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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나의 힘 - 에너지를 업up시키는 분노관리법
아니타 팀페 지음, 문은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나 역시 스스로 내가 착하다고 생각한다. 생긴 것도 순하게 생겨서 '인상 좋으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는 옆자리 동료는 생긴 것부터 우악스럽게 생기고 사나워보여서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두들 나에게 온다. 만만하게 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사람은 생긴대로 산다 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 같다고 생각한다.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바보이니까 말이다.
세상에 화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가장 가까운 가족들하고도 늘 트러블이 생기고, 친구들과도 맘이 잘 안 맞아서 한번씩 다투게 되고, 직장에서는 직장이라는 특수환경 때문에 참고 넘어가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하루에도 열두번씩 참을 인 자를 되새기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화를 잘 내는 사람과, 화를 못 내는 사람. 누가 밤에 맘 편하게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까.
분노는 나의 힘!!! 이 책에서는 분노를 감추어야 할 감정, 혹은 참아야 할 감정이라고 억누르지 말고, 적절한 방법으로 잘 다루어서 분노를 일으킨 상대에게 적절히 분노를 표현하여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 방법들이란, 쿠션을 미운 상대로 생각하고 때리기, 자동차나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 소리지르기, 춤추기, 분노를 일으킨 상황에 대해 편지 쓰기 등등이다. 책을 읽다보면 약간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래도 자그마한 책 사이즈와 귀여운 그림들, 귀여운 글씨체에 약간의 지루한 감정도 무뎌지게 된다.
나는 특히 이 책을 읽고 몇 구절에서 위로를 받았다. 화, 분노, 노여움, 증오, 공격성 등의 단어를 정의를 내린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특히 '증오'. "증오란 화나 분노가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증오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이전에 당한 상처를 의식적으로 거듭 떠올리면서 매번 그 때의 고통을 다시 느낀다."(18쪽)- 맞다. 나는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아주 예전에 있었던 일들도 세세한 일상 속의 부분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다. 좋은 기억도 많겠지만, 유별나게 나쁜 기억, 상처받은 기억들은 자꾸 되새김질하여 다시 상처받고, 다시 분노하고, 또다시 저장해두게 된다. 이런 것은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한데도 생긴 천성이 그런건지, 지금도 나는 옛날 기억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분노를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여섯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첫번째는 바로 "자신을 용서하라"이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자신을 용서하면서 그보다 더 잘 할 수 없었다고 다독이라고 한다. 반대의 경우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삼켜버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127쪽) - 맞다. 나는 화를 잘 못내는 편이라 분노를 일으킨 상대에게 소리를 치지는 못하지만 가슴속에 그 상황과 상대의 행동과 나의 소심함을 모두 저장해둔다. 무엇보다도 나의 소심함이 가장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게 그 상황을 더 안 좋게 기억되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악순환이라니.... 나를 용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분노는 두사람 모두 잘 대처해야 하는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분노를 터뜨리면 상대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고, 심지어 그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166쪽) - 맞다. 애인에게 내 성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누가 좋아할까. 가장 가까운 사이이므로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마음이 안 맞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화를 못 낸다는 핑계를 대고, 나는 늘 적절한 분노가 아니라, 다 용서해주는 척 해놓고는 시간이 지나면 한번씩 그 일을 꺼내서 그 땐 이랬잖아~ 라며 웃음을 띠고 얘기하는 것이다. 얼굴에는 웃음이 있지만 나는 그 때 화났었다고 주기적으로 애인에게 주입을 하는 것이다. 그 때 화를 내지 못한 것을, 지금 미안해하는 상대방의 모습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것이다. 그게 오히려 더 짜증나게 하는 일인 것을 잘 알면서도 그랬다. 모든 것을 다 참아주고 다 받아주고 다 맞춰주는 것만이 인간관계를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분노는 꼭 참아야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