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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세계 - 사회적 기업가들과 새로운 사상의 힘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나경수 외 옮김 / 지식공작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는 말. 정말일까? 아무리 세상이 넓다지만 나는 겨우 지금 대한민국의 한 도시에서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내기가 바쁜데 세상이 넓은지, 좁은지,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은 참말로 넓다.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나라도 무수하고, 그 안에 도시는 더 많고, 그 안에 숨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많다. 잘 모르는 이름들을 굳이 발음하려 들지 않고 나는 '제3세계'라고 말할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내가 그 사람들을 바라보듯이, 먼 세계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사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그 '제3세계'(나에게 인식되어 있는)에서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고, 실제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의 역할과 그들이 걸어온 길, 그들을 지원하는 아쇼카라는 단체의 일들을 소개하는 이 책의 목적과 달리 나는 그저 이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의 헌신과 노력, 열정에 반해버렸다. '아쇼카'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전략에 대한 분석과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며 아쇼카 펠로라는 든든한 신용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사실 아쇼카 에서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소개되어 있는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은 다름아닌 나이팅게일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사회적 기업가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헌신적인 간호사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였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그 시대에 부잣집 딸인 나이팅게일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간호사가 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보다 더한 것이 있었다.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야전병원에서 일하게 된 나이팅게일이 참담한 야전병원 현실을 보고 하나하나 뜯어고치고 개선시켜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갸녀린 여자의 몸으로 야전병원을 지휘하여 야전병원에 실려온 병사들의 사망률을 3개월만에 43%에서 2%로 뚝 떨어뜨린 것이다. 영국군의 건강과 병원행정에 대해 늘 고민하고 행동하고 개선시켜온 그녀는 통계자료 및 도표를 무기로 삼아 육군성의 보건 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갔다. 그녀는 간호사만이 아니었다. 행동하는 사회적 기업가였다. 그녀로 인해 병원행정의 틀이 잡혔다. 막연한 존경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이 생긴다.
인도에서 고통받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긴급전화 1098 차일드라인을 만든 제루,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가더라도 금방 다시 병에 걸려버리는 악순환을 끊어버리고자 의료서비스를 개혁한 브라질의 코르데이루, 어떻게 대학에 가야 하는지, 대학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칼리지서밋'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미국의 슈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었다. "아이디어"의 중요성, 그 일을 추진해나가는 사람의 "기업가적 성질", "도덕성" 등 꼼꼼하게 따지고 따져서 아쇼카 펠로로 선정하고 난 후 지원을 아끼지 않는 아쇼카 단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분명 다들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항상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정부'였다. 행정이 사회적 기업가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뒷받침은 고사하고 뒤따라가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행정과 싸워서 이겨내야만 했다. 행정은 왜 이렇게 늘 고리타분하고 한자리에 머무르고 오히려 후퇴하려 할까. 정부에서 나서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간다면 우리 세상은 더 살 만 할텐데 말이다. 어떤 일이든 모든 것에 행정적 절차와 합의가 따라야 하는 복잡한 과정들이 수반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들이 간단하게 성립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고 전화를 붙잡고 설득하는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눈에 성과가 보이는 것이다. 그들을 칭찬하고 북돋아주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내가 그들처럼 할 재량이 못 되는 바에는.
세계는 분명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펼쳐놓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