아이겠거니 생각했다.
책은 좋았다. 바람개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하면서 상쾌한 바람이 내 주위를 감도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책들은 별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어 험난한 일을 겪고 그 일을 통해 마음도 한뼘, 몸도 한뼘 자란다는 이야기는 분명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일 것이나, 이미 다 커버린 나에게는 조금은 유치하고 끝이 보일 뿐이었다.
흠,,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들은 아직도 미국의 네 귀퉁이에서 바람에 휙휙 돌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