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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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만간(짧으면 2년, 길어도 5년) 결혼을 할 것 같다. 누가? 내가. 누구랑? 결혼을 할 시기에 내 옆에 있을 남자랑.

결혼을 할 것이다 라고 단정짓지 못하는 것은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결혼 이라는 거.....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란 말이지.

그 어려운 일을 연습도 없이 한번에 해내야 하고, 되도록이면 두번, 세번 안 하는 것이 가장 좋고, 한번에 해냈으면 그걸 죽을 때까지 유지를 해야한다는 책임까지 따르고..

이~~렇게나 어려운 일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거의 결혼을 해서 옆에 남편 혹은 아내가 있으며 거기서 또 대부분은 아이들까지 키우고 있는,,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 이거란 말이지.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에서는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여자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할머니인 버나딘의 마음과 손녀인 트레사의 마음이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외할머니와 손녀라면 그 나이차이가 적어도 4,50년인데 생각하는 것을 보면 똑같다. 그 시대가 언제이건, 누구이건 상관없이 결혼이라는 한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같은 아내이기 때문에 똑같은 생각들을 하게 마련인가보다.

 

버나딘과 트레사의 차이점이라면, 버나딘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고, 트레사는 원해서 결혼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이 남자가 내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워한다는 것뿐.

버나딘과 트레사의 이야기가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솔직히 버나딘의 결혼 이야기가 더 매력있었다. 마이클 터피를 그렇게나 열렬히 사랑했지만 지참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고 제임스와 억지로 결혼하게 되어 남은 인생동안 마이클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하지만 몇십년동안 살 부대끼고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젊은날의 불같은 사랑보다 더할까. 결국 제임스를 남편으로 아이의 아빠로 인정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에 반하면 트레사는 38살의 나이에 잘생긴 댄과 결혼했지만, 결혼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이 남자가 싫다, 이 남자는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일관하며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부정적인 생각이 읽다보니 짜증이 났다. 좋은 얘기도 한 두번이지 똑같은 말을 계속하고 있어서 읽기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반전이 생긴다. 시어머니인 아일린에게 사과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아일린이 빵만드는 모습을 보며 마치 외할머니를 보는 듯 애틋한 감정이 생기고, 항상 못마땅한 표정의 대장노릇을 하는 시어머니가 사실은 늘 트레사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부분을 읽고 그 지루해서 잘 못 읽겠다 싶었던 앞부분을 다시 돌아가서 읽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아일린과 트레사가 서로 말없이 레이저를 쏘아대는 침묵의 전쟁을 하던 부분에 가서 사실은 아일린은 나이많은 며느리를 반겼다는 느낌을 알아채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다 읽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버나딘은 마이클을 평생 가슴에 두고 사랑했고, 트레사는 옛 애인이었던 로난과 키스를 하고 한 순간 실수를 할 뻔 하지만 그 때에서야 남편인 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건 둘 다 분명한 바람이다. 배우자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든, 실제로 품에 품든, 그건 바람이다. 잘못된 일인 것이다. 하지만 30살쯤 결혼을 해서 80살쯤 죽을 때까지 50여년을 한 사람만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과연 결혼을 해서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결혼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버나딘의 아이에 대한 사랑이 무척 놀라웠다. 니암(트레사의 엄마)을 낳고 아이가 자라는 단계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언젠가는 자신의 품에서 떠나갈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자유로운 딸이 떠날 때에는 온 세상이 무너지듯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아이, 자식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큰 의미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에게 나도 그런 존재일까? 아버지한테도? 나중에 내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나도 자식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이 모성, 모성애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머니에게도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학작용, 타협, 희생, 함께하는 기쁨, 인내, 존경, 수용, 충성, 신뢰, 헌신, 지혜'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그게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라는 의미겠지? 이런 어려운 조건들이 갖추어진다면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걸까.

오랜 세월 살면서 정이 들고 사랑하게 된 제임스를 먼저 떠나보낸 버나딘과, 이제서야 댄을 사랑하는 걸 깨닫고 댄과 새로운 출발을 하는 트레사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인자한 할머니가 되어 존경하며 사랑하는 남편과 평화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으려나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인상깊은 구절

1. 결혼은 땅과 안정과 돈이 얽힌 문제였다.  (43쪽)

 

2.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지도를 그려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지도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다. 어머니가 죽으면 그 지도는 깨끗이 비워진다. 아이가 슬픔을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 자신을 위한 지도를 그려야 하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툭 던져지는 것이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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