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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고르게 된 계기는 다양한 영역에 발을 담그기 위해서다. 국내 대표 기회사 SM 출신 남자 아이돌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수만은 대단하다’이다. 삼촌 팬, 오빠 부대를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 여자 아이돌을 기획할 때 어렵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 아이돌은 어떻게 기획할까. 솔직히 나에게 남자 아이돌은 무관심을 넘어 인지 한계 밖의 존재이다. 비호감 여성 아이돌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만 남자 아이돌은 티비에 나오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솔직히 비호감 남자 아이돌은 대상조차 없다. 그래서 성공적인 남자 아이돌을 기획하는 이수만이 대단해 보인다. 아이들의 분류학상 소위 ‘꼰대’인데. 어떻게?라는 생각과 함께 나 역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마음먹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관심이 가져지지 않을 분야들.
그래서, 이 책을 집었다. 책 표지와 소개를 보니 내가 가장 안 볼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낮 2시 같은 성격인 나에게 ‘밤 10시, 인문학을 마주할 시간’이란 소개, 감성을 지식으로 풀어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지식으로 머리를 채우기 전에 감성으로 가슴을 채워라’라고 한다. 후~.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겁쟁이 아이의 마음으로 책표지를 ‘끼익’ 열고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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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내 취향은 아니다. 카르보나라를 싫어하는 중년 아저씨, 뜨겁고 매운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 혀, 청국장에 기겁하는 코카시안 같은 것이다. 내 반대편의 있는 독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끼리는 영화관도 안가는 나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였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표현들을 이겨내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봐야 했다. 예를 들어,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섹시함, 귀여움에 대해 얘기할 때면 나는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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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하는데, 저자와 나 사이, 책을 매개로 많은 사람이 있는데 배울 점 하나 없겠는가. 안타깝게도 단순히 취향은 안 맞지만, 케이크 위에 있는 크림과 초콜릿 장식을 거두어 내니 야무지게 챙길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즉, 빵은 맛있고 영양도 좋았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을 보며, 저자 머리 속에 있는 인문학 지식과 가슴에 담긴 감성이 있다면 매 순간 삶 속에서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시를 읽고 난 후에는 골목길에 있는 연탄재는 더 이상 그냥 쓰레기로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내 삶을 인문학 단지에 풍덩 담글 수 있다면 평범한 인생은 소설, 영화, 음악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멋진 콜라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책 마지막에 소개한 ‘참고한 이야기들’에 소개되는 시, 소설, 수필, 인문학, 영화, 음악, 드라마들을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보려고 한다. 무엇을 읽고, 들을까를 고민했었는데, 무척 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