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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 요시모토 바나나의 즐거운 어른 탐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평점 :
<어른이 된다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
내가 기억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들은
대체적으로 우울했다.
한없이 우울하고 읽고나면 뭔가 가라앉는 기분 드는게
내가 느낀 일본 작가들의 글들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어른이 된다는 건>이란
책은 조금 달랐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어른이 된다는건 뭔지,
어른이 된다는건 이렇게 홀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의 크기와 횟수가 많아져야만 하는건지
난 제대로 어른이 되가고 있는건지
그런 질문이 많았던 시절 같다.
책에서 해답을 듣고 싶었던것 같기도하다.
나 잘 어른이 되고 있는거라고
나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거라고.
우선 이 책은 매우 얇다.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얇기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사뭇 진지하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게 오히려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춘기부터 차근 차근
어떻게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지
요시모토 바나나는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이 책을 시작한다.
재밌는건
나도 한번쯤 그랬던 그 시절의 이야기여서
적잖이 놀랐고 공감이 됐다.
사춘기,
부모나 주위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무엇 때문에
상처를 입었는지 말해 주면 되는 일인데, 하고 생각하죠.
하지만 본인에게 그것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얘기입니다.
그 말을 해 버리면 자신이 끝난다고 느낄 만큼 무거운 얘기에요.
..
맞는 말이다.
사춘기 시절엔 그런 마음이 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무거운 마음
하지만 한편으론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
올바르게 행동하면 마음의 응어리가 없어지는구나,
어린시절 요시모토 바나나가 느꼈던
깨달음을 스물 일곱, 아니 스물여덟이 되는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엉엉 우는 어린아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요.
애써서 거기에 없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요.
그러면 마음속에 공간이 생겨,
자신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거든요.
나이를 얼마나 먹든 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즉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아이인 자신을 살갑게 보듬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내게 늘 문제가 있었다.
나이는 서른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 몸은 서른을 향해 달려가는데,
늘 내 마음은 어렸다.
어렸고 여렸고 약했고
그래서 잘 무너졌고
잘 상처받았고 강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참 힘들었다.
내 안에 나를 이기고 다스리는 일이.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건 정말 그런 일 같다.
내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을
오롯이 인정하는 일.
그리고 그 아이를 내가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을만큼
강해지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일 같다.
저는 아줌마가 되면 멋도 안 부리고
몸매도 망가지고 뻔뻔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호피 무늬 옷 같은거나 입게 되고,
그래서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곧 다가올 서른이 두렵기도 하다.
그냥 서른이란 숫자가 가져오는 부담감이나
두려움 때문인 것 같은데
이 글을 읽으니 한 편으론 좋은것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이가 든단건
결국 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더 많아지는거 아닐까.
사실 나도 날 잘 모르는데
긴 인생동안 나 스스로 하나 제대로 알고 떠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 깊이가 깊어지는게 어른이 된다는 거 아닐까.
이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요.
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오는게 후회지만-
그 시절에 꼭 해야 하는
그리고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누릴 수 있는 2016년을 보내고 싶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껏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것이 미래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소중한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책 말미에 나와있는 메시지
이 메시지 하나가 이 책의 내용을 오롯이 관통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에서 시작한 글은 -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것,
그게 결국 지금의 나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라고 -
그리고 이걸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게되는게
어른이 되는 일이라고 ..
2015년을 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읽어보면 참 좋을 그런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에세이입니다.