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 -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로버트 라이시 가라사대

로버트 라이시.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경제학자이며, 버클리대 교수다.

그리스 위기, 금융 위기 등 굵직한 경제에 빼죽 빼죽한 비판을 찔러 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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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경제학자는 당연히 대부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이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무시하곤 한다.

특히,

진보 경제학자가 월스트리트를 깔 때,

탐욕을 붙잡고 일장연설을 한다.

Greed is not good!

탐욕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탐욕은 나쁜데.

월스트리트 작동 엔진은 탐욕인걸.

이들한테 박애 정신으로 일하라고 하기도 참.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생각을 했다.

성인비디오 업계 사람들한테 '당신들은 색마구니가 꼈어! 금욕하시오.'라는 꼴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당연히 범죄자들의 전'성기'를 '거세'게 꺾어놔야겠지만.

수수한 성인 양들까지도,

성인비디오업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학적 현자로 만들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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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의 월스트리트 비판은 현실적이다.

근본적인 큰 그림을 본다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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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탐욕이 문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을 뺀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문제는 월스트리트가 과도하게 영향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연방 정부와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맺고 미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이 막강한 산업으로 꼽히는 월스트리트는 세계관과 금융상 이익이 같은 재무부 장관과 경제고문을 자주 배출해내고, 의회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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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이런 라이시가 1대99, 상위 1%와 나머지 99% 사회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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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스윽

목차를 보자.

1부는 조작된 경제 게임.

신자유주의 위에 세워진 미국경제가 삐걱삐걱한 것을 얘기하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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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행주의자의 부상

역행주의자란 건전한 보수와 다른 보수,

우리로 따지면 까스통 할배로 대변되는 수구 꼴통을 의미한다.

보수가 사회의 전통가치를 지킨다고 정의하면,

이 역행주의자들은 그 전통가치를 달성하기 이전의 귀축마도의 불구덩이로 사회를 끌고 가는 물귀신들을 지칭한다.

이들을 감정적으로 죽이네, 살리네! 차원이 아닌 이들의 전략, 목표를 분석하여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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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행주의자들에 대한 분석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들의 행태는 우리네 정치권이 자기들의 아름다운 꿀단지에 누가 손데려고 할 때,

사용한 전략과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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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제 알 거 다 알고 머리도 컸으니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요?

이젠 어른이잖아요.

진보적인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투표자로서 무엇을 요구할지.

시민으로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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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읽을거리가 많더라.

진보 패널에 서서 경제에 관해 토론을 할 일 있으면 토론 참석 전 몇 번씩 읽고 들어갈 것이다.

진보경제를 말할 때 받을 만한 공격 거리 하나하나에 대한 예방 접종을 아프리카 여행 전 맞아야 하는 숫자보다 더 많이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분배, 성장, 공공부문, 복지, 사회 안전망, 노조, 생산성 등 이런 얘기들에 대해,

시가 한 대 태우며 제임스 본드처럼 여유롭게 세련되게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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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주의자들, 발목을 잡지 말아줘

역행주의자들은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는 사회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고 한다.

이들은 세 가지 전략을 취한다.

역행주의자들은 결국 정치를 하므로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보수 결집하는 마법의 비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키워드로 하면,

사회진화론,

도덕성 뒤집기,

분열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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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화론

예일대학교 정치 및 사회학 교수인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의 주장이 미국인의 사회사상을 지배했다.

섬너가 사용했던 적자생존을 뜻하는 사회진화론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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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너 또한 나태하고, 꿈도 야망도 없고, 비효율적이고, 어리석고, 무분별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했다. 100년 이상 전에 그는 "백만장자는 인구 전체에서 특정 임무를 달성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 자기소유뿐 아니라 타인이 맡긴 재산을 포함해 백만장자의 수중에 재산이 모이는 원인은 바로 그렇게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 그 들은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선택받은 대리인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하며 그들이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그 정도 대가는 사회를 위해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19840년 1910년) 양반이 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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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요사이 젊은이들은 근성이 없어서 안 돼 라는 말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사회에 적응 못 하니 도태된다.

열정페이의 정당성을 제공하고,

가라 중동으로 낙타를 타고 저 드넓은 사막에서 꿈을 펼치라는 이론과 일맥상통하며,

너희가 취업이 안되는 것은 근성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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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논리에 대해서는 단 1초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보수의 전설인 아이젠하워가 집권 후 한 것으로 대응한다.

그는 최고 소득자에게 부과한 한계소득세율을 91%까지 인상하였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대,

국가방위교육법으로 공공교육을 늘리고,

1964년 민권법,

1865년 투표권법까지 통과시켰네.

당시 보수층은 이런 거 하면 파시즘, 사회주의, 적자 재정,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했거든.

근데 결과는 반대로 좋았다고 한다.

아주 호시절이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산층이라는 것이오.

복지를 사람들 불쌍하니 눈물 글썽을 호소하며 ‘잘해주자’ 만이 아니고,

중산층이 살아야 진짜 경제가 산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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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도덕성 뒤집기.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기 전략.

갑자기 떠오른 것은 채동욱 전검찰총장 게이트!

원세훈 전국정원장 선거법 위반으로 청와대와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가,

난데없이 혼외자식 도덕성 논란으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링에 끌려내려온 것.

개인의 도덕성을 더 부각해 대중의 이해를 왜곡시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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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고 하도 물불 가리지 않는 전략을 하다 보니,

미국에서 정치라는 동전 10개는 손쉽게 옆면으로 세울 정도로 균형 감각을 가진 정치 옵저버 노먼 온슈타인과 토마스 만은 급기야 이렇게까지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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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리치(역행주의자의 아이콘)가 고삐를 풀어놓은 세력은 당의 기본 방침에 전반적으로 존재하던 예의를 모조리 파괴했다. 워싱턴에 반대하는 극단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분위기를 티파티 활동을 통해 조성했고, 온건한 공화당원들을 의회 밖으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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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이 떠오른다.

실제로 온건한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4월 의원 교섭 단체 연설’을 들었을 때 이런 양반도 있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목이 댕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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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분열시키기.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히는 전략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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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주의자들은 국민을 분열시켜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앞에서 설명했듯 노조 근로자를 비노조 근로자에, 공무원을 일반인 근로자에, 본토박이 미국인을 이민자에 맞서게 하는 것이다. 또한,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어가는 근로자를 이 프로그램들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 젊은 근로자에 맞서게 하고, 중산층을 빈곤층에, 심지어는 종교적 보수주의자를 세속주의자에 맞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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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이따위 눈에 뻔히 보이는 전략이 성공하는가?

저자가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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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단을 총동원하는 역행주의자들의 전술과 사회진화론이 그토록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까닭은, 민주당이 일반 국민의 필요를 층족시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부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세계화, CEO들의 엄청난 보수, 대량 해고, 소득하위 9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임금 감소, 석유굴착 장치의 폭발, 월스트리트의 불법 행위, 건강보험료의 엄청난 인상 등 그 증거는 무궁무진하고, 이러한 단편적 사실에서 손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도하게 자주 방어적 태도를 보이며 싸워 보지도 않고 지레 역행적인 요구에 굴복하고, 역행주의자들의 엄청난 거짓말을 너무 오랫동안 논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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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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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버트씨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물론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핵심을 추리면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언급한 일발 역전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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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엄청난 거짓말에 휘말리지 않고 맛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엄청난 진실을 사정없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진실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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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자신의 이념적 거품을 깨야 한다. 함께 대화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신과 의견이 같다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 주제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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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친구에게 읽게 하고 나서 책의 내용을 놓고 친구와 토론한다.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나 좀 더 범위를 넓혀 주나 나라에서 진보적 변화를 이룩할 수 있는 ‘활동 계획을 함께 개발할 뜻이 있는지 묻는다. 생각이 비슷하고 유용한 사람들을 집단으로 끌어들이고, 유사한 임무를 추진할 의향이 있는 다른 집단이나 조직을 찾는 임무를 맡긴다. 진보주의의 변화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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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기본적인 선택에 관한 마지막 조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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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는 국민이 자국 경제와 민주주의가 이상에서 멀리 벗어난 현실에 윤리적으로 분개하고 분개를 넘어서서 진정한 개혁을 향해 나아가는 데 헌신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에는 국민의 분노와 헌신이 다시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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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우와, 나 같은 정치 문외한이도 이제는 술자리에서 한 마디 거들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책 대단한데….

보수에는 균형감각을 진보에는 세련미를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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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공자학원 수출

공자학원?

중국이 소프트파워전략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컨텐츠로 한 ‘공자학원’을 수출한다고 할 때,

교양 수업 수출 정도로 치부했었다.

공자, 맹자를 우숩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철학’이라는 개념보다는 약한 ‘인문교양’ 범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선입견 때문이겠지.

플라톤, 데이비드 흄, 칸트, 비트켄슈타인, 하버마스, 데리다를 공부한다고 하면 심오해 보이고,

공자, 맹자를 공부하면 왼지 나이 지긋한 부장들이 인문교양으로 읽는다는 편견이 있었다.

공자에 선듯 손이 안가는 이유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 유교의 수직적인 가르침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허! 나이가 어린 놈이! 시키면 시키는데로’

‘조직문화에 순응해야지! 회식을 빠지면 도에 어긋나’

‘장유유서! 어른이 한 잔 주면 원샷!’

공자가 장유유서를 이런 개념에 쓰라고 가르친것은 아닐텐데,

장유유서를 ‘엑스 마키나(Ex Machina)’ 마냥 악용하는 ‘유교 꼰대’들이 있다보니 편견이 생겨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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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읽으며 내가 가진 두 가지 편견을 마주한다.

첫째, 동양철학은 서양 철학 보다 못하다는 편견.

책에서 딱 꼬집는다.

20세기 이래 오늘날까지 서구 학계는 계몽주의의 관계를 역서적으로 추정하고 심층적으로 탐구하면서 수많은 업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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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이 청산되지 않은 동아시아 지성계에는 공맹철학이 계몽주의에 미친 영향이 아직까지도 미지의 사실로 남아있다. 그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는 편이다.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공자철학과 고유한 전통사상을 과격하게 부정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명맥을 이어오며 서구 문화의 수입에 경도되어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늘날 동아시아 지성계는 공자를 새롭게 활용하는 데서도 서구 지성계에 뒤지고, 서구 철학 속에서 공자의 위상을 성찰하는 데서도 뒤져 있다 지구촌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살아 온 공자마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셈이다. P 110

둘째, 유교 사상이 현재 사회에 도움이 많이 될까라는 회의.

오늘날 1인당 GDP 8만 달러를 넘는 스위스의 경제적 풍요는 바로 중국을 모델로 한 1820년대 경제개혁에 의해 기초가 놓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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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 대한 공자철학의 영향을 추적해온 경제학자 게를라흐는 2204년 논문 <유럽 속의 무위>에서 스위스를 마치 리틀 차이나처럼 소개한다.


30년 전쟁의 공포가 종식된 지 200년 만에 서부 유라시아의 산악지역이 백성의 복지를 위한 조화로운 통치의 새로운 비전을 창조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위사상의 전파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안다. P 213

동아시아의 유토피아인 대동사회는 큰 도가 행해지고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다. 노인의 노후복지, 유야복지,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노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민생복지 및 병자에 대한 보건복지, 고용안정 등이 완비된 복지국가다. 공자는 이 완전한 복지국가를 이상국가로 동경했던 것이다. P 178

좀 더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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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 부터 시선을 끈다

시작부터 시선을 확 끈다.

별 기대 없이 읽던 난 일요일 오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 빠지듯 읽어내려 갔다.

공자의 언행은 우리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얻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덕철학과 국가철학의 보고로 간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16

1721년 7월 12일 프로이센제국의 할레 대학에서 총장 이임식 자리,

전임 총장 크리스티안 볼프가 요아힘 랑케에 총장직을 인계하며 한 연설이다.

날짜가 1721년이다.

1700년대는 아직 마녀사냥이 있는 시기.

예수 천국, 불신 진짜 불지옥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종교의 힘 없이 인간 본성의 힘만으로 놀라운 윤리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언 듯 계몽주의 이전 중세와 중국을 쉽사리 연결하기 어려웠다.

상품교역은 했겠거니 했지만, 공자의 사상이 어떤 식으로 중세 지식인층에 전달된 건지 자못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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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유럽의 근대화를 추진한 18세기 계몽주의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순수문학을 소생시킨 14~16세기의 서양 르네상스도 동아시아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시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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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부흥기에 유럽이 주로 동아시아로부터 선진적인 물질문명을 받아들여 르네상스의 물적 토대로 삼았던 반면, 계몽주의 시기에는 정신문명, 즉 공자의 철학사상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위한 혁명운동을 일으켰다. P 27

이 책은 한마디로 서양 사상사에 공자의 역할에 대해서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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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맹 사상은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졌다.

기독교를 전파하러 중국에 간 선교사들에 의해 공맹 사상이 역으로 들어왔다.

이는 서양 철학에도 변화를 줘다.

공맹 철학이 유럽에 등장하기 전까지 유럽의 철학자들은 공감도덕론을 전혀 몰랐다. 공자가 도덕의 실마리를 연민, 동정심, 측은지심, 인에 등 천성적인 공감감정으로 보았지만, 유럽 철학자들은 이성(플라톤), 계시(기독교), 이기적 계약(에피쿠로스) 등을 도덕의 기초로 간주하는 전통 철학을 절대 진리인 양 계승, 답습하고 있었다. P 66

이쯤에서 에이 이거 너무 확대해석 아냐? 라고 생각할 때마다 서구 학계의 이야기로 기반을 다진다.

공맹 철학이 18세기 서구 계몽주의의 기폭제이자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이 거의 잊혔던 1960년대에 패스 모어는 비록 18세기 유럽 철학에 대한 공맹 철학의 직간접적 영향을 명확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공맹 철학의 탁월성과 유럽적 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을 잡고 "17.18세기에 벌어진 일은 유럽사상의 공자화"라고 평가한다. P 81

진짠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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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낯익고 놀라운 이름들이 나온다.

우선,

이가 갈리는 양반인 라이프니츠.

이 양반이 뉴턴과 작당하고 미적분을 만든 덕에 수학상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학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라이프니츠는 수학자이기 앞서 철학자인 것을 새삼 실감한다.

열렬한 공자 추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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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케네.

케네?

경제학사를 배우면 애덤 스미스를 소개하기 바로 직전 한 페이지 정도 소개되는 중농주의자 창시자 케네.

경제학에서는 그저 그런 지나가는 인물인데,

철학사에 나름 비중 있는 인물인 것에 놀란다.

동서양 철학 가교에 큰 역할을 한다.

정말?

사실이야? 라는 물음표를 계속 쏟아내며 읽게 된다.

왜냐하면, 그 마르크스가 인정한 사람이 중농주의자이자 경제표의 창시자 캐내다.

마르크스 자본론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 말은 공자 사상도 마르크스 자본론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는 것 아닌가?

책을 읽으며 막장 드라마 삼각, 사각, 팔각관계 보듯 공자, 맹자와 얽힌 철학자를 보며 휘둥글해진다.

중국은 게네의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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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게네는 중국철학을 그리스 철학보다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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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게네의 특별한 아이디어들 대다수가 중국적인 것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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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게네가 경제표를 발표하기 2년 전, 루이 15세는 게네의 제안으로 중국 황제를 모델 삼아, 본 경치 기가 시작될 때 손수 쟁기로 밭을 가는 장엄한 의식을 거행한다. 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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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자, 맹자 철학을 성공적으로 수용한 나라들에 대해 나온다.

영국 그리고 스위스.

더 놀라운 것은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제도인 의원내각제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거다.

서구의 의원내각제가 먼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각은 중국에서 비롯된 정치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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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년 절 경이 중국의 내각을 연상하게 하는 추밀원 내각(Privy Council Ministry)을 기획하고 시험 운전함으로써 영국 내각제가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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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마침내 영국 특유의 의원내각제적 제한 군주정을 창출한다. 이로써, 임금은 영유하나 간여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원칙은 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The king reigns,, but does not rule)은 영국의 불문율로 번안되어 오늘날까지 행하지고 있다.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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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때면 또 어김없이 뒷받침해주는 인용구가 튀어나온다.

미국 석학 놀련 제이컵슨은 다음과 같이 확언한다.

흄에게 가장 중심적인 개념 중 하나, 즉 보편적 공감의 이론이 맹자에게서 처음 비롯되고 흄의 동시대인, 특히 애덤 스미스 등 중요한 동시대인들의 윤리학을 밑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은 거의 우연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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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한 장, 한 장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한 가득하다.

이 책과 '출발 책 여행'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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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간 것

철학에 대해 아주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여기저기 구멍이 숑숑 뚫린 지식이다.

서양 철학을 동양 철학과 비교 그리고 그 역사를 동양에서 설명하는 동안,

서양 철학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

합리주의, 경험주의, 에피쿠로스학파 그리고 공맹 사상의 비교를 통해 도대체 뭐가 다르고,

왜 이렇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동양사상에 따라 서양철학을 설명하니,

뿌리를 서양철학으로 해서 이해하기보다 훨씬 쉽다.

마치,

누구를 묘사할 때 그 사람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보다 누구나 아는 사람으로 비유하는 게 편하듯이.

‘김태희?’

서양 철학도 몸에 밴 유교사상을 기초로 설명하니 좀 더 와 닿는다고 할까.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이런 나의 얇은 서양, 동양철학 지식을 안 찢어지도록 질기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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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SPAIN 나우 인 스페인 - munge의 컬러링 프로젝트 NOW in 시리즈 1
munge(박상희)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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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에 반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 벌어 먹는 기능 중 하나는 글쓰기다.
특히 은퇴 후 묫자리 보러 다니는 사이 공백에 때 버틸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내가 돈놀이할 정도 자본이 없으니,
얕은 지식을 팔 수밖에 없지 않나?
출간 시장을 봐도 그렇다.
직장인, 혹 직장인이 아니라도 어떤 분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낸 책이 많이 눈에 띈다.
지식의 깊이보다는 지식을 얼마나 쉽게 퍼트릴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다.
메르스 세계의 슈퍼전파자 같이 말이다.
메르스야 퍼트리면 퍼트릴수록 욕먹는 바닥이지만,
지식 세계에서는 퍼트릴수록 기회가 주어지는 듯하다.

쉬운 글쓰기가 지식전파력의 핵심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열심히 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글도 그림 한 장만 못 하더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아무리 지하철에서 본 미인을 백날 설명해봐야,
사진 한 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요사이 웹툰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장력을 백날 담금질 해봐야 그림 기관총을 든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스마트폰 화면 안에 글자 빼곡 보다는 시원시원한 직관적 그림을 편식하는데 뭐.
요사이 서점에 가면 삽화 늦은, 웹툰, 인포그래픽스에 기웃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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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여행기
이 책 <나우 인 스페인>은 스페인 여행기를 삽화전문가로 그린 것이다.
글자도 거의 없다.
점 그리고 선 그리고 면으로 하는 여행이다.
유행하는 빛깔 북과 여행기의 짬뽕이다.
스페인 여행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나는 이 책 그림을 보면 사람을 조롱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날씨를 가진 스페인이 떠올린다.
내가 주저리 메모했던 일기장보다 훨씬 당시를 장면을 기억 속에서 쑥 끄집어낸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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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하는 여행
스마트 폰 대신 연필을 가져가 보는 것도.
자전거를 도둑맞기 전 온 동네를 자전거로 다녔었다.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니,
이 길이 여기로 연결되고 저 길은 저렇게 뻗는구나 지리에 밝아졌다.
차로 다닐 때는 몰랐던 길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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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전거로 구석구석을 도는 것과 같다.
0.3초 셔터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점은 손끝으로 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유럽여행 중 아직도 손끝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어느 한적한 시골 공원에서 낙서처럼 그린 동네 전경이다.
물론 돈이 없다 보니 카페에는 못 들어가고 공원에서 시간 보낼 때였지만.
당시 풍경은 생생히 기억난다.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에 지나가는 사람들, 주변 소리, 음식 냄새 등이 머릿속에 시계열로 기록되더라.
시간이 많다면 다시금 이런 손끝으로 그리는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나우 인 스페인>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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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생각의 기술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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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세 아이돌 중 하나인 EXID 하니가 주간 아이돌에서 멘사 문제를 가볍게 풀며,

뇌가 섹시한 여자,

뇌.섹.녀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했다.

여기서 나오는 뇌섹녀 문제 혹은 다른 예능에서 나오는 이런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이런 문제는 실리콘 밸리 IT 회사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단골 인터뷰 질문 중 하나다.

‘니 아버지 뭐하시노’

‘건달입니더’

이런 식의 면접과는 다르다.

진짜냐고?

물론.

예를 들어,

3,599는 소수인가?

혹은,

바닥에 있는 거미의 좌표를 알려주고, 천장에 있는 파리의 좌표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한다.

거미가 파리에 가서 닿을 수 있는 가장 짧은 거리를 계산해보세요.

우리나라 면접도 이런 형태로 바뀐다면 취준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은 ‘당췌 이런 문제들의 출처는 어디람?’

‘어떤 머리 좋은 양반이 사람들에게 편두통을 질문으로 발현시키는 방법을 찾은 거지?’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마틴 가드너와 같은 대중 수학자들이 연구하는 레크리에이션 수학에서 나왔단다.

마틴 가드너는 미국의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수학게임이라는 코너를 맡아 25년간 이런 식의 문제를 소개했다.

25년 치 문제를 다 외우면 월스트리트, 실리콘 밸리의 깜짝 면접을 풀 수 있으리.

실제 월스트리트를 입성한 한국인의 전설 같은 면접 후기를 들은 적 있다.

사람은 면접관들이 이런 문제를 낼 때마다 문제의 유래에서부터 수학적 배경 지식과 문제 풀이까지 완벽하게 강의하듯 설명하여 당당히 합격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금융이 숫자와 관련이 깊다지만,

이런 문제는 면접자의 생각하는 기술을 테스트하는 의미도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소개하며 수학이 어떻게 생각하는 기술에 도움이 될지 소개한다.

전체적으로 수학 얘기 외에도 비즈니스에서 있던 기발한 발상 전환 사례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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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8장으로 되어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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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수학은 생각이다

Part 1 생각을 확인한다

Part 2 개념을 생각한다

Part 3 생각을 연결한다

Part 4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한다

Part 5 패턴을 생각한다

Part 6 한 단계 위에서 생각한다

Part 7 미지의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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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에는 ‘레크레이션 수학 문제’ 그리고 관련 테마에 적정한 수학관련 에피소드가 나열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실제 문제를 소개하고,

 

수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요소요소에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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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활동에는 항상 수학이 있었다. 2004년 기업의 주식과 경영 상태를 공개하는 기업공개 당시 구글은 목표금액으로 27억 1,828만 1,828달러를 제시했다. 이 금액은 자연로그의 밑인 오일러 상수(2.718281828)에서 땋은 것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구글은 캐나다의 통신 업체인 모텔이 사업 부진으로 와이파이 WI-FI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등의 분야에서 6,000건이 넘는 특허권을 경매에 내놓았을 때 그 경매에 참여했는데, 최종 낙찰은 45억 달러를 제시한 애플에 돌아갔다. 당시 구글이 입찰에서 제시한 금액은 19억 216만 달러, 26억 1,497만 달러, 31억 4,159만 달러로 경매장에서 보기 어려운 값이어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입찰가로 제시한 숫자들이 모두 수학의 주요상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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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나오는 ‘생각 실험’,

다른 말로 오락 수학 퀴즈는 TV나 잡지에 소위 멘사 문제라는 둥,

천재들이 2분 안에 풀었다는 문제라는 퀴즈 등으로 나온다.

답을 알면 2분은커녕 3초 만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어떤 자리에 이 책에 나왔던 문제를 접할 때,

멋지게 풀고 뇌섹남, 뇌섹녀 소리 묵직하게 한 번 들어 보시길.

혹은,

실리콘 밸리나 월스트리트 면접에 영감을 받은 면접관들이 이런 문제를 내면 당당하게 답하고 나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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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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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운 첫 만남

책을 훑어 봤다.

텔레파시, 염력, 마음 조정하기, 외계인의 두뇌.

목차에 이런 문장들이 눈에 띄니,

이 건 또 뭔 괴작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책 표지와 들면 팔목이 절여오는 두께는 진중한 책인데 목차는 허무맹랑한 주제가 아닌가?

근데 책 표지를 보면 '뉴욕타임스 인기 도서 1위'다.

게다가 잘은 모르지만,

저자 미치오 카쿠의 소개를 보면,

이론 물리학계의 석학이다.

이론 물리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만인의 위로를 무참히 부숴버리는 분야다.

아인 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등 같은 양반들이 노는 물이란 말이다.

이런 사람이 소설을 쓰고자 텔레파시니 마음 조정하기 같은 괜한 소리를 하진 않았을 터.

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쓴 내용일 테니,

두툼한 이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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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을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부 마음과 의식.

과거부터 최신 뇌과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밝힌 뇌 지식을 총망라했다.

해외 토픽에 나온 인간 뇌에 나온 오만가지 실험에 대해 잘 정리되어있다.

이 중 천재라든지,

동물과 사람의 두뇌 차이에 대한 모형이 흥미롭다.

저자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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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주로 공간 및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에서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반면,

인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과거와 미래)까지 고려하는 모형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시공간 의식이론(space-time theory of consciousness)으로 부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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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모형으로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이런 시뮬레이션을 잘하는 사람,

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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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모형으로 유머와 개그를 분해해보면,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 펀치 라인이 존재하여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말에 도달하면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따라서 누군가를 웃기려면 그의 예측능력을 의외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와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머리가 좋다는 말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일반사람이 100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만든다면,

웃긴 사람은 120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그들이 못 가진 20으로 예측 능력을 와해시킨다.

개인적으로 개그 웹툰 작가 중 최고는 귀와 이 말년이다.

도무지 이야기 전개가 예측이 안 된다.

한 편으로 형편없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측 능력 범위를 뛰어넘는 시뮬레이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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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마음으로 육체를 극복하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장이다.

텔레파시, 염력, 주문 제작된 생각과 기억들, 아인슈타인의 뇌 등에 관해 얘기한다.

우선 당신이 뇌과학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뇌에 관한 현대과학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 읽기가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더이다.

지금 기술로도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는 패턴으로 약간은 읽을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람이 설 현인지,

수지인지까지 정확히 못 맞추지만, 최소한 여자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측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또한 기술발달로 뇌의 활성화를 읽어내는 기계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훨씬 정확해진다.

그 뿐인 줄 아나.

특정 TES라는 장치는 적 펄스로 붙어 폭팔적인 자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이런 장치가 뭔 역할을 하느냐고?

전기펄스로 뇌에서 미리 선택해놓은 영역의 활동을 둔화시키거나 아예 정지시킬 수 있다.

즉,

뇌 특정 부분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정교하진 않고 뇌의 깊은 부분은 불가능하다.

먼 미래에 기술이 발달할 수 있다.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서펀트의 능력은 어떤 부분이 발달해서가 아니다.

망각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즉,

뇌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기억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단지 필요가 없어서 측두엽에서 계속 망각 스위치를 눌러주는 것이다.

만약 이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책 한번 보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 것 같다.

이 정도로 놀라운 얘기가 가득하고,

한 편으로 무섭기까지 했다.

극장에 상영되는 공상과학 영화는 인제 0에서 1을 만드는 얘기가 아니다.

1을 100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불가능한 기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먹고 자고 하고 있는 이 시간에 지구 한편에서는 이런 기술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조정하려고 해!'라고 외쳐도 미친놈이 아닌 시대가 올 수도 있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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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변형된 의식.

2부의 내용 정도로도 해도 놀랄 노자인데,

3부에 오면 더 먼 미래에 관해 얘기가 나온다.

꿈속에서 헤매고, 마음을 조정하고, 의식을 바꾸고, 인공정신을 만들고 드디어 외계인의 마음마저 얘기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외계인에 대한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특히,

유머러스하게 다가온 주제가 하나 있었는데 외계인은 왜 지구를 방문하지 않는가? 이다.

그러고 보니 만약 있다면 왜 안 올까?

그들의 논리적인 설명을 들어보자.

“당신이 시골 길을 걷다가 개미집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럴 때 당신은 개미집에 얼굴을 들이밀고 “이봐, 너희 주려고 작은 방울이랑 구술을 가져왔어. 필요하다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나를 너희 우두머리한테 소개해줄래? 라고 할 것인가?”

글쎄,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또 이런 얘기를 한다.

외계행성에서 우주를 가로질러 이곳까지 올 정도라면 과학수준이 우리보다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이상 앞섰을 것이고,

그들에게 우리는 길가의 개미떼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계인이 오직 우리를 만나기 위해 수조*수조Km를 날아온다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이다.

과학자들의 냉소적인 유머들이란.

이외에도 이런 상상 속 얘기들에 과학을 부단히 밀어 넣는 작업을 계속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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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책이려나

이 책을 간략 정리하면,

뇌과학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SF영화가 다르게 보일걸.

뇌과학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발전이 빨라 섬 듯한 느낌도 들었다.

텔레파시가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았고,

기억을 주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과학기술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구원한다는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사람이나 반과학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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