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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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운 첫 만남

책을 훑어 봤다.

텔레파시, 염력, 마음 조정하기, 외계인의 두뇌.

목차에 이런 문장들이 눈에 띄니,

이 건 또 뭔 괴작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책 표지와 들면 팔목이 절여오는 두께는 진중한 책인데 목차는 허무맹랑한 주제가 아닌가?

근데 책 표지를 보면 '뉴욕타임스 인기 도서 1위'다.

게다가 잘은 모르지만,

저자 미치오 카쿠의 소개를 보면,

이론 물리학계의 석학이다.

이론 물리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만인의 위로를 무참히 부숴버리는 분야다.

아인 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등 같은 양반들이 노는 물이란 말이다.

이런 사람이 소설을 쓰고자 텔레파시니 마음 조정하기 같은 괜한 소리를 하진 않았을 터.

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쓴 내용일 테니,

두툼한 이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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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을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부 마음과 의식.

과거부터 최신 뇌과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밝힌 뇌 지식을 총망라했다.

해외 토픽에 나온 인간 뇌에 나온 오만가지 실험에 대해 잘 정리되어있다.

이 중 천재라든지,

동물과 사람의 두뇌 차이에 대한 모형이 흥미롭다.

저자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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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주로 공간 및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에서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반면,

인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과거와 미래)까지 고려하는 모형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시공간 의식이론(space-time theory of consciousness)으로 부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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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모형으로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이런 시뮬레이션을 잘하는 사람,

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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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모형으로 유머와 개그를 분해해보면,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 펀치 라인이 존재하여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말에 도달하면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따라서 누군가를 웃기려면 그의 예측능력을 의외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와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머리가 좋다는 말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일반사람이 100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만든다면,

웃긴 사람은 120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그들이 못 가진 20으로 예측 능력을 와해시킨다.

개인적으로 개그 웹툰 작가 중 최고는 귀와 이 말년이다.

도무지 이야기 전개가 예측이 안 된다.

한 편으로 형편없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측 능력 범위를 뛰어넘는 시뮬레이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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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마음으로 육체를 극복하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장이다.

텔레파시, 염력, 주문 제작된 생각과 기억들, 아인슈타인의 뇌 등에 관해 얘기한다.

우선 당신이 뇌과학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뇌에 관한 현대과학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 읽기가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더이다.

지금 기술로도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는 패턴으로 약간은 읽을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람이 설 현인지,

수지인지까지 정확히 못 맞추지만, 최소한 여자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측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또한 기술발달로 뇌의 활성화를 읽어내는 기계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훨씬 정확해진다.

그 뿐인 줄 아나.

특정 TES라는 장치는 적 펄스로 붙어 폭팔적인 자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이런 장치가 뭔 역할을 하느냐고?

전기펄스로 뇌에서 미리 선택해놓은 영역의 활동을 둔화시키거나 아예 정지시킬 수 있다.

즉,

뇌 특정 부분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정교하진 않고 뇌의 깊은 부분은 불가능하다.

먼 미래에 기술이 발달할 수 있다.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서펀트의 능력은 어떤 부분이 발달해서가 아니다.

망각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즉,

뇌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기억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단지 필요가 없어서 측두엽에서 계속 망각 스위치를 눌러주는 것이다.

만약 이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책 한번 보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 것 같다.

이 정도로 놀라운 얘기가 가득하고,

한 편으로 무섭기까지 했다.

극장에 상영되는 공상과학 영화는 인제 0에서 1을 만드는 얘기가 아니다.

1을 100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불가능한 기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먹고 자고 하고 있는 이 시간에 지구 한편에서는 이런 기술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조정하려고 해!'라고 외쳐도 미친놈이 아닌 시대가 올 수도 있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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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변형된 의식.

2부의 내용 정도로도 해도 놀랄 노자인데,

3부에 오면 더 먼 미래에 관해 얘기가 나온다.

꿈속에서 헤매고, 마음을 조정하고, 의식을 바꾸고, 인공정신을 만들고 드디어 외계인의 마음마저 얘기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외계인에 대한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특히,

유머러스하게 다가온 주제가 하나 있었는데 외계인은 왜 지구를 방문하지 않는가? 이다.

그러고 보니 만약 있다면 왜 안 올까?

그들의 논리적인 설명을 들어보자.

“당신이 시골 길을 걷다가 개미집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럴 때 당신은 개미집에 얼굴을 들이밀고 “이봐, 너희 주려고 작은 방울이랑 구술을 가져왔어. 필요하다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나를 너희 우두머리한테 소개해줄래? 라고 할 것인가?”

글쎄,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또 이런 얘기를 한다.

외계행성에서 우주를 가로질러 이곳까지 올 정도라면 과학수준이 우리보다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이상 앞섰을 것이고,

그들에게 우리는 길가의 개미떼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계인이 오직 우리를 만나기 위해 수조*수조Km를 날아온다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이다.

과학자들의 냉소적인 유머들이란.

이외에도 이런 상상 속 얘기들에 과학을 부단히 밀어 넣는 작업을 계속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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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책이려나

이 책을 간략 정리하면,

뇌과학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SF영화가 다르게 보일걸.

뇌과학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발전이 빨라 섬 듯한 느낌도 들었다.

텔레파시가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았고,

기억을 주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과학기술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구원한다는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사람이나 반과학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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