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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ㅣ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1
김훈민.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을 고른 계기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책 제목 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제학과 인문학은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있는 듯 보이는 학문이다. 경제학자 로빈슨은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행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인문학은 효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니체가 정의한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끔 해주는 학문’이라 정의했다. 이 책은 두 학문 간의 교집합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했다.
대학 선택 시 꾸준히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온 경제학과 달리 인문학은 꾸준히 위기가 제기되었다. 2006년에는 인문학의 경시 풍조를 공론화하기 위해 전국인문대학장단이 성명서를 낼 정도였다. 핵심 내용은 “인문학은 경제적 가치나 계량적 수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다.
복합적인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인문학 부흥에는 IT 세계에 흔적(Dent)을 남기고 죽은 스티브 잡스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혁신적인 상품을 세상에 선보였던 스티브 잡스는 그 원동력을 인문학이라고 하였다.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인 당시 그가 한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 인문학의 경제적 효용에 대한 의구심은 인문학을 혁신과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은 스티브 잡스에 의해 수그러 들었다.
잡스를 통해서 본 인문학의 가치는 현실을 통찰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경제학은 쉬운 학문이 아니다. IT 기술처럼 어려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경제학 현상을 설명할 때 수식을 끌고 와 현상을 설명하곤 한다. 수식은 경제학을 설명하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일반 독자의 이해를 가로막는 방해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문학의 공통 언어를 이용한다면 경제학 개념을 훌륭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모님끼리 무척 사이가 안 좋아서 힘들게 사랑을 이끌어가는 연인'을 묘사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연인'이라고 말하면 된다.
# 목차를 둘러보자면
책의 구성은 우선 신화·설화 속 경제를 시작으로 인문학의 삼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문·사·철 속 경제학 그리고 마지막은 예술 속 경제학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 신화 설화 속 경제는 건국신화 속에 등장하는 경제 요소를 다룬다. 실제 애덤 스미스 이전에는 정치학과 경제학은 하나로 묶여 있는 개념이었고 경제학은 정치학 분야의 하나의 분야에 불과했다. 건국신화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를 단군 신화를 통해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고 경제학이라는 개념이 이때부터 보이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2장은 역사 속에 경제현상을 다루었다. 역사는 경제 이야기를 하기 좋은 풍부한 소재가 있다. 하지만 특히 2장에서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과거 역사에서 찾아 비교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편 전쟁은 중국과 대중 무역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내던 영국 간의 마찰이 발단이 되었다. 마땅한 교역품이 없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은 아편을 수출하였고 그 때문에 중국과의 갈등이 커져 급기야 전쟁이 발생하였다. 글로벌 불균형은 현재에도 발견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적자는 과거 영국, 중국 간의 모습과 유사하다. 지금은 총, 칼, 대표로 전쟁을 벌어진 않겠지만 대신 환율이 총칼이 되어 전쟁을 치르고 있다.
3장은 문화 속 경제가 주제로서 책 속 인물을 빌어 경제를 설명한다. 향수의 저자로도 유명한 기인 파트리크 쥐스킨스가 쓴 <좀머씨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인물 자체에 신경 쓰느라 생각을 못했던 주변 배경과 시간 흐름이 독일의 부흥기를 묘사한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검은 오벨리스크>에는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묘사를 다룬다. 많은 경제서들이 인플레이션을 거시적으로 숫자로만 보다가 소설 속에 주인공 입장으로 초인플레이션을 묘사한다. 독일이 중심으로 한 EU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공포증에 걸린 듯한 정책들이 공감된다.
4장 예술 속 경제는 예술이 태동할 때 경제가 있다는 주제로 진행된다. 르네상스 시대 부유한 상인을 중심으로 현대에 이르는 명화들이 그려진 것은 예술과 경제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2011년 세계 미술 시장동향’에 따르면 중국의 장다첸과 치바이스의 작품은 피카소를 제치고 경매가격 1, 2위를 차지한 점은 중국의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다.
5장은 문화와 철학 속 경제를 다룬다. 각 나라 고유문화와 민족 고유 특성과 관련된 경제 이야기를 다룬다. 예를 들어, 세계 금융을 지배하는 유대인, 이슬람교와 연관된 수쿠르 채권, 만국 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를 통한 네트워크 외부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 결론
앞서 아이패드 출시 연설에서 한 잡스의 말을 빌려 이 책을 평가하면 독자가 경제학을 좇아가는 게 아니고 경제학이 인문학을 등에 타고 독자를 찾아가는 책이다. 참고로 한빛비즈에서 <경제학자의 영화관>이 출간되었다. 영화의 주인공, 스토리, 배경을 통해 경제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 표지와 제목 디자인을 보아하니 <경제학자의 …>이름으로 시리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