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공자학원 수출

공자학원?

중국이 소프트파워전략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컨텐츠로 한 ‘공자학원’을 수출한다고 할 때,

교양 수업 수출 정도로 치부했었다.

공자, 맹자를 우숩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철학’이라는 개념보다는 약한 ‘인문교양’ 범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선입견 때문이겠지.

플라톤, 데이비드 흄, 칸트, 비트켄슈타인, 하버마스, 데리다를 공부한다고 하면 심오해 보이고,

공자, 맹자를 공부하면 왼지 나이 지긋한 부장들이 인문교양으로 읽는다는 편견이 있었다.

공자에 선듯 손이 안가는 이유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 유교의 수직적인 가르침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허! 나이가 어린 놈이! 시키면 시키는데로’

‘조직문화에 순응해야지! 회식을 빠지면 도에 어긋나’

‘장유유서! 어른이 한 잔 주면 원샷!’

공자가 장유유서를 이런 개념에 쓰라고 가르친것은 아닐텐데,

장유유서를 ‘엑스 마키나(Ex Machina)’ 마냥 악용하는 ‘유교 꼰대’들이 있다보니 편견이 생겨버리네.

.

이 책<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읽으며 내가 가진 두 가지 편견을 마주한다.

첫째, 동양철학은 서양 철학 보다 못하다는 편견.

책에서 딱 꼬집는다.

20세기 이래 오늘날까지 서구 학계는 계몽주의의 관계를 역서적으로 추정하고 심층적으로 탐구하면서 수많은 업적을 내놓고 있다.

.

반면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이 청산되지 않은 동아시아 지성계에는 공맹철학이 계몽주의에 미친 영향이 아직까지도 미지의 사실로 남아있다. 그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는 편이다.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공자철학과 고유한 전통사상을 과격하게 부정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명맥을 이어오며 서구 문화의 수입에 경도되어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늘날 동아시아 지성계는 공자를 새롭게 활용하는 데서도 서구 지성계에 뒤지고, 서구 철학 속에서 공자의 위상을 성찰하는 데서도 뒤져 있다 지구촌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살아 온 공자마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셈이다. P 110

둘째, 유교 사상이 현재 사회에 도움이 많이 될까라는 회의.

오늘날 1인당 GDP 8만 달러를 넘는 스위스의 경제적 풍요는 바로 중국을 모델로 한 1820년대 경제개혁에 의해 기초가 놓였던 것이다.

.

스위스에 대한 공자철학의 영향을 추적해온 경제학자 게를라흐는 2204년 논문 <유럽 속의 무위>에서 스위스를 마치 리틀 차이나처럼 소개한다.


30년 전쟁의 공포가 종식된 지 200년 만에 서부 유라시아의 산악지역이 백성의 복지를 위한 조화로운 통치의 새로운 비전을 창조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위사상의 전파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안다. P 213

동아시아의 유토피아인 대동사회는 큰 도가 행해지고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다. 노인의 노후복지, 유야복지,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노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민생복지 및 병자에 대한 보건복지, 고용안정 등이 완비된 복지국가다. 공자는 이 완전한 복지국가를 이상국가로 동경했던 것이다. P 178

좀 더 들여다 보자.

.

.

.

.

.

.

.

초장 부터 시선을 끈다

시작부터 시선을 확 끈다.

별 기대 없이 읽던 난 일요일 오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 빠지듯 읽어내려 갔다.

공자의 언행은 우리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얻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덕철학과 국가철학의 보고로 간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16

1721년 7월 12일 프로이센제국의 할레 대학에서 총장 이임식 자리,

전임 총장 크리스티안 볼프가 요아힘 랑케에 총장직을 인계하며 한 연설이다.

날짜가 1721년이다.

1700년대는 아직 마녀사냥이 있는 시기.

예수 천국, 불신 진짜 불지옥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종교의 힘 없이 인간 본성의 힘만으로 놀라운 윤리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언 듯 계몽주의 이전 중세와 중국을 쉽사리 연결하기 어려웠다.

상품교역은 했겠거니 했지만, 공자의 사상이 어떤 식으로 중세 지식인층에 전달된 건지 자못 흥미로웠다.

.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유럽의 근대화를 추진한 18세기 계몽주의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순수문학을 소생시킨 14~16세기의 서양 르네상스도 동아시아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시발 되었다.

.

문예부흥기에 유럽이 주로 동아시아로부터 선진적인 물질문명을 받아들여 르네상스의 물적 토대로 삼았던 반면, 계몽주의 시기에는 정신문명, 즉 공자의 철학사상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위한 혁명운동을 일으켰다. P 27

이 책은 한마디로 서양 사상사에 공자의 역할에 대해서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

우선,

공맹 사상은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졌다.

기독교를 전파하러 중국에 간 선교사들에 의해 공맹 사상이 역으로 들어왔다.

이는 서양 철학에도 변화를 줘다.

공맹 철학이 유럽에 등장하기 전까지 유럽의 철학자들은 공감도덕론을 전혀 몰랐다. 공자가 도덕의 실마리를 연민, 동정심, 측은지심, 인에 등 천성적인 공감감정으로 보았지만, 유럽 철학자들은 이성(플라톤), 계시(기독교), 이기적 계약(에피쿠로스) 등을 도덕의 기초로 간주하는 전통 철학을 절대 진리인 양 계승, 답습하고 있었다. P 66

이쯤에서 에이 이거 너무 확대해석 아냐? 라고 생각할 때마다 서구 학계의 이야기로 기반을 다진다.

공맹 철학이 18세기 서구 계몽주의의 기폭제이자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이 거의 잊혔던 1960년대에 패스 모어는 비록 18세기 유럽 철학에 대한 공맹 철학의 직간접적 영향을 명확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공맹 철학의 탁월성과 유럽적 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을 잡고 "17.18세기에 벌어진 일은 유럽사상의 공자화"라고 평가한다. P 81

진짠가 보네.

.

읽다 보면 낯익고 놀라운 이름들이 나온다.

우선,

이가 갈리는 양반인 라이프니츠.

이 양반이 뉴턴과 작당하고 미적분을 만든 덕에 수학상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학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라이프니츠는 수학자이기 앞서 철학자인 것을 새삼 실감한다.

열렬한 공자 추종자.

.

그리고 케네.

케네?

경제학사를 배우면 애덤 스미스를 소개하기 바로 직전 한 페이지 정도 소개되는 중농주의자 창시자 케네.

경제학에서는 그저 그런 지나가는 인물인데,

철학사에 나름 비중 있는 인물인 것에 놀란다.

동서양 철학 가교에 큰 역할을 한다.

정말?

사실이야? 라는 물음표를 계속 쏟아내며 읽게 된다.

왜냐하면, 그 마르크스가 인정한 사람이 중농주의자이자 경제표의 창시자 캐내다.

마르크스 자본론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 말은 공자 사상도 마르크스 자본론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는 것 아닌가?

책을 읽으며 막장 드라마 삼각, 사각, 팔각관계 보듯 공자, 맹자와 얽힌 철학자를 보며 휘둥글해진다.

중국은 게네의 모델이었다.

.

첫째, 게네는 중국철학을 그리스 철학보다 높게 평가했다.

.

둘째, 게네의 특별한 아이디어들 대다수가 중국적인 것에서 나왔다.

.

셋째, 게네가 경제표를 발표하기 2년 전, 루이 15세는 게네의 제안으로 중국 황제를 모델 삼아, 본 경치 기가 시작될 때 손수 쟁기로 밭을 가는 장엄한 의식을 거행한다. P 202

.

그리고 공자, 맹자 철학을 성공적으로 수용한 나라들에 대해 나온다.

영국 그리고 스위스.

더 놀라운 것은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제도인 의원내각제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거다.

서구의 의원내각제가 먼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각은 중국에서 비롯된 정치제도다.

.

1679년 절 경이 중국의 내각을 연상하게 하는 추밀원 내각(Privy Council Ministry)을 기획하고 시험 운전함으로써 영국 내각제가 싹튼다.

.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마침내 영국 특유의 의원내각제적 제한 군주정을 창출한다. 이로써, 임금은 영유하나 간여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원칙은 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The king reigns,, but does not rule)은 영국의 불문율로 번안되어 오늘날까지 행하지고 있다. P 222

.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때면 또 어김없이 뒷받침해주는 인용구가 튀어나온다.

미국 석학 놀련 제이컵슨은 다음과 같이 확언한다.

흄에게 가장 중심적인 개념 중 하나, 즉 보편적 공감의 이론이 맹자에게서 처음 비롯되고 흄의 동시대인, 특히 애덤 스미스 등 중요한 동시대인들의 윤리학을 밑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은 거의 우연일 수 없다.

.

이외에 한 장, 한 장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한 가득하다.

이 책과 '출발 책 여행'하길 추천한다.

.

.

.

.

.

.

.

얻어간 것

철학에 대해 아주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여기저기 구멍이 숑숑 뚫린 지식이다.

서양 철학을 동양 철학과 비교 그리고 그 역사를 동양에서 설명하는 동안,

서양 철학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

합리주의, 경험주의, 에피쿠로스학파 그리고 공맹 사상의 비교를 통해 도대체 뭐가 다르고,

왜 이렇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동양사상에 따라 서양철학을 설명하니,

뿌리를 서양철학으로 해서 이해하기보다 훨씬 쉽다.

마치,

누구를 묘사할 때 그 사람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보다 누구나 아는 사람으로 비유하는 게 편하듯이.

‘김태희?’

서양 철학도 몸에 밴 유교사상을 기초로 설명하니 좀 더 와 닿는다고 할까.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이런 나의 얇은 서양, 동양철학 지식을 안 찢어지도록 질기게 만들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