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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경제학 - 모방은 어떻게 혁신을 촉진하는가
칼 라우스티아라 &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지음, 이주만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고르게된 계기
흰 바탕에 가지런히 놓인 구두 세 컬레 그리고 모방의 경제학이란 제목은 확 끌진 못 했다. 저자 이름도 어렵다. 칼 라우스티아라,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읽은 중에도 두 세 번씩 다시 보게 되는 이름이었다.책을 가볍게 훑어보다 금융회사 뱅가드 그룹의 존 보글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 흔한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였다. 금융권에서는 엄청난 발명품인데 특허가 없었다 한다. 금융권 상품의 특허, 히트친 ELS, 중소기업에 많이 팔았던 KIKO 모두 특허가 아니었다. BM 특허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 정도의 특허는 보지 못했다. 특히 파생상품 쪽은 더하다. 특허, 지적재산권이라면 재단 위에 올리고 기도를 올릴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미국에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관대할까, 여유롭겠느냐는 궁금증에 이끌려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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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요약
서론
낯익은 사람도 있을 화면이다. 미국산 영상물 제일 먼저 나오는 이 화면은 저작권법에 대한 FBI의 경고다. ‘금전적 취득 없는 단순 저작권 침해를 비롯해 불법 저작권 침해는 FBI의 조사를 받게 되며 5년 이하의 연방 교도소 징역형과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그 FBI가 저작권법에까지 관여 되어 있다.
FBI가 경고까지 하는 이 저작권 법은 우리가 잘 아는 패션 사업, 요식업, 코미디, 미식축구 전술, 금융업은 적용되지 않는다. 즉 베끼기, 표절, 모방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만든 창작물을 누군가 무단으로 베낀다면 창작할 의욕이 없어지고 자연히 해당 분야는 위축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인식이나 위에 언급한 산업들은 예상과 달리 창조성이 분출하는 분야들이다. 이 책은 법 없이도, 어떻게 그리고 왜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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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짝퉁이 패션사업에 미치는 영향
놀랍게도, 패션사업은 저작권법의 대상이 아니다. 런웨이에서 캣워크를 하는 모델이 입은 의상을 그 자리에서 베껴서 모델이 무대 뒤로 사라지기 전에 만들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 뉴스에는 심심치 않게 짝퉁 명품 단속을 들을 수 있을까. 그것은 상표권 때문이다. 디자인은 베껴도 되지만 브랜드, 상표는 보호받기 때문이다.
미국 저작권의 세계는 생각보다 오묘한 것 같다.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의복은 너무 실용적이고 실용적인 것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방은 패션업계의 유행과 트렌드를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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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우리가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이유
예상대로, 조리된 음식과 조리법(레시피)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하지만 베끼기가 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성이 말살되지 않고 성공적인 식당은 생겨나는가?
물론 특허 등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갖가지 실험 도구와 재료를 이용하여 요리하는 시카고 모토 레스토랑의 호마로 카투는 요리를 하나의 화학제품처럼 특허를 등록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런 여건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까. 요리는 어디서 먹는가. 레스토랑에서 먹는다. 요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같은 재료로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 레스토랑이 자아내는 분위기, 인테리어, 서비스 등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다면적 경험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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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서로를 감시하는 코메디언들
코메디 업계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패션업계나 요리업계보다 강한 업계 규범을 가지고 있다. 이는 법 없이 없어도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게 한다.
책은 미국 스탠드업 코메디를 예로 든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최근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코미디 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듯 하다.
기사에 따르면, 김준호는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개가수(가수도 하는 개그맨)의 코믹한 노래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개그 유행어나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컬투도 저작권 소송을 냈다가 진 걸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미국 역시 유행어나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김준호는 “어떤 후배의 아이디어를 표절해 써서 방송에서 스타가 됐다고 하면 저희(개그맨)는 상도덕 문제로 생각한다”고 예를 들면서 “개콘에도 아이디어만 좋고 못 살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은 저작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 극 중 역할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한 상도덕과 저작권을 준다는 것은 법적 절차가 아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업계 규범이라고 볼 수 있다.
코미디 업계에서 통하는 업계 규범을 보면 법적 조치를 효과적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과 산업별 고유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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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창작과 표적이 공전하는 산업들
창의적 문화, 스토리가 있고 베끼기가 만연함에도 창의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 산업들도 있다.
금융산업과 미식축구 서로 다른 분야이나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통적으로 방법을 안다고 해도 숙련도와 경험에서 차이가 난다. 금융상품은 동일한 상품이라도 운영하는 기관의 위험관리 방법, 거래 방법등에 따라 상품의 이익이 달라진다. 미식축구 역시 경기 구성원들이 전술을 얼마나 완벽히 이행할 수 있냐에 따라 같은 전략도 승패가 갈린다. 그래서 두 분야 모두 특별히 저작권, 특허를 받기 위해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방이 어떤 경제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같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은 저작권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진다. 유럽은 철저히 보호되는 반면, 미국은 여기 나온 업계처럼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대조군과 실험군이 있기에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모방의 경제적 효과를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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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상품, 서비스를 모방하는 것의 부정적 측면만 떠오르지만, 실제로 업계 전체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는 저작권 법 같은 법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방의 긍정적인 측면과 저작권 법외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요약하면 다음과같다.
첫째, 모방은 트랜드와 유행을 확산 시킨다.
둘째, 흔히 말하는 상도. 즉, 업계 규범은 암묵적으로 모방을 막는 장치이다.
셋째, 제품은 모방할 수 있어도 경험은 하지 못한다. 같은 요리라도 어느 레스트랑에서 하냐에 따라 다르다.
넷째, 오픈소스 혁신비용을 낮춰 혁신을 활성화한다. 뉴튼은 그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좀 더 앞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거인의 어깨에 오르는 비용을 줄인다.
다섯째, 시장 선점 효과. 먼저 나온 것을 기억한다. 카카오톡을 능가할 후발 주자는 좀 처럼 나타나지 못한다.
여섯째, 브랜드와 상표의 힘. 천 한 조각에라도 붙으면 명품이 되게 하는 힘.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적과 동지를 맺어라. 음반 업계 처럼 모방으로 인해 골치 아픈 업계에 있다면, 법으로도 해결이 안된다면, 이 책의 사례를 통해 모방의 경제적 효과를 역이용하는 방법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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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슈렉의 웃음 코드 중 하나는 곳곳에 등장하는 동화 비틀기와 할리우드 영화의 명장면 패러디이다. 서구 동화나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못 접한 사람은 웃음 포인트를 지나칠 수도 있다. 그것은 경험을 통해 습득되어 기억에 저장된 지식 즉 스키마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방의 경제학이 연구한 케이스는 많은 부분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분야다. 그나마 패션은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고급 레스토랑, 스타 요리사, 미국식 스탠드 코미디 현장과 데이브 샤펠, 루이스 C.K 코미디언들, 미식축구에서 전술이 왜 표절에 관한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지 등등은 낯설 것이다. 즉 우린 이 사례들에 대한 스키마가 부족하다. 만약 업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각자가 가진 스키마에 따라 책의 이해도가 좌우되는 소재인 만큼 책에 충분한 시각적 보충 자료 혹은 책에서 언급된 대상을 정리하여 해당 사이트나 블로그에 게시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